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또 다른 선택인가?(평화신문)

2012. 4. 27. 오전 9: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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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이혼, 또 다른 선택인가?

 

함께 넘는 성격차이 벽, 참된 사랑의 기회

 

 '백년해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나 OOO는 당신을 내 남편(아내)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로 시작하는 엄숙한 혼인서약이 무색한 시대다.

 최근 연예인 부부들의 이혼 소식이 잇따르면서 연예가는 이혼으로 술렁이고 있다.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들의 결혼 풍토를 짚고 대안을 살펴본다.

 


 
▲ 조건을 앞세우는 결혼과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퍼지면서 쉽게 이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인구 1000명당 평균 2.5명 이혼 줄지 않아
 조건 앞세우는 결혼 풍토, 개인주의가 원인
 미화하거나 탈출구로 보는 드라마도 문제
 
 "요새 내 주변에 이혼, 별거가 유행이다~ 결혼~ 별로야."(@Bluk***)

 

 "이혼의 가장 흔한 이유는 성격차이며, 가장 근본적 이유는 결혼이다."(@drm****)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젊은이들의 이혼에 관한 단상들이 올라와 있다.

 "그대 지금 그 누구를 사랑하는가. 우리 결혼 잊어 버렸나. 예전에는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이혼이 그리 쉬운가~♪"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이혼장만 쌓이네'로 개사한 곡으로, 이혼이 흔한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1.1건이었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IMF를 겪으면서 2002년 3건, 이듬해 3.4건으로 증가했다. 13년 만에 3배가 늘어난 수치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조이혼율은 평균 2.5건으로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성격차이는 이혼 사유로 최근 10년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이어 경제 문제와 가족 간 불화, 배우자 부정, 정신ㆍ육체적 학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면서 이혼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관대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이혼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혼을 쉽게 선택하는 풍토를 반영한다.

 10년 전, 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전통적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가부장적 사고방식, 경제적 이유에서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펙과 연봉 등 조건을 앞세우는 결혼 풍토와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이혼의 원인으로 꼽힌다.

 직업과 경제력, 학력, 외모 등 배우자의 조건을 따지는 것이 이혼과 어떤 직접적 관련이 있을까.

 7년째 혼인교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송송이(아가타)씨는 "근본적으로 배우자를 그 사람이 가진 스펙과 능력 등 기능으로 평가해 결혼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듯 선택했기에 결혼 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상대방에게 단점이 발견됐을 때야말로 참된 사랑을 시작할 기회이지만 이혼으로 상황을 종결지어 참 사랑을 할 기회를 놓쳐 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급속도로 발전한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물질주의와 성과주의는 모든 것을 돈과 숫자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건만 맞춰 결혼할수록 부부생활은 어렵다. 서로 몰랐던 성격과 가치관은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톨릭신자라고 해서 이혼에 대해 덜 관대한 것도 아니다.

 서울대교구 법원 관계자는 "혼인 무효소송 건수는 30~40대 층이 가장 많다"면서 "요즘 젊은 분들은 옛날 분들처럼 신자라고 해서 이혼하면 안 된다는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에 대한 의식이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결혼 4년차인 박미영(마리아, 32)씨는 "결혼 전 신앙이 깊지 않았을 때는 결혼하고도 헤어질 만한 상황이 되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배우자는 하느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믿음이 생긴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혼을 미화하거나 유일한 탈출구로 바라보게 하는 드라마도 문제다.

 옴니버스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는 이혼밖에 답이 없어 보이는 부부들의 갈등상황을 다룬다. 각종 형태의 불륜과 악행을 극화시켜 시청자들에게 '저렇게까지 살아야 할까'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이혼에 대해 관대한 인식을 심어준다. 부부갈등 해결 능력도 떨어뜨린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 서석희(전주교구) 신부는 "드라마 제작자들은 현실 문제들을 무대에 올리지만, 해결보다는 대립과 갈등ㆍ경쟁구도를 극화시켜 흥미를 유발한다"면서 "시청자들을 진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은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식별해 봐야 하며, 드라마 제작자들은 화해와 화합을 유도하는 제작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성격차이의 벽을 넘어 배우자를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혼수다. 결심에는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뒤따라야 한다.

 서울대교구 약혼자주말 시니어봉사자 박은미(헬레나,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연구교수)씨는 "인내심이 부족해 함께 의논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나타난다"며 "약혼자주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부부 대화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히 신혼 위기를 겪기 쉬운 2~5년 차 부부들을 위한 교회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송이씨는 "배우자의 어떤 점이 나를 화나게 하고 참을 수 없게 하는지 고민하면서 자신을 꿰뚫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는 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라며 "밀알이 돼 죽고 열매 맺는 예수님 닮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이혼자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

  이혼의 고통, 교회도 함께 아파한다
  미국 가톨릭교회, 이혼 예방·치유 프로그램 실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

 가톨릭교회가 이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남녀가 결혼으로 하나가 되는 것은 창조주의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 성화와 이혼 예방을 돕는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혼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혼자에게 출구는 없는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위원이었던 베른하르트 헤링(구속주회) 신부는 저서 「이혼자에게 출구는 없는가-이혼자를 위한 사목적 도움」에서 "이혼과 재혼을 마치 일상적 일처럼 여기는 시대적 경향에 모든 힘을 다해 대항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이혼자들은 이혼이라는 충격적 경험 후에도 하느님의 변치 않는 사랑을 신뢰하고 이를 증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하도록 부름 받았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가정평의회 권고문 '이혼한 뒤 재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1997)은 "이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그들을 사랑하며 결코 멀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함께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며 "이혼한 뒤 재혼한 사람들은, 세례를 받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간직하고 있기에 변함없이 교회의 일원이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이혼자 사목이 정착돼 이혼 전 단계 부부를 대상으로 이혼 예방사목을 실시하고, 이혼자들에게는 상실감과 배신감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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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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