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롤

2005. 4. 6. 오후 1:08:18

글자
주님! 우리 파파를 돌보소서

하얀 수단과 해맑은 미소가 우리 가슴에 아직 아슴한데
파파가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피정 내내 눈물이 나더이다.
더러는 흑~ 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자매님도 있었지만 다들 침착하게
그분을 위해 묵주를 넘기며 눈가에는 촉촉하게 이슬이 맺히더군요.
피정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명동 성당 교황님 빈소에 갔지요. 휴일 늦은 밤인데도 많은 신자들이 줄지어 문상을 했습니다.
빈소가 차려진 좁은 지하 소성당에는 연도소리가 흡사 파파가 가시는 길에 아름다운 꽃송이를 뿌리고 있는 듯 낭랑하게 울렸습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분향 순서를 기다리는 가족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우 신자들이 조심스레 줄을 서서 분향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팔순이 넘은 지긋한 분은 힘차게 쏟아지는 성인호칭 기도에 쫒아오느라 땀을 흘리네요.
명동에서 막 데이트를 즐기다 온 듯 젊은 연인들도 서투르게 문상 절차를 따라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을까요?
누가 한 마음으로 떠나가는 사람을 가슴 아파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게 하는 걸까요?
누가,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걸가요.
세상사 이별이란 어떤 경우든 다 애석한 거 겠지만요...

넉넉해 뵈는 파파가 가득 미소를 띤 영정 앞에서 깊게 머리 숙이며 이별을 슬퍼합니다. 두 뺨 위로 타고 흐르는 눈물에 가슴 아파하면서 이렇듯 누구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교황님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말예요.
이렇게 작별의 시간에 서서 비로서 우리가 그분을 사랑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밤이 늦은 탓인가, 스무명 남짓한 우리의 연도 소리는 그분의 영정 앞을 타고 흘러서 고즈녁한 봄밤, 그 하늘을 타고 올라가네요.
어디선가 백목련이 가지마다 맺힌 꽃봉우리를 터트리겠지요. 이 좋은 봄날에....

참으로 하느님은 신묘하신 분이세요. 깊은 어둠에 잠기었던 사순을 끝내고 부활과 함께 우리에게 선듯 다가온 봄날에, 생명을 실감하는 화창한 봄날에 그분을 거두어 가시다니 말예요. 가시는 분도 보내는 우리도 마음 가벼이 보낼 수 있어 좋네요.
오늘 신문 첫 장에 허리 구부정해 보여서 좀은 쓸쓸해 보이는 파파가 이렇게 작별의 메시지를 남겼다네요.
"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울지 말고 우리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
정말이지 세상의 그늘에서 소외받고 슬프게 살아가는 분들의 뺨에서 눈물 거두어 주시기를 마음 합쳐 기도해야겠습니다. 이게 우리에게 남겨진 모두의 몫이지요.

걱정 하나.
구부정하게 고개 숙이고 지팡이 짚고 걸어가시는 파파가 언제즈음이면 하늘나라에 당도하실건지? 하늘나라는 멀고 멀다는 데 혹시 허기질까 노자성체는 든든히 자시고 길 떠나셨을까?

걱정 둘.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일이 걱정 되어 길은 어찌 떠나실가?
파파 걱정 마세요. 남은 우리 잘 할게요. 더 많이 기도하고 베품을 실천할게요.

걱정 셋.
요한 사도와 바울로 사도께서 저리도 곱게 핀 백목련 한아름 따서 가시는 길에 뿌려 주셨음. 아니 천사가 이끄는 마차라도 보내 주시면 안될까? 일정이 너무 지체되면 이제나 하고 기다리시던 성모님 목 빠질건데....

다음, 파파가 하늘나라 가시면 누구를 제일 먼져 찾아 보실까?
내 생각 하나.
예수님, 성모님,하느님? 당연한 대답은 빼고,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대신 굶어 죽어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신 콜베신부님이 아닐까? KBS 특집에서 교황 선출 후 제일 먼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시더군요. 콜베 신부님이 갇혀 계시던 감방에 화환을 놓고 오래 기도하시던 교황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좁디 좁고 누추한 창살이 버티고 선 감방 안에서 별 말씀 없이 오래오래 고개 숙이고 콜베신부님을 추모하시던 그 모습이..... 제 추측이 맞을가요?

내 생각 둘.
그 다음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아닐까? 어쩜 오누이 처럼 환하게 주름진 얼굴 모습하며 넉넉한 미소가 ... 두 분이 만났을 때, 파파께서 주름진 수녀님 얼굴을 쓰다듬으시던 모습. 두 분이 파안대소하시던 모습이 얼마나 우리를 따뜻하게 했는지 모릅니다.

그 다음은요... 생각나는대로 교우님들 올려주시면..

이제 파파와 작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굿바이, 카롤"

"굿바이, 카롤 보이티와"

...............아무래도
" 잘 가세요, 파파"
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분은 우리나라를 사랑하셔서 한국말도 배우셨다니....

아무래도 인간의 말이 가진 한계 때문에 교황님을 보내는 애석함과 안타까움의 만분지 일이라도 표현할 수 없음이 또 안타깝네요.
교우님들, 함께 기도를 바치며 그분을 편히 보내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댓글 1

  • 2005년 4월 6일 오후 10:30

    교황님께서는 당신께서 이 세상에서 하셔야할 모든 일을 마치시고 행복하게 주님의 품 안에 안기셨습니다, 주여 그분에에 평화의 안식을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