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의정부교구장 부활 메세지

2010. 4. 4. 오후 12:38:06

글자

2010년 의정부교구장 부활 메세지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부활 삼종기도)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경축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 믿음의 핵심이며 우리 희망의 바탕입니다.
문명은 더 편안하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더 행복하기보다는 더 큰 불안과 실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아도 제 2차 세계 대전 후에 독립된 100개가 넘는 나라 가운데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고 민주화를 성공시킨 유일한 나라로 전 세계가 감탄하며 우러러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불안함과 실망의 밑바닥에는 나 또는 우리만을 생각하고, 너 또는 타인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의 불편함이나 불행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의 소유나 인권까지도 망설임 없이 침범하는 사례를 너무나 자주 대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사조는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까지 무섭게 파도쳐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파도에 휩쓸려서도 안 되고 익사를 해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반드시 우리 눈앞에 모시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님은 죽음을 이기신 분이십니다. 인류 역사상 아무도 죽음에서 살아났거나 죽은 사람을 살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하신 분은 오로지 우리 주 예수님뿐이십니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도,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또 아무리 큰 재벌가라도, 아무리 위대한 지식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죽음에서 구해 줄 인간이나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죽음에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살리실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을 부당하게 재판하고 고문하고 끝내는 처형까지 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원수를 갚지 않으셨습니다. 재판할 권한도 없는 한나스,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판단한 카야파, 황제를 두려워하고 군중심리를 두려워하여 무죄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사형에 처한 빌라도, 호기심에 가득 차 예수님을 조롱하고 비웃은 헤로데, 군중심리에 휩쓸려 예수님의 고통을 가중시킨 무식한 군중...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앙갚음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을 잃고 절망 속에 헤매는 제자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빈 무덤가에서 외롭게 울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하여 실망 속에 걸어가고 있는 두 젊은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시고, 잡혀갈까 두려움에 싸여 문을 잠그고 있는 제자들을 찾아와 평화를 빌어 주기도 하시고, 밤새도록 헛수고만 하고 빈 배로 돌아오는 제자들을 위하여 따뜻한 아침 식사까지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시며 아둔한 제자들을 자상하게 보살피시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십자가의 길을 가실 때 키레네 사람 시몬의 도움을 고맙게 받아들이셨고, 베로니카에게 피땀으로 얼룩진 당신의 얼굴을 대주기도 하시고, 십자가에 못을 마구 박는 병사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간전한 기도를 바치시고, 뉘우치는 강도를 한없는 자비로 위로해 주시며 함께 죽음을 맞이하신 분이십니다. 또 성모님을 사도 요한에게, 요한을 성모님께 맡기시며 부탁하기도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고통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시는 동시에, 이 세상 고통은 반드시 끝이 있음을 일깨워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도 몸소 보여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의 모범을 따라 모든 고통과 시련을 극복할 때, 우리가 받을 상급인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확실하게 보증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을 하셨을 때도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현안들이 많았고,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의 영향력을 이용해 보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협박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시고 십자가의 길을 가셨고 부활의 영광을 보여 주셨습니다.
 
요사이 우리 교회도 정치적 이슈들로 여러 가지 형태의 유혹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교회가(특히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 많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이 우리 모두가 혹독한 고난을 받고 죽으셨다 부활하신 주님의 가신 길을 깊이깊이 묵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과 처신을 잘 살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예수님의 마음과 분별력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비추어 주시도록 우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드려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예수 부활 아니시면 구속사업 헛되도다!
(가톨릭 성가 134장)
천주교 의정부교구
교구장 이한택 요셉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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