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 오전 11:51:07

글자
 

나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그녀는 생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목덜미가 희다.

속 시원하게 얘기하자.

젖통도 근사하다.


파란불, 그녀가 움직였다.

“당신에게선 자스민 향기가 나는군요.”

그녀는 나를 똑바로 처다 보며 말했다.

그녀의 깊고 그윽한 눈에 내 모습이 비추이는 듯했다.

“제가 좋아하는 향수예요”

“저기 커피 샵이 있군요.”

“식후의 커피는 행복을 준답니다.”

“잘됐습니다.”


커피가 나왔다.

“자스민은 '신의 선물'이라는 뜻 이래요”

“당신이야말로 신이 만든 작품 입니다.”  

그녀의 볼이 발갛게 상기 되었다.

그녀가 속삭였다.

"배가 나왔군요.”

"37 인치입니다만.”

“뱃살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그는 메모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5인치만 빼세요.”


6개월쯤 후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탄성을 질렀다.

“정말로 대단하시 군요. 멋져요. 허리는 그만하면 됐어요.”

“고맙습니다.”


금년 여름은 장맛비로 무더위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예매권‘도가니’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다가 말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루저란 말 아세요?”

“네"

“키는 얼마나 되죠?”

“170입니다만.”

“키가 10센치만 더 크면 얼마나 멋있을까요.”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다시 전화 주세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잠깐만요” 난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이 극장표가 제 마지막 선물이 될 준 몰랐군요.”


그녀는 눈인사를 하곤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 곡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스커트가 리드미컬하게 흔들렸다.

문을 열고 나오자, 후드득 빗방울이 안경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확히 일주일후 문자가 왔다.

“오늘 오후5시 **극장에서 만나요

‘도가니’가 보고 싶어요. 함께요.”

전 케쥬얼을 좋아해요.”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영상이 망막을 덮었다.



2011 10 2

최득례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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