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약은 집사의 비유( 루카16,1-8)

2019. 11. 8. 오전 4: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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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약은 집사의 비유( 루카16,1-8)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한다. (로마15,14-21)
14 나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 자신도 선의로 가득하고  온갖 지식으로 충만할 뿐만 아니라 서로 타이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5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에 힘입어  여러분의 기억을 새롭게 하려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대담하게 썼습니다.
16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18 사실 다른 민족들이 순종하게 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통하여 이룩하신 일 외에는, 내가 감히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 일은 말과 행동으로,
19 표징과 이적의 힘으로, 하느님 영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였습니다.
20 이와 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남이 닦아 놓은 기초 위에 집을 짓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21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에 관하여 전해 들은 적 없는 자들이 보고  그의 소문을 들어 본 적 없는 자들이 깨달으리라.”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 2 참조)
◎ 주님은 당신 구원을 민족들의 눈앞에 드러내셨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예수님께서는 약은 집사의 비유를 드시며,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고 하신다. ( 루카16,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4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제1독서 (로마15,14-21)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16)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15장 16절에서 21절까지 이방인의 사도로서

이방인을 위한 자신의 선교 활동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것은 로마 교회 신도들이 자신에 대해 좀 더 앎으로써

자신이 비록 그들과 얼굴을 대하지 못했지만,

편지를 써서 권면할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바오로는 먼저 자신이 이방인을 위한 복음의 일꾼으로서

사제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종'으로 번역된 '레이투르곤'(leiturgon)의 원형 '레이투르고스'(leiturgos)

'백성'을 뜻하는 '라오스'(laos)와 ''을 뜻하는 '에르곤'에서 유래한 단어로

기본적 의미는 '자신을 희생하여 공적인 일을 행하는 사람'이며,

정치적이고 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70인역(LXX)에서 이러한 단어들은 거의 모두가 성전에서의 사제들과

레위인들의 직무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고, 특히 사제의 직무와 제사의식을

기술하는 단락에서 나타난다.

 

사도 바오로는 특히 하느님의 일을 위해 성별(聖別)된 자들에게 사용되는

이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특별한 임무를 밝힌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자신의 직분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으로 인식했으며,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희랍 사람들이 종이 된다는 것을 치욕과 불명예로 생각한 것과는 대조가 된다.

 

한편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종됨이 하느님의 복음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사제직'에 해당하는 '히에루르군타'(hierurgunta)의 원형 '히에루르게오'(hierurgeo)

'사제의 직무를 수행하다',  또는 '사제직 수행으로 봉사하다'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사도 바오로가 이방인의 사도로서의 복음 선교를

마치 구약 시대의 사제와 같은 직무로 인식한 것을 보여준다.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복음으로 얻은 이방인들의 열매,

즉 이방인 회심자들을 하느님께 신성히 바쳐 드리는,

즉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산 제사의 삶을 살도록 헌신케 하는

귀한 사목을 하고 있음을 자각했던 것이다.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

 

복음의 사제인 사도 바오로가 하느님께 드린 제물이

바로 다른 민족들, 즉 이방인들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도 바오로는 자신을 가리켜서 이방인들이라는 제물을

하느님께 바치는 사제로서 표현한 것이다.

 

사제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때에는

반드시 제물을 가지고 가야 한다.

 

이러한 구약의 제사 제도를 잘 아는 사도 바오로가

자신과 이방인들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한 것은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하느님과 이방인들을 화해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직무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사도 바오로가 이방인들을 제물로 하느님께 바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먼저 하느님 밖에 있던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들이 회심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는 것이다.

 

둘째, 그렇게 회심한 이방인들로 하여금 거룩한 산 제사의 삶,

하느님과 성령으로 통교하는 신령한 예배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로마12,1-2).

 

하느님께 바쳐지는 제물은 흠이 없어야 한다(레위1,3).

사도 바오로는 바로 이방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흠없는 제물이 되게 하여

하느님께 기꺼이 받으시도록 하려는 것이다.

 

한편, 여기서 '거룩하게 되어'로 번역된 '헤기아스메네'(hegiasmene)

'거룩하게 하다', '성별하여 봉헌하다'는 뜻을 가진

'하기아조'(hagiazo)의 완료 수동태 분사이다.

