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에서 만난 주님!

2006. 7. 24. 오후 12:20:15

2
글자

제가 입교후에 처음 성령체험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쓴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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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향이 흐르는 작은산 밑에, 작고 아담한 성당이 있습니다.
가끔 시간에 쫒길 때마다 찾는 곳인데, 조립식이라도 항상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부활절 전날 저녁 6시쯤, 하늘에 구름이 많아선지 내부는 약간 어둑어둑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밝아 1처에서 14처까지 성화를 보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십자고상이 쵸콜릿 빛의 휘장으로 덮혀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감실 불도 꺼져 있고, 문도 활짝 열려 있어 주님께선 계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일 있을 부활절 행사 때문에 좀 바쁘신 듯 합니다.
그렇지만 난 감실을 향해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드렸습니다.

 

같이 간 집사람이 한마디 하더군요.
안 계신 빈 방인데 왜 절을 하느냐고요.


나는 못 들은체 했습니다.
그분이 계시건 안 계시건, 무조건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인 것입니다.
어쩌면 지난 세월 너무 많은 죄를 지은 때문일까? 하여튼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집사람은 그런 내가 좀 이상한 모양입니다.
교회 밖에선 능글능글 하다가도, 교회만 들어서면 어린이 같이 행동하기 때문이겠지요.


그 때마다 집사람은 한마디 했고, 난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합니다.
세속의 나이와 주님안에 나이는 다르다고.....

사실 그것이 나의 본심입니다.

 

우리부부가 영세후 오늘로서 꼭 1년!
그래서 난 아직 어린이라는 것이고,

그 핑게로 놀던가 공부를 게을리 하며 요령만 피웠습니다.


또 그것도 모자라 내 멋대로 휴가를 정해, 3개월여를 냉담하는 짓도 서슴치 않았지요.
'어린이 답게' 입맛에 맞는 짓거리만 골라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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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처는, 주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시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성당의 성화는 우리 본당과 달리,

선명한 대형 사진이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했습니다.


나는 초췌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그분께 약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비교육까지 성당을 1년반이나 들락 거렸으면서도, 이 성화를 제대로 본 일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얼핏 보고 성당이니까, 벽면이 허전하면 안 되니 장식으로 걸어 놓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성화마다 왜 번호를 정해 놓았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요.

 

세례 후 1년동안 난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

그런 기도가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나의 그것을 용케 아시고.

판공성사시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라 명 하신 것입니다.
보속을 주신 그 신부님은, 교구청에서 오시어 날 전혀 모르는 분인데도 말입니다.

 

제2처는, 주님께서 십자가를 매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제1처에서 기도가 끝난 후, 집사람이 움직이는대로 무심코 2처로 옮겼었는데....

잠시 지난 일을 돌아 보느라고, 1처 성화를 자세히 보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2처부터는 기도 후 한참씩 더 머물며, 성화속의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묵상을 했습니다.

 

바짝 마르고 야위신 몸으로 저토록 무거운 십자가를.....!
십자가는 죄 많은 나 같은 놈이 매야 하는 것을, 아무 죄 없는 주님께서 매시다니.....!


비틀..비틀...

하마터면 넘어지실 뻔.....

그러나 주변의 누구도 대신 매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셨던 제자들조차 모두 도망가고, 한사람도 돕는 자가 없었습니다.

 

주님!

믿음이 무엇인가요?

또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요.....!
인간들이 지은 죄 보다, 당신의 목숨이 더 못하여 버려야 하는 그런 것입니까?
저렇듯 침 벧고 욕하는데도, 비웃고 조롱하는 못된 인간들인데도 그렇다는 말씀입니까?

 

제3처는 너무 힘들어 넘어지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오...!

제가 어찌 해야 합니까.....?!

넘어지신 당신에게, 무참하게 채찍질 하는 저 무지막지한 놈들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당장! 저 놈들을 어떻게든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냥 둘 수 없는 아주 못된 짓입니다.

 

또 당신께 돌 던지는 군중들,

피도 눈물도 없는 저 자들은 대체 누구의 백성입니까?
그렇군요.....!!

생각하면 저자들 역시 바로 나 같은 몹쓸 놈들이지요.....!


