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입니다..

2000. 3. 27. 오전 1:38:54

글자

한강 본당에 도착한 시간 정확히 1시 29분...

’삼각지 타임’이란 악명높은 구습을 타파하고 정시 도착이라는 놀라운 개가를 올린데에는...

교사 연수가 1시라고 거짓말을 한 전략이 실효를 거두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도 고해성사 봐야 하나요? 죄라는 생각은 아직도 안듭니다만...)

하지만 신입교사 전원 참석!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그리고 연수 동안 엄청난 수의 교사들에게 압도되어 다소 얌전해진 신입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름대로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신입들이 정말 귀여워 미칠 뻔 했습니다..(예쁜 녀석들.. 내가 8살 때 시집을 갔으면 너희만한 자식이 있다...)

 

본당에 돌아오니 중고등부 미사가 한창이더군요.. 12명의 교사들...

미사 끝나고 저희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오랜만에 정말 교사 많군.. 우리 회식이나 할까..?

 

이런... 감읍, 또 감읍이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부님의 말씀.. 사제관 2층 비었으니까 고기나 구워먹지.. 음식 준비 알아서 해봐..

 

신부님께서 하사하신 금일봉을 손에 쥐고, 회합 들어간 중고등부를 대신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한시간 동안 음식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오늘 초등부 연수에 와 보신 분들 다 아시겠지만 오늘 저희 본당 초등부... 어디 음식할만한 교사가 있었습니까..(00학번으로만 4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남교사가 3명입니다.)

집에서도 서럽거늘 성당에서까지 주부의 삶을 살다니...

호박을 썰며, 감자를 썰며, 팽이버섯을 다듬으며...

내가 밥 하고 된장찌개 끓일 학번이냐.. 언제까지 교사단 식순이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냐..

쫑알거리며 귀하신 중고등부 교사들 먹이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중고등부는 들으렸다.. 정녕 초등부가 봉이냐.. 밥 차려줬으면 됐지 후식까지 찾는 것은 무슨 경우냔 말이냐..)

외식을 반기는 주부들의 성향이 십분 이해 가더군요.. 그냥 웬만하면 나가서 소주나 마시면 좋을 것을...

게다가 얄미운 중고등부의 "야..꼭 MT 온 것 같다.." 의 멘트를 들으며 울분을 삭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저희 신부님께서 안고 오신 양주 2병과 마주앙...

간만에 고급스런 술을 마시며 왜이리 이완이 되는지..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도다..라는 찬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마지막에 확인사살을 하시는 무서운 저희 신부님...

야... 이렇게 성당에서 만들어 먹으니까 좋네.. 이제 고기는 질리니까 다음번에는 해산물로 나가보자.. 아구찜이나 매운탕 어때?

 

헉... 설마 아구찜이나 매운탕을 만들라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이러다가 학교 때려치고 식복사로 나서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즐거운 한 때였습니다..

삼각지... 진정코 HAPPY 합니다..

 

p/s  오늘 연수 정말 좋~았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1지구 모임방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