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신부의 고백성사>

2007. 10. 10. 오전 11:44:04

글자
<못된 신부의 고백성사>






요즘 우리 성당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첫 영성체 준비가 한창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야, 저렇게 말썽꾸리기 녀석들에게
도대체 무슨 교리를 가르치고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겠노... 싶다가도,
그래도 이 아이들과 뭐라도 한 번 해보려 씨름하시는
수녀님과 선생님들 덕에 한 달쯤 지나고 나면, 그 악동들이
그나마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 천사들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지경입니다.

어제는 첫영성체 꼬맹이들이 첫 고백성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이제 겨우 열 살에서 열두 살짜리들이 죄를 지어봤자
무슨 놈의 죄를 짜달시리 지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 아이들 난생처음
하느님 앞에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는 일이라
하나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개발새발 적어온 종이를 바라보며
파르르 떨며 자기의 죄를 숨죽여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끽해봐야 부모님 말씀 안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고...
뭐 그 정도가 대부분인 죄를 그래도 이렇게 고백하고
또 스스로 뉘우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라면 축복인 셈이다... 싶으면서도,
한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똑같은 죄를
반복해서 듣고 앉아 있는 일도 실실 재미가 없어져,
실컷 죄를 고백한 한 녀석에게 대뜸 제가 그랬습니다.

"야. 닌 뭔 죄를 그렇게나 많이 지었노?"
저의 예상치 못한 질책에 그 녀석이 뜨끔했던지...
"예... 잘..못..했.습..니.다아..."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못된 재미가 붙은 저는 그 아이를 더 몰아쳤습니다.
"니가 그리 살아서 되 것나? 안 되것나? 이야기 함 해봐라!"
녀석을 다그치자
그 꼬맹이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 되어,
"이래 살면 안 되겠습니다..."

참 못된 신부지요...
지부터 이래 살면 안될 인간이
어만 아이를 붙잡고 생 눈물을 뽑고 있으니
하느님께 혼이 나도 단단히 혼이 나야될 일이지요.
어쨌든 수습은 해야 할 것 같아,
"그래, 이래 살아서 안 될 것 같으면, 뭐부터 한 번 고쳐 볼라카노?"
아마 자기가 써온 종이의 죄들을 쭈욱 훑어 내리느라
한참 대답이 없던 녀석이 그럽니다.
"이제부터는 친구들을 때리지 않겠습니다."

기왕 받은 탄력 그것만으로 끝낼 수 있나요?
다시 한 번 더 몰아쳤지요.
"꼴랑 그거 하나만?"
"아니오. 거짓말도 안 하겠습니다."
"그래, 니 신부님하고 약속했데이... 꼭 지켜라. 알것나?"
자기를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내 보내줄 기색이 보이자
녀석의 대답은 씩씩해집니다.
"네!"

자고로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는 아이는 더 야단치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마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반복되는 인간의 통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당신의 그 사랑을 이어가시나 봅니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바로 이것이겠지요.
아파하고 결심하고 화해하는 것...
우리 첫 영성체 아이들에게도 이 사랑의 도(道)를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못된 신부 만나 아이들만 고생입니다.
아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자유 게시판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