희랍어에서 완료형과거에 이미 이루어진 일이 계속 지속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됨을 나타내는 시제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리스도의 구속 성혈의 공로를 믿음으로써 이루어진

거룩함이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에 강조점이 있다.

 

또한 수동태가 사용된 것은 이러한 거룩함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신적인 은혜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는 성령과의 관련성이 암시되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1코린6,11).

예수님을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성령께서 내려오시며(사도2,38),

이 사람들은 성령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게 됨'을 얻어 입음으로써,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흠없는 합당한 제물이 되는 것이다.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복음(루카16,1-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8ㄱㄴ)

 

집사는 여전히 불의한 상태로 남아 있었으며, 오히려 더 큰 불의를

저질렀지만, 주인은 이 집사를 칭찬하였다.

 

여기서 주인이 칭찬한 것은 집사의 도덕적인 부분이 아니라,

앞날을 대비하고 지혜롭게 처신한 행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불의한 집사자신의 앞날을 위해,

재물을 지혜롭게 사용하고 있는 데 비해, 오히려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은

하느님의 백성들은 영원한 거처를 준비하는 일에 인색하고 무지하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들어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땅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외에는 관심이 없는 '세상의' 집사들도

이렇게 교활할 정도로 민첩하고 영리하게 미래의 상황을 대처하는데,

하물며 영원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하느님의 집사들도 적어도

이 정도의 지혜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책망과 더불어

교훈이 이 구절에 담겨져 있다.

 

여기서 '영리하게'로 번역된 '프로니모스'(phronimos; wisely; shrewdly)

'신중하게', '사려깊게'라는 뜻인데, 어떤 이익 등을 위해 약삭빠르고

신중하게 신경을 쓴다는 의미로 복음서에서 사용된다.

 

불의한 집사는 위기에 직면하여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미래의 호구지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보였다.

 

어떤 학자들은 이 구절에 대해 하느님의 임박한 종말 심판을 앞둔

그리스도인들이 심판 이후에 거처하게 될 복된 처소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주어진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반드시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한편, 지금까지는 집사를 수식하는 말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본절에 이르러

'불의한' 이라고 번역된 '아디키아스'(adikias; unjust; dishonest)라는

단어를 쓴 것은 오히려 집사의 지혜를 더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원형인 '아디키아'(adikia)는 주로 하느님의 법에 불순종하는 것

(로마1,18)과 하느님을 거부하고 적대하는 죄(1요한1,9; 5,17)를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서의 이 집사의 불의는 그의 직책과 관련하여 나온 것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집사직을 소홀히 함으로써, 주인의 뜻에 불순종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도 빚을 탕감받는 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물이 예전처럼 낭비되고 있기에

주인에게 집사는 여전히 불의한 사람이다.

 

하지만 집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앞날을 대비하여 민첩하게 처신하고

있는 그 모습만큼은 영리한 대처이기에, 칭찬받을 만한 것이 되는 것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 나오는 집사 이야기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주인의 재산에 해를 입히는 일종의 ‘배임죄’를 저지르는 약은 집사가 주인에게 도리어 칭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문맥 안에서, 특별히 루카 복음의 신학 안에서 면밀히 읽어 보면 그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납니다.루카 복음서에서 재물은 하느님에게서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불의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보다 재물에 더 기대어 살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재물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는 그것들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여 ‘친구들을 만들기 위함’입니다(루카 16,9 참조).
그래서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루카 16,14)처럼 재물을 마음대로,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해서는 안 되고, 이웃을 위하여 내놓음으로써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면서도, 자신이 관리하는 재산으로 이웃을 돕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그 집사를 관리인 자리에서 내쫓으려 합니다. 그제야 집사는, 비록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물의 본디 목적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 곧 주인에게 빚진 이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을 시작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복음을 전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자랑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자랑하니 다소 어색하게 여겨질 만도 합니다만, 보통 바오로 사도가 무엇인가를 자랑할 때면 대개 자신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를 자랑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위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낸 사람입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기에 기꺼이 하느님과 이웃을 위하여 내어놓은 사람입니다. 정말 올바른 집사의 모습을 지닌 사람입니다.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라고 맡기신, 본디 내 것이 아닌 하느님의 재물은 무엇인지 묵상해 봅시다.
 (염철호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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