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김선희 데레사라고 합니다. 아직 회원으로 가입이 안되어서 남편인 엄형규 분도의 이름을 빌려 이 글을 씁니다.
지난 번 설악산 산행에 이어 어제 두번째로 도봉산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7시 50분에 교대역 6번 출구에 모이기로 했는데 여러 다른 사정들이 있으셔서인지 10명의 단촐한 교우들이 함께 했어요. 남자 6명, 여자 4명 이렇게요.
절반은 지난 번 설악산 산행때 뵈었고 나머지는 처음 뵌 분이었습니다.
3호선을 타고 불광역에서 내려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갔는데 반갑게도 이곳은 2, 30년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잠시 젊은 시절의 영상들이 머리에 떠올랐어요. 개발이란 이름 아래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서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정경이지요. "어, 저기 서부다방이 아직도 있네. 40년은 됐을걸." 젊은 시절 군대생활을 서부전선에서 보낸 남자분들이 누구보다 반가와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송추유원지 까지 가는 길은 군부대와 예비군 훈련장이 이따금 눈에 띌 뿐
푸른 자연이 싱그럽게 이어져 있어 마치 소풍 가는 길 같았어요.
버스에서 내려 계곡을 끼고 한참 걸었어요. 가뭄 탓인지 계곡옆에 늘어서 있는 음식점들은 개점휴업인 듯 했습니다.
북한산 관리사무소 입구에서 2.1km를 걸어 여성봉으로 향한다고 시몬회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사전지식이 없던 제게는 산 이름이 좀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남성봉은 없어요? 하려다가 꾹 참았습니다. 처음엔 나무숲 속으로 난 흙길(돌멩이가 좀 있었지만)을 걸으며 오늘 코스는 쉬운가보다 하고 안심했지요. 그러나 바람도 없고 비 오기 전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 조금씩 힘들어졌습니다. 마침 도중에 바람이 통하는 괜찮은 곳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먼저 쉬던 젊은 부부가 우릴 보고는 엉겨주춤 몸울 일으키려 했어요. 그러자 암브로시오 형제님께서 "그만 방 빼세요."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또 다시 산행을 하다가 제법 넓고 시원한 곳을 발견하곤 준비해 온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었습니다. 우리는 이명인 시몬 회장님의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따라 바람 속의 주, 사랑의 송가, 주여 임하소서 를 함께 불렀어요.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길 옆으로 물러나서 노래했는데 지나가는 젊은 부부와 또 다른 분들이 성가를 속으로 따라 부르는
걸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의기양양해져서 마치 '하느님, 보세요. 이렇게 천주교 신자가 많네요.' 하는 기분이 들어 우쭐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께 싸인을 보내고 싶었어요. 저는 세번이나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마틸다가 깜짝 놀라 제게 와서 성가 부르는 중에 웬일이냐는 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봉이 가까워질 수록 길은 점점 가파라져서 우리는 더위와 땀과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쇠줄을 잡고 가야 될 만큼 험한 곳도 여러 곳 있었지요.
머리속에서 쿵덕 쿵덕 하는 소리를 들으며 마침내 여성봉에 닿았습니다. 미리 상상을 해서인지 그다지 에로틱하지도 않았어요. 바위가 반들반들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여성봉 바위로 올라갔습니다. 바위를 오르니 반대편은 꽤 너른 곳이어서 여기 저기 많은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념촬영도 하고 회장님이 준비한 캔 맥주와 넛트를 먹으며 눈앞이 확 트인 산 아래 경치를 즐겼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잠시 쉬니 이게 바로 낙원 아닐까 싶었지요. 이곳 까지는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옆으로 보이는 오봉까지는 약 1.2km. 오봉은 말 그대로 5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데 모양이 제법 근사해서 스케치하고 싶은 맘이 났어요. 한참을 나무 숲 속으로 난 좁은 길을 편하게 걷다 마지막 부분은 좀 힘들었어요. 오봉에서 잠시 쉬고 오봉샘으로 향했어요. 12시 반이 넘어가니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점심식사는 오봉샘에서 먹는다고 해서 참고 걷는데 나무사이에서 너무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와! 새 소리가 너무 예쁘네요." 저는 감탄을 연발했어요. 자연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오감을 남보다 많이 주신 주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오봉샘 까지는 나무들로 꽉 차 하늘이 안보이는 시원한 내리막길이었습니다. 길에는 돌멩이 대신 낙엽들로 뒤덮여 푹신한 느낌 마저 주었습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우리의 삶과 많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 주저앉아 버릴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 싶게 평탄한 길과 시원한 바람이 우릴 맞기도 하고. 땀을 흘리지 않으면 정상에서의 쾌감도 결코 안겨주지 않는 삶의 엄연한 진리가 그곳에 있습니다.
오봉샘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 모여 앉아 점심을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도 둥글게 앉아 맛있는 점심을 먹었어요. 설악산 갔을 때는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먹었는데 일행이 조촐하니까 밥도 함께 모여 앉아 먹고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어 훨씬 친해진 것 같았어요.
도중에 쉬면서 바람속의 주와 또다른 성가들을 불렀습니다. 단장님의 하나 둘 셋 넷 하는 구령은 언제 들어도 구수하고 정겨웠어요.
계곡 물이 말라서 내려 오는 길은 운치가 덜했지만 무더위 속에서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뿌듯했어요. 더구나 저는 최근들어 등산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번 설악산과 이번 도봉산 산행을 통해 조금 자신감을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직장이나 친구들과의 산행에서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가 대산회 산행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우리 사이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음식점과 등산복 가게들이 즐비한 도봉산 입구를 내려와 우리는 어느 노천 식당에 들러 시원한 생맥주와 파전, 감자전을 들며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무더웠지만 아름다웠던 산행에 함께 한 대산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사정이 허락하는 한 자주 동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7년 6월 24일 늦은 밤에, 김 선희 소화데레사
6월 23일 도봉산 산행기
2007. 6. 25. 오전 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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