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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이모가 그에게 사업 자금을 딱 6개월만 빌려 달라고 부탁해 왔다. 며칠 뒤 그는 적금을 해약해 천만원을 이모에게 주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약속했던 6개월이 훌쩍 지나고 1년이 다되어 갈 무렵 이모가 동업자와의 다툼 끝에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친구가 찾아갔을 때 이모는 눈물만 흘렸다. 처음에는 가족들 도움도 모자라 조카에게까지 피해를 준 이모에게 화가 나더란다. 그리고 그런 이모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운도 빠지더란다. 그러나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이모에게 정작 한 말이라고는, 빌려 간 돈 이야기가 아닌, 최근에 실패한 자신의 연애과 안전띠 미착용으로 단속을 한 경찰과 30분 간이나 실랑이를 벌인 얘기가 전부였다. 이모와 있었던 이 일은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 뒤 이모는 일 년째 꽃가게에서 일하며 적은 금액이나마 매달 그에게 보내고 있단다. 그리고 그는 요즘도 이모와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본다고 한다. 만약 그때 이모에게 되돌릴 수 없는 말들을 퍼부었다면 둘의 관계, 나아가 가족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게다가 이모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어느 순간, 위기를 재치로 넘길 수 있는 그의 원동력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진심이 없는 재치나 유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기가 오면 우선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리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칫하면 그 상황에 가려질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보는 것이다. 그러니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 리가 없다. 진심이라는 재치가 삶을 유쾌하게 만든다. ▲ 시인 이원 님의 글(행복한 동행에서 인용) |
진심은 최고의 재치
2005. 2. 4. 오전 8: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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