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12호> 여는글(김지석 주교님)

2002. 3. 20. 오후 5:01:12

글자

여는글

 

김지석(원주교구 교구장, 주교님)

 

  선교는 일상 생활을 통하여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예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우리에게 주신 최상의 명령이며, 교회는 주님의 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복음 선교야말로 교회의 근본적 소명이기에 교회가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는 것입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14항 참조). 예수님의 구원 사업은 온 인류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예외 없이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룩하신 구원에 참여하도록 불린 것입니다. 교회의 역할은 모든 사람이 ‘구원’이란 이 귀중한 보화의 가치를 깨닫도록 일깨워 주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복음 선교입니다.

 

     개개인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참으로 다양한 동기와 방법으로 신앙을 받아들입니다. 한 사람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이지만 우리 신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그 사람이 받아들인 신앙이 올바로 자리잡고 성장하도록 지속적으로 보살펴야 합니다. 내가 받아들인 귀중한 신앙을 이웃에게 전하며 나누어 줄 때 나의 신앙은 더욱 견고해지는 것입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2항 참조). 신앙은 우리의 구체적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생활이 주님의 뜻 안에서 이뤄진다면 이것이 곧 신앙인의 생활이며 선교의 가장 효과적 방법인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성인 군자 같고 성당 문을 나서면 돌변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으로만 백성을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몸소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펴 주시며 그들과 함께 일상 생활에서 활동하셨듯이, 선교는 말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범적 삶의 증거를 통해서 해야 합니다.

     현대는 자기 선전 시대라고 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활동을 포함해서 회사나 단체의 우수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경쟁의 우위를 차지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 상품 선전을 잘 하느냐에 따라 판매의 승부가 결정됩니다. 좋은 상품이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아낌없이 광고에 투자할 것입니다. 또한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수치스러운 일이라면 감추겠지만, 명예스러운 일이라면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신자로서 가톨릭 신앙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생활하면서 알리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본당 사제 생활을 하던 당시 두 교사가 본당에 나왔습니다. 한 교사는 신자였고 다른 교사는 어렵게 성당을 찾아온 예비신자였습니다. 두 사람은 주일 미사 시간이 서로 달라서 몇 달이 지나도록 알지 못하다가 우연히 주일 낮 미사에서 만나게 되어 서로 반가워하였습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서로의 종교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신자 교사가 십자 성호와 식사 기도를 한 번이라도 보여 주었더라면 예비신자 교사를 좀더 일찍 신앙의 길로 인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이웃에게 멸시를 당하거나 더욱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시대가 아닙니다. 남들 앞에서 십자 성호를 떳떳하게 긋는 자세가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과대 광고나 허위 광고라면 해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자신의 신앙 광고 곧, 복음 선포를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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