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가대표도 아니고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떻게 경기를 할 수 있어요. 저쪽과 협의해서 다음주로 미루는 게 좋겠네요.”
신부님 말씀에 총무님과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밤에 천둥과 번개와 함께 쏟아지던 비는 9시 미사가 끝난 뒤에도 그치지 않았으니까요. 부랴부랴 총무님과 저는 9시 미사 때 해설을 맡으셨던 털보 단장님을 찾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입니다. “비가와도 우리는 무조건 운동장에 나가야 된다. 저쪽이 오지 않으면 몰수 패를 해서도 이겨야 된다.” 어떻게든 1승을 해야 된다는 단장님의 간절한 염원을 알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저 푸른 초원이었던 밥상이 웬일로 고기반찬이 올라왔네요. 고기를 먹고 힘내라는 아내의 무언의 성원에 힘입어 오늘은 기필코 1승을 하리라는 각오로 집을 나섰습니다.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도 그쳤고 안젤모 형님이 몸을 풀고 계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한 두명씩 모여드는 회원으로 11명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 기우로 바뀌었습니다. 몇몇은 경기 때만 보는 형제님들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마르코 감독님과 저는 매주 일요일에도 오늘처럼 많은 형제님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기도 했습니다. 11명의 정규 멤버 외에 4명의 후보 멤버로 정예를 갖추고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심정으로 우리는 경기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능곡성당은 선수가 다 차지 않네요. 8명으로 경기를 했던 과거 아픈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선수가 다 찰 때까지 기다려 주는 아량(?)을 베풀기로 했습니다.
휘슬과 함께 시작한 경기는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미드필드에서 잘 짜여진 패스워크는 그동안 가좌축구선교단이 구사하던 경기력과는 딴판이었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1승을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잘 안되는 것이 문제일 뿐. 아! 방심한 탓인가요? 아뿔사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네요. 골을 막지 못한 골키퍼 탓입니다(내 탓이오 1). 그러나 가능성을 확인한 채 1:0으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후반전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프리킥 골은 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바람과 함께 날아온 공은 제 손을 비켜가 골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내 탓이오 2) 남들이 클 때 나는 무엇을 했는지, 저는 저의 작은 신장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2골을 만회 하였지만 나는 “내 탓이오”를 2번이나 더 해야 했습니다. 결과는 4:2 패배, 가좌축구선교단의 가능성만 확인한 채 경기를 마쳐야 했습니다.
이겼으면 좋겠지만 열심히 제 몫을 다하고 진 경기는 아름다운 패배에 속할 것입니다. 실수를 해도 탓하지 않고 용기를 주시던 단장님과 감독님의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톨릭 인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닐지라도 그 이상의 믿음과 신심으로 뭉쳐진 우리 형제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는 한 지고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주에는 꼭 1승하자고 마무리하는 형제님들의 얼굴에는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 보다 희망의 밝은 빛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황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