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들의 시대 / 차동엽 신부님

2010. 5. 11. 오후 10:59:36

글자
 
 
독일의 신학자 메츠(J. B. Metz)는 20세기 말 교회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류를

진지하게 관측한 결과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시대'는 [....] 이제 더 이상 위대한 예언자들의 시대도 아니 요,

위대한 성인들의 시대도 아니요, 탁월한 신학자의 시대는 더욱이 아니다.

교회의 시대는 바야흐로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점차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

곧 작은 예언자들의 시대요, 작고 이름 없는 성인들의 시대이며, 이런 의미 에서 바닥의 시대인 것이다"
(Metz, Suchbewegungen).

그는 21세기를 염두에 두고 이 선언을 한 것입니다.


'교회의 시대'는 항상 똑같지 않습니다.

'교회의 시대'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그 시대의 도전과 위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약 시대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은 우상숭배와 사회 불의였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위기에서 구하고 교회에 희망을 준 이들이 "예언자'들 이었습니다.

신약에 들어와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교회를 위협한 도전은 이단, 박해, 분열이었 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지탱해 준 이들이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聖人)들이라 할 수 있습 니다.

그들은 그들의 덕행과 사목적 열성 등으로 교회와 하느님을 위하여 쌓은 공적을 인정 받아

성인품에 오른 것입니다.

근세에 들어와서 교회에 가장 타격을 준 도전은 무신론, 공산주의, 불경한 인본 주의였습니다.

이 시대 교회를 지킨 이들이 '신학자'들이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신학자들이 허황된 이론의 허구를 파헤치고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도전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딱히 몇 가지로 정체를 파악 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방팔방에서 '양의 탈'을 쓰고 교묘하게 침투해 오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보이지 않는 종교'(invisible religion)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과거처럼 '위대한 예언자', '위대한 성인', '탁월한 신학자'들만 가지고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든이가 무장하고 깨어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편, 21세기는 소시민 연대의 시대, 참여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지도력은 위대한 한 사람에게 편중되지 않고, 시민들에게 공유됩니다.

이런 관점에서도 신자 각자가 교회의 주체로 불리움 받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 시대가 바로 '위대한 지도자'의 시대가 아닌 작은 이들의 시대, 작고 이름 없는 소시민들의 시대라고 한다면,

이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대가 소공동체요,

이를 실현하는 주체도 소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소공동체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작은 예언자, 작고 이름 없는 성인, 진지하게 진리를 찾아나서는

신학자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잔 아누이즈 버켓(Jean Anouilh's Becket)이 말했다는 다음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내 어깨 위에 전 교회를 짊어지고 왔다.

그 어느 것도 결코 그것을 내려놓으라고 나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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