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

2000. 5. 24. 오전 1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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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체육대회 준비 마지막 모임을 가졌습니다.

준비물을 체크하고, 티셔츠를 확인하는 등등 몇 가지를 최종 점검했지요.

"비가 오면" 어쩌겠느냐는 제 질문에 많은 본당의 교감 선생님들이 "당연히 연기"를 외치셨지요. 취소하자는 선생님들의 의견도 ’포기’가 아닌 고견이었습니다. 또 연기될 경우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본당도 있었구요. 어쨌든 ’우천시’야 일단 나중 일이고, 체육대회를 치르는 준비위원 선생님들의 각오는 실로 비장한 것이었습니다.

회합 후 뒷풀이 자리는 참...재미있었어요.

천정이 낮아 더 좁아 보이는 자리에 붙어 앉은 선생님들은, "어? 누구누구 갔네?"하며 동료 교사를 찾기도 했고, 한 팀이 된 본당의 선생님들과 팀웍을 다지기도 하고, 자연스레 모여앉은 70년대 초,중반 태생(?) 교사들끼리는 또 나름의 진한 술잔을 나누기도 하면서...

일찍 가신 분들, 서운해 마세요.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지구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실무자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교감 선생님들 간에, 그리고 어떤 교감 선생님과 회장단 간의 의견이 달라서 다소 힘든 회합이었지요.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옮기는데, 한 선생님이 와서 저에게 그랬습니다.

"회장하기 힘드시겠어요."

순간 저는 약점을 들킨 사람처럼 당황했습니다.

까짓, 이거 하나 못하고 지쳐있는 모습을 들켰나,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요.

황급히 씩씩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아냐, 뭐, 의견들이 다를 수도 있지. 다른 게 당연하지. 본당 회합만 해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건 지구잖아. 열 세 본당인데, 의견이 다른 거야 당연하지. 그리고 뭐 다, 더 잘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아시겠지만, 일은 다 재호 오빠가 하고, 뒷처리는 다 영정이가 하고, 싫은 소리 잔소리는 다 신부님이 하십니다. 저요? 저는 겁 없이 게으르기만 한 회장이지요. 그러니 회합 때 선생님들의 쓴 소리 듣는 일이라도 해야 덜 미안하지요.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어디서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까.

내가 어디서 800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을 만날까.

내가 어디서, 일하지도 않고 격려를 받을까.

내가 어디서....

 

준비위원 선생님들!

행사 마치고 인사하면 형식적인 인사가 되어버릴까봐,

먼저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 1지구 선생님들, 모두 멋쟁이예요.

행사 당일에 좋은 날씨 허락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 제 능력이 닿는 한 모든 1지구 선생님들을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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