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산행기 - 허형석 프란치스코

2007. 2. 1. 오후 7:31:10

글자
                                              *대산회 2007년 제1차 검단산 산행기      

 

 

    동쪽은 태양이 뜨는 곳이어서 대망을 뜻한다. 대산회의 2007년도 제1차  산행지가 서울 동쪽에 있는 검단산이었다. 동쪽의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검단산은  대산회 회원에게 올해 첫 산행지로서는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능선에 오르면 발 아래로 팔당호의 광경이 눈앞에 장쾌하게 펼쳐진다. 하느님께 대망을 빌기로는 아주 좋은  장소다. 27년전 쯤 다른 코스로 올랐던 검단산은 시간이 오래된 관계로 사실상 초행길인 셈이어서 어서 빨리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7일을 기다렸다.

 

    이번 산행은 대중교통편을 이용했다. 참가자 25명은 교대역 6번 출구에 오전  8시에 모여 전철로 잠실역에 내린 뒤 다시 6번 출구에서 30-3번 버스를 타고 하남(河南)시의 검단산 입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대중교통편만을 이용해 이런  곳까지 그렇게 어렵지 않게 올 수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그렇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대산회 회원 일부가 미리 답사 산행을 했기 때문이다. 남의 희생과 봉사가  있어 내가 편할 수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느님과 주변 사람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려 한다. 이 세상의 무슨 일인들 그렇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산행을 약간 하다가 준비 체조를 했다. 마티아 형제께서 나오셔서 ROTC 장교 시절의 국군 도수(徒手)체조를 선보였다. 의외로 온몸을 움직여 주는 체조였다.  일부 형제님들은 20-40년 전에 하던 도수체조에 군대생활을 회상했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냐고 형제께 물었다. 마티아 형제께서 지휘자를 하며 사병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가 몸에 익었다고 말했다.

 

    검단산은 가파른 산이다. 거의 초장부터 가파른 길이 나온다. 봐주는 구간이 없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능선에 올라서야 숨을 돌릴 수가 있다. 가던 중에  나오는 시대의 선각자 유길준(兪吉濬) 묘소 앞이 그나마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대산회 산행자는 여기서 시몬 단장의 지시를 따라 성가 몇곡을 불렀다. 한참을 더  올라가니 능선에 이르렀다. 멀리 팔당호가 내려다 보였다. 그런데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 호수가 뚜렷이 보이질 않았다. 발품을 팔았는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타고 정상 쪽을 향하다가 간식을 먹는 휴식 시간을 냈다. 준비해 온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씨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포근한 편이었다. 정상 높이라 찬 바람이 가끔 느껴졌다. 초입부터  정상까지  거의 두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중간에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상 부근은 날씨가 추운지 눈이 녹지 않았다. 응달 지역은 제법 눈이  많았다. 그런대로 설경이라고 말해도 괜찮았다. 이렇게 계절마다 바뀌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산을 찾는 지도 모른다. 동쪽을 보니 검단산을 이루는 산괴(山塊)가  적은 편은 아니다. 검단산이 살짝 보여준 조그맣고 아름다운 설경에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꼭대기에 도착했다.

    

    정상은 즐거운 곳이다. 일단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이 기분좋은  마음으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조선일보의 소장 기자 수십명이 사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와 같이 근무하다 조선일보로 간 이가 인솔자로 거기에 있어 그  젊은이들이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을 알았다. 일행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한 시간이나 먼저 그곳에 가서 일행을 기다리던 형제분도 계셨다. 참가자들은 <검단산>이라는 표지석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박종범 감독님께서 수고를 하셨다.

 

    대산회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데도 젊은이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내가 저 나이라면 더 멋있고 훌륭한 일을 할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내가 젊은 시절을 후회없게 살지 못한 반성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일단의 청년이 젊은 날에 산에 오르며 동료애를 다지는 모습이 아주 좋아 보였다.

 

    그러나 생각을 곧 바꾸었다. 그 이유는 올라오면서 본 산의 모습 때문이다.  산은 계절을 따라 모습을 바꾼다. 여러 모습은 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녹음을 자랑하는 여름이나 조선시대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를 연상시키는 현재의 겨울도 모두 아름답다. 세월을 따라 모습을 바꾸는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어찌 한 때의 모습과 생각만이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더구나 우리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는 인간의 어느 한 면과 한 때만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산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수터에서 물을  마신 뒤 현충탑에서 휴식하며 사진을 찍었다. 주보에도 나온 '청솔갈매기살'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 눈이 살짝 내렸다. 뒤를 돌아다 보니 검단산이 낮은 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관악산이나 청계산보다는 해발 고도가 높았다.

 

    뒷풀이는 마무리의 하이라이트다. 사실 이런 모임이 없다면 산행 참가자가 훨씬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산행 후라 그런지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이 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몬 단장께서 항상 준비하시는 미국산 포도주와 함께 먹는  갈매기살은 일품이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소주가 없었다. 소주 서너병을 주문했다. 몇몇 형제분들에게 소주 몇잔이 없으면 뒷풀이가 있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반성할 점도 있었다. 30-3번 버스를 타고 잠실역으로 가다가 성가를  불렀다. 어느 승객이 일어나 시끄럽다며 우리 일행에게 항의했다. 그분의 지적이 지당했다. 공공장소는 성당 사람뿐만 아니라 타인도 사용하는 곳이다. 다른 종교를 갖거나 종교를 갖지 않은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한다면 앞으로는 공공 장소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성가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반포4동  성당의 입구 벽면에 있는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  우리  행실을 보고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다는 내용이다.

 

                                                   2007년 1월 31일 허형석 프란치스코

댓글 1

  • 2007년 2월 2일 오전 8:41

    형제님 수고 하셨습니다 ! 시내버스 속에서 성가는 옥의티 였지요. ! 앞으로 산행중에 성가도 장소등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기행글.좋은영상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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