당신의 백성이 되겠다며 세례만 받아 챙기고, 허구헌날 거짓 흉내로 지냈으니 말입니다.
야단을 쳐도 된통으로 크게 치셔야 하는 일을,

그런데 당신께선 오히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시는군요....!

 

제4처는, 골고타 가는 길에서 성모님을 만나십니다.


저 상황에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어머님이 어디에 누가 있을까요?

성모님이 너무너무 불쌍 하십니다.
그래도 매정한 경비병은 사정없이 두 모자분을 갈라 놓는군요.
저 인정머리 눈꼽만큼도 없는 경비병 녀석....

그 또한 내 모습일 것입니다. 더 보기가 민망스러워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5처 성화, 아!아! 이제야 겨우 누군가 나서는군요!


진작 나섰어야지! 그동안 무얼하고 이제...??!!

그런데 대신 매겠다고 나선 저 작자가 좀 이상 합니다?
저 작자의 꼬라지 좀 보라구요.....?

슬쩍 매는 척만 하는 게.....!

그러면 주님께 전혀 도움이 안 되십니다!


이왕에 나섰으면 제대로 하지 않고?

확실하게 도와 드려야지 그게 뭐냐구? 젠장맞을 ××할..저 저 쥑일놈...

그러나 그자 또한 누구인가요?

얌체 같은 저 삯꾼 역시 바로 나 아니던가요.....!
그동안 주님 속만 썩혀 드렸을 뿐, 단 한번도 기쁘게 해 드린 일이 없었으니 말 입니다.

 

제6처에선, 어느 여인이 주님의 얼굴을 닦아 드립니다.


얼굴에 흐르는 것이 피인지 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두가지 다 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는 내가 만든 가시관에 찔린 상처에서,

또 내가 던진 돌에 맞아 흘리시는 피입니다...!

 

제7처에서, 두번째로 또 넘어지십니다!


이젠 저도 계속 서 있기조차 민망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모습을 보기가 너무나도 처연하고 안타까운 때문입니다.
아직도 형장은 멀기만 한데, 그런데 벌써부터 여기서 이러시면.....

주님께선 이젠 완전히 탈진 하셨습니다.


너무나 크신 고통 때문에, 일어나지 못 하시는 불쌍한 우리 주님.....!

아 ~ 보십시오!

나의 오른손이 가죽 채찍을 높이 들었습니다!


나 역시 저 경비병과 다를 게 없으니, 저 놈이 바로 여기 나 아닙니까?
그리고 대신 맨답시고 요령피고 있는 저 못된 삯꾼녀석,

그 놈 역시 바로 여기 나인 것입니다.


그거 참, 더욱 가증스럽다 생각되는 것은,

지금 내가 나를 욕하고 손가락질하며 나무라고 있는 행태입니다....
나도 이젠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군요.

내가 이처럼 간사한 줄을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요....

 

제8처, 여인들에게 둘러 쌓인 주님이십니다.


아마도 주님께서 공생활하실 때, 여러가지로 열심히 수발을 드렸던 여인들이겠지요.
믿으셨던 제자들은 무서워 모두 도망 갔는데, 저 여인들은 목숨을 내 놓고 주님을 찾고 있습니다.


오~~!

주님! 예수님!!
여기 못 되고 어리석은 저에게, 저 여인들 처럼 반석 같은 큰 믿음을 주소서.....!

 

주님은 9처에서 또 넘어.....!!


너무너무 처참하고..... 안타깝고.....불쌍하신....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너무나도 슬픈 광경입니다!
이번이 세번째....

너무 지치시고 힘드시어 일어서질 못 하십니다.
저 인간들은 정말 너무너무 나쁜 놈들 입니다.

어차피 사형인 것을, 왜 꼭 먼거리의 저 골고타여야 하는지요?

 

.......!!!  
도저히 차마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이대로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을 뿐입니다!

 

주님께서 사형을 당해야 할 죄가 대체 무엇입니까?
주님의 어디에도, 어느 한곳이라도 죄와 비슷하거나 닮은 데가 없습니다.
게다가 몸마저 앙상하게 마르셔서,

빌라도가 말 했듯이, 흉악한 사형수들과는 거리가 먼 형상이 아니냐구요....

 

불쌍하신 주님!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시면 힘 내시어 벌떡 일어나십시오!
심장이 쿵쿵 거리고, 눈 자위가 흐려져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제10처, 이건 도대체가.....?

