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성호경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신자라면 기본적으로 외어야 하는 기도들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12단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주요 기도문이라는 말로 사용합니다. 이 주요 기도문들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초이면서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성호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 반성기도, 십계명, 고백기도, 통회기도, 삼덕송, 봉헌기도, 삼종기도, 고해성사 때의 기도, 묵주기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중에서 가장 짧은 기도이지만 우리가 가장 자주하는 기도문인 성호경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호경을 때로는 십자 성호경이라고도 하는데, 거룩한 십자를 그으면서 외는 기도문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도문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믿는 모든 교리가 삼위일체의 신비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든 교리를 믿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름으로" 하는 것은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서, 나 혼자서, 내 힘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겠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아멘"이라는 말은 '확실한, 진실로, 그렇게 되기를'이란 의미가 있는데, 우리가 아멘이라고 기도의 끝을 맺는 것은 위의 기도문을 확실히 믿는다는 것이고, 또 그렇게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성호경을 교회 안에서 전례를 거행할 때나,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일을 하거나 시작과 끝에 하는데, 그것을 하는 2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유는 우리가 하는 성호경에는 우리의 신앙고백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성호경을 할 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부르지만 삼위일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고, 모든 교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에 그대로 믿고, 따르겠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신앙고백을 통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이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외적인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나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다"라고 표시하기 위해 십자성호를 긋는 것이고, 누구든지 십자성호를 그을 때 우리는 그가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즉시 알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나는 그리스도인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우리가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진리를 되새기고, 우리 역시 그렇게 살기를 결심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십자가를 구원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으로 우리 인류를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성호를 그음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그분의 업적을 되새기며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자성호는 그리스도를 의미하고, 성스러운 것이기에 이 십자성호를 그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고 영육에 대한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께 받은 특별한 권리로써 성호경을 정성 되이 바치는 사람에게는 3년 한대사를 주고, 성수를 찍어서 할 때는 7년 한대사를 베풀고 있습니다.
이 십자성호는 작은 십자성호와 큰 십자성호 2가지 있는데, 작은 십자성호는 우리가 복음 전에 엄지손가락으로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 표시를 하는 성호인데, 이마에 긋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머리에 잘 담아 기억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남에게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입술에 십자를 긋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남에게 전하겠다는 뜻이고, 가슴에 긋는 것은 그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간직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우리가 큰 십자성호 때 손으로 머리를 짚는 것은 내 모든 지혜를 다 한다는 것이고, 가슴을 짚는 것은 내 모든 정성을 다 한다는 것이고, 양어깨를 짚는 것은 내 모든 힘을 다하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이 작은 십자성호는 초대교회 때부터 유래되었고, 우리가 많이 쓰는 큰 십자성호는 11세기경에 온 교회에서 쓰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 십자성호는 초대교회 때부터 성세성사와 견진성사 때 그리고 사람과 물건을 축복하는데 사용되었고, 또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을 성화하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혹과 시련이 닥칠 때 용기를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으며, 박해시기에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서로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십자성호를 긋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십자성호는 먼저 왼손을 가슴에 붙이고 바른 손가락을 모두 펴 한데 모은 다음 이마에서 '성부와'를 하고, 가슴에서 '성자와'를 합니다. 그리고 왼편 어깨에서 '성령의' 바른편 어깨에서 '이름으로'라고 하며 두 손을 합장한 다음 '아멘'하면 됩니다. 그런데 합장한 두 손은 가슴에 대지 말고 손가락을 펴 모으고, 바른 손 엄지손가락은 왼손 엄지손가락 위에 십자형을 이루어 겹쳐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의 끝 부분은 자연스럽게 위로 약간 쳐들면 됩니다.
다시 간단히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성호경은 우리의 신앙고백이며,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 성호경을 통해 많은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십자성호를 커다란 존경심을 가지고, 천천히 정성되이 드려야 할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기쁘고 힘이 되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이 있건 없건 우리는 자신 있게 십자성호를 떳떳이 그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