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신성리 공소와 김난식 선생 묘

2011. 6. 2. 오전 8:10:57

글자

신성리와 먹구니를 향한 스물여덟 발의기도

 

부활 육주 월요 이른 아침을 바지런히 열어젖히며

스물여덟 영육 간 축복받은 건각들이 행보를 함께 나선다.

103위 한국성인호칭기도 경쾌한 울림소리가 앞서가니

복잡한 도심이 희뿌옇게 흩어지며 뒤로 물러나는 듯하다.

더없는 아름다운 악기 사람의 소리가 성가로 한마음을 노래하니

우렁찬 박수소리와 기타 줄의 울림소리가 땀 흘리며 조화롭다.

차창을 스치는 물오른 초록의 산과 들을 따라 풍세를 지나서

한참을 전주 다음이 바로 정읍에 들어서는 구나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작은 길 따라 큰 구륜이 조심스레 지나려니

모내기 물 채워진 논과 밭가에 오며가며 한 뙈기

담뱃잎 진초록의 너른 품을 거만하게 곧추세워 올린다.

월성마을 위로 천주의 신성마을 이루고

산허리 화전 일궈 믿음의 삶 둥지 틀었네

갈메못 모래밭 오성인 님들의 치명을 부르짖던

손녀의 증언소리 형태 없어 뵈지 않지만 성음으로 거룩하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신성마을 들어 논길 따라 돌아드니

석성 견고한 담장 곁을 내주어 담쟁이 넝쿨을 안아주듯

우리의 발길을 가볍고 산뜻하게 받아드리네

기와 얹은 솟을 대문 옹이 결 따라 세월의 때를 품어 안고

문턱 높여 들어서는 이들의 발길을 겸손으로 설득한다.

 

성모님, 종탑, 공소가 일직선상의 일치를 이룸이 한 눈에 보이고

순결한 성모님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며 순간의 영원을 찰칵!

날씬하게 하늘 향한 종탑 너머 멀리 낮은 산들 맥을 이루어나간다.

저 높은 종의 울림소리 들리는 듯 바라보니

검은 녹을 두터이 싸안고 믿음세월 소리 없이 보여 주네

공소 들어 너나없이 모자, 안경 벗고 밀과 포도 부조된 제대 앞에

성체조배 영하는 모습에 찐한 가슴 뭉클

햇살과 사람의 빛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 보랏빛 반짝임에

모난 벽에 여닫이 여섯 쪽의 창문이 마주보니 서로가 반갑구나.

주춧돌 위 외벽주위로 십자가 문양에 찡하는 비움과 소통의 무소유

밖을 나서 공소자태 돌아보니 흰 모시에 갓을 쓴 옥골선풍의 귀함이다.

 

좌로 초가 이엉을 얹고 새끼줄로 야무진 지붕아래 회벽의 사랑채가

지붕너머 먼 뒷산의 품 넓은 등성이를 닮아가고

멀리서 날아드는 신자들 시원한 그늘로 안아드리는 듯 기웃거리니

방방곳곳 영성수련 숨결들이 마음과 눈을 촉촉하게 적셔주네

우로 석성 담 아래 미음자를 이루어 깊게 만든 석빙고는

신앙선조들의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지혜를 절절히 보여주는 듯한데

담장 밖 소나무 한그루 지킴이인양 의연하고 수려함이 렌즈를 사로잡는다.

박해 군란 이겨내며 변치 않는 믿음 이어가는

지금 이곳 주님의 성채 마주하며 감사하나이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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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산 자락 깊은 골 먹구니 제법 널따란 돌투성이 길을 걸으며

달구지에 몸을 태워 덜컹덜컹 흥에 겨운 낭만을 그려본다.

길 가운데 쑥과 질경이 자유롭게 키를 높여 손길을 유혹하는데

행여 밟을까 조심조심 잡은 손을 멀리하며 나란히 오른다.

계곡 따라 이어지는 비탈길을 한창이나 이십여 분

맑은 물 개울 지나 칠십 미터 계단이 하늘 향해 격하게 서있다.

오르다 뒤를 내려 보니 아니 봄만 못하여 내쳐 위를 향한다.

하늘 아래 끝 계단 올라서니 두 기의 낮은 봉분 소박한 기다림이다.

김난식 선생과 조카 김현채 동정부부의 몸을 담은 순명함이여

땀의 발길 인기척에 날아드는 벌들 반기는 듯 순하다.

군란에 가족 잃고 속세 피해 들어온 먹구니 골짜기

토종벌로 생계이루는 동정의 수도자 믿음에 고개 절로 숙연하니

신앙선조 자취 따르는 발의기도는 넘치는 나이와 불편한 육신 앞에

단지 숫자와 겉모양새 일뿐 샘솟는 거룩한 힘 받아 뜻을 이룸이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하늘계단 내려서 흐르는 청정수에 손발 담그니

싸늘한 냉기가 바늘 되어 한땀한땀 생의 기쁨 수놓는다.

오다가다 뱀딸기 곱디고운 빨간 유혹에 행여 손길 탈까싶네

군데군데 감나무들 교우촌 삶의 흔적으로 시선을 머물게 한다.

여기쯤 아니면 저기쯤이었을까?

무엇을 먹고 살아갔을까?

산나물, 머루, 다래, 토끼, , ,...토종벌, 담배농사...

끝이 없는 잡념을 잘라내는 구수한 입담이 삶의 지혜로 들려온다.

"뱀의 상극은 담배이니 뱀에게 물린 독에는 담배로 치유되더이다."

혹여 주님 말씀따라 사는 님의 삶에  치유의 은총이 아닐런지요.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 오성인 :  안 다블뤼 주교, 민 위앵 신부, 오메트로 신부, 장주기 요셉, 황석두 루가 

* 손녀 : 황석두 루가 성인의 종손녀 황 마르타

                                  (2011530일 리오바)

댓글 5

  • 2011년 6월 2일 오전 9:54

    '박해 군란 이겨내며 변치 않는 믿음 이어가는'... 군란피해멀리가신님들의모습 시인의눈으로... ++

  • 2011년 6월 2일 오후 2:33

    시를 읽노라니 옛날 선조들의 박해시대 삶이 한폭의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 2011년 6월 2일 오후 3:00

    싯귀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 깊이 새겨집니다.

  • 2011년 6월 3일 오전 8:36

    순례가던 그 시간이 다시 눈앞에... 그 믿음 따르는 우리되게 기도합니다. 감사와 수고에 축복을...

  • 2011년 6월 5일 오후 11:33

    한 장면도 빼놓지 않고 다 맘에 담으셨네요. 다시 한번 그날의 장면들을 그려봅니다. 정말 좋은 날 이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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