|
미사 때 이루어지는 동작의 의미 전례 안에서의 동작, 특히 미사 안에서의 동작이 지니는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앉음 마태오 복음사가의 묘사에 따르면(마태 5,1이하) 산에서 백성을 가르치실 때 예수님은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팔레스티나를 위시한 당시 중동 지방에서 가르침을 베푸는 스승, 공식 직무를 수행하는 관리, 재판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품위를 갖고 있는 이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옛 성당들의 모자이크를 보면 자리에 앉아 가르치시는 스승으로서의 예수님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앉은 자세는 스승의 위엄과 권위를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마르 3,31 이하를 보면 예수님이 가르치실 때 제자들이 그분 주위에 모여앉아 말씀을 경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앉아 있는 자세는 또한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스승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작이기도 합니다. 미사 때, 특히 주일 미사의 제1독서와 제2독서 때 신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입니다.
무릎꿇음 누군가에게 용서를 청할 때, 또는 무엇인가 간절히 애원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무릎을 꿇거나 엎드립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엎드리거나 무릎꿇는 자세는 상대에 대한 나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그에게 자비를 바랄 때 사용되는 자세입니다. 따라서 이 두 자세가 전례 안에서 사용될 때는,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나의 잘못과 약함을 인정하는 자세이자, 하느님께 간절히 무엇인가를 청하는 자세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처형을 당하기 전 올리브 동산에서 고통중에 하느님께 기도하실 때 취하신 동작이 바로 무릎꿇는 자세였던 것입니다(루가 22,41). 그런데 공간이 충분하지 못한 성당에서 엎드리는 자세로 기도하기란 사실상 곤란하므로 무릎꿇는 자세가 주로 사용된다고 하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릎꿇는 자세는 고개를 숙이는 자세와 함께 공경을 드러내는 자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감사기도문을 할 때 신자들이 무릎꿇는 것은 이제 이루어지는 파스카 신비의 재현에 대해 공경심과 경외심을 드러내면서, 미천한 나이지만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따라 하느님의 뜻을 좇겠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일부 본당에서 성당이 비좁다는 이유로 장궤틀을 없애는 일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을 이용하여 더욱 간절한 마음을 표현할 수단 자체를 없앴다는 점에서 잘못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음
고대 로마인들은 신적(神的) 존재인 황제를 공경하고 예배할 때 바로 이 자세를 취했었습니다. 처음엔 이 동작이 비그리스도인들의 자세였으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이 자세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자세의 이교도적 의미가 사라지고 단순히 높은 사람에 대한 존경을 뜻하게 되면서 그리스도교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자세는 주교나 교황에게 하는 인사로서, 나중에는 제대, 십자가, 성인 유해,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상(像) 앞에서도 한쪽 무릎을 꿇어 경의를 드러내었습니다. 11세기에는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실존하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성체 앞에서 이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고, 16세기에 미사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결국 1570년의 비오 5세 로마 미사경본 안에 포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유럽식의 인사 자세인 이 동작이 우리 실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에 한국 교회는 성당에 들어갈 때 허리를 숙여 절하는 것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우리 풍습에 맞추었다는 점에서 참 잘된 결정이라 하겠습니다. 이전에는 성체를 모시고 나서 제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곤 하였는데, 이제는 성체 앞에서나 제대 앞에서 허리를 숙여 절하거나 양쪽 무릎을 다 꿇고 기도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임 고개 숙임은 일반적으로 무릎꿇는 동작과 거의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 대한 공경과 겸손한 탄원의 의미, 인간이나 물건에 대한 존경심과 공경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광송을 바칠 때, 강복 때, 하느님의 이름을 발음할 때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하느님께 봉사하는 성직자들에게, 성인의 이름을 거론할 때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제대, 십자가를 위시한 성물(聖物)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 동작을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참회기도 때 참회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하여, 무엇을 청하는 기도를 드릴 때 이 동작이 쓰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고개를 숙이는 동작은 무릎을 꿇는 동작을 대신한다 하겠습니다. 중세 이래 영광송 때, 니체아 신경과 "거룩하시도다"에서 "성령"의 이름이 나올 때 고개를 숙이는 관행이 생겼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공경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 예를 들어 제대, 성상(聖像), 십자가, 성직자, 성체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또한 고백기도 때 참회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감사기도를 바칠 때 성체에 대한 공경을 나타내고자, 사제의 기도에 참여함을 보이기 위해 사제가 기도를 바칠 때 고개를 숙입니다. 가슴을 침 이 동작은 고뇌와 슬픔을 표현하는 행위이자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죄의 뿌리가 바로 심장에 있다는 예로부터의 생각이 이러한 동작을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로 눈을 들 생각도 못하고 자기 가슴을 치며 '하느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루가 18,13). 우리가 참회기도의 "제 탓이요" 부분에서 가슴을 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는 세리의 마음이 되기 위한 것이므로 신중하고도 진지한 마음으로 이 동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신자들이 성체를 받들어 올릴 때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 가슴을 치기도 하는데, 이는 본래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것이며 따라서 전례 안에서 이 순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김인영 신부님,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홈에서>
|
|
|
미사 때 이루어지는 동작의 의미
2006. 10. 30. 오전 9:28:22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