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소꼽동무 친구의 모습이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ㅡ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ㅡ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그를 찿았다.
바로 그때 친구의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 왔다.
길동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왜 뛰어 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모습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의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가 있었다.
<길동아 형주다.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 다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커 사과 장수가 이 좋은날 너와 함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길동아 너와 함께 할 수 없어내 마음은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워 판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아지랑이 오이종기 피어 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밥을 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 수천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길동이 장가간다, 길동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 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몇 봉지 들러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 여행가서 먹어라" 길동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 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형주가ㅡ>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원,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 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 우적 씹었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 할까봐,
엄마 뒤에 잠든 아기가 마음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