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부가 되겠습니다.

2007. 2. 4. 오전 9:13:24

글자
* 이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눈이 오는 한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 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역에서 서 있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와 육체와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향내 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의 향기로,


 

때로는 진한 향수의 향기로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놓고


 

당신의 방에서 책을 볼 때 나는 살며시 사랑을 담아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맘 편히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늘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공기 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 구석에


 

많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한줄기의 등대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님 반딧불처럼 당신의 가는 길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을 만나 작지만 행복했었소”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 이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눈부신 벚꽃 흩날리는 노곤한 봄날 저녁이 어스름 몰려 올 때쯤


 

퇴근길에 안개꽃 한 무더기와 수줍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준비하겠습니다.


 

날 기다려주는 우리들의 집이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당신의 호호 웃음으로


 

때로는 능청스레 바보처럼 웃는 나의 허허 웃음으로


 

때로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 웃는 까르륵 웃음으로


 

피곤함에 지쳐서 당신이 걷지 못한 빨래가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펄럭대는 오후


 

곤히 잠든 당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고


 

당신의 속옷과 양말을 정돈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때로 구멍 난 당신의 양말을 보며 내 가슴 뻥 뚫린 듯 한


 

당신의 사랑에 부끄런 눈물도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능력과 재력으로 당신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가을이면 과일을,


 

겨울이면 당신 몸 녹여줄 장작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봄,


 

나는 당신에게 기꺼이 나의 그루터기를 내어 주겠습니다.


 

날이 하얗게 새도록 당신을 내 품에 묻고,


 

하나 둘 돋아난 시린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당신의 머리를 내 팔에 누이고 꼬옥 안아 주겠습니다.


 

휴가를 내서라도 당신의 부모님을 모셔다가


 

당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걸 보렴니다.


 

그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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