 

안 그래도 가슴이 터지는 판인데, 칼로 갈갈이 찢어 놓기까지 하는군요!
아니, 저놈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저놈들 분명 인간이 맞습니까?
완전히 미친 놈들이군요.....

옷을 벗겨 서로 가지겠다고.....

그것도 서로 통체로 차지 하겠다고 제비뽑기를 하다니!


정말 모르겠습니다.

인간이란 짐승들이 과연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는.....!
그리고 나 역시 그 짐승들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그저...그저... 부끄럽고 슬풀 따름 입니다!

 

다음 11처는 주님 몸에 못을 박는 장면이었습니다.


탁! 탁! 딱.......!!!  
검고 굵은 쇠 대못에, 사정없이 여기저기 몸이 뚫리고 찢기우시는 주님!
그래서 고통스러움에 크게 비명을 지르시며 얼굴을 일그러 뜨리시는 주님.....!

그 모습.....

그 광경을 어찌 잊을까요.

난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을 십자가에 매단 자가 누구입니까?
손과 발에 굵은 쇠못을 박고, 창으로 옆구리를 찌른 자는 또 누구입니까?
바로 나 입니다.....

죄란 죄를 몽땅 짖고서도, 주님께 죄를 돌려 십자가에 매달고 못을 박았습니다!

 

주님....!

아..하느님....!
제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사.....이젠 그 기도를 못 하겠습니다!


가슴 저 아래에서 끓어 오르는 크고 깊은 슬픔 때문에.....

목이 매어 이젠 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지금..... 눈물도,,,,

간신히 참고 있습니다......

 

참겠습니다,

어떻게든 참겠습니다.
결코 당신께 그것을 보여 드릴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것은 너무도 뻔뻔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록 지은 죄 많아 못된 짐승과 다름 없어도,

아직은 그 정도까진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주님.....!

조금만 더 참으시고 지켜 봐 주십시오.

 

주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12처.


하느님 아버지 부르심을 끝으로, 푹 고개를 떨구시며 성부 곁으로 가십니다.....
못 되고 못난 제가 크나 큰 사랑과 은총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참혹하기 이를데 없는 방법으로,
주님을 죽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버지께서 저 불쌍한 인간들을 용서하시라 빌어 주고 가셨습니다......

 

예루살렘 성 근처 해골산.
그곳에서 더 없이 고통스러운 십자가 위에서,

한 없이 슬픈 모습으로,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난 그때부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못 했습니다,

목이 막히고 매어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으로 기도하며.....

13처의 당신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짐을 봅니다.


그거 참!

그토록 참혹하고 무참한 고통속에서 가셨건만, 당신의 얼굴은 마냥 평안하신 모습입니다.
그렇겠지요.

틀림없이 그럴 것입니다.


나 같은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이 세상, 이게 어디 주님께서 사시어 좋은 세상 입니까?
차라리 여느 짐승들과 사셨더라면, 그렇듯 참혹한 죽임은 당하시지 않으셨을 것을.....!!

 

제14처 마지막 성화, 죽임을 당 하신후 돌무덤에 모셔 집니다.


그리고 병사들이 그 무덤을 지켰지만,

부활하시고 그곳을 떠나시어 당신 생전의 약속을 지키십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은 전능하신 하느님이시므로, 뜻 하신바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주님!
솔직히 반신반의 의심도 했던 성령님!
전 이 감동이 비록 처음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이 모습이 당신이시며 성령이심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주님! 하느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 백성들이 부활축하 준비하는 성 금요일에, 저를 찾아 주심에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크신 은혜를 제게 주셨는데.

어찌 거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시간부터 진정으로 다시 태어 나겠습니다.


앞으로는 무조건 순명 뿐입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모든 일들은 당신 뜻대로 이루소서....!
아멘....

 

오늘 저녁 우리부부 뿐인데도,

성당 불을 켜 주신 수녀님께, 깊은 감사와 주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댓글 2

  • 2006년 7월 25일 오전 11:30

    형제님의 감동의 글.....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시길 기도합니다.

  • 2006년 7월 25일 오후 4:31

    감사합니다. 늦은 입교 때문에 그저 죄스럽기만 하답니다 ^^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한가지씩 배우고 기도하며, 좀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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