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는 하느님께서...

2008. 4. 22. 오후 4:40:46

글자
일전에 서울가는 차안에서 사회사목국 신부님이 독지가를 기다린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저는 34번가의 기적을 꿈꾼다'고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집은 커녕 방 한칸 고치기도 이리 힘들줄 몰랐습니다.
주머니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행정처리해야 하는 빠뜻함 속에서 공사할 사람을 선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수녀원 보수공사를 하신 분이 저렴한 가격으로 해주신다고 하여 견적서를 받아놓고 구청감사가 끝나는 다음날 공사를 하기로 약속하고는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는지...
이제 제습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고 방을 꾸며 아이들이 곰팡내 나지 않는 방에서 놀수 있겠다 싶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 공사하기로 한 날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습니다.
공동체 경리수녀님은 이런 날도 공사는 가능했다하셨지만 정작 인부들은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했습니다.
대답은 너무나 의외였습니다. 제가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아 공사를 안하는줄 알았다고 하더니, 이곳 전화번호를 몰랐다는 말에 놀랍고 화가 났습니다. 기대한 그 이상으로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날은 혼자 주간근무를 하는 날이었기에 아이들은 더 북새통같았습니다. 우와~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끙끙!!
이 아저씨 아니면 공사가 제대로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은 더 이상 신뢰심을 제가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얼마 안되는 공사이기에 그랬을 거라는 추측들...
내겐 백만원 쓰는 것도 쉽지않은데 말이죠.
다시 찾아본 한 사람은 견적을 내러 온다고 했지만 나타나지 않았고, 그 다음 사람은 방도 보고 갔지만 세금계산서를 끊을 수 없다고 하며 공사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방바닥을 깨놓고가서는 말이죠.
이미 바닥의 일부분은 깨져 있는 상황에서 관이 터져 붉은 물이 쏟아져내리는데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지요.
그리고는 보일러상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주일 아침에 방문하겠다고 했기에 아침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용자 없는 빈 집에 들어가 아저씨를 기다렸어요.
아저씨가 약속시간에 지각... 그나마 다행이지요. 와주었으니까요.
그리구요. 너무나 간단히 공사가 끝났어요. 방 전체를 걷어내지 않고 보일러  입출구 부분만 깨서 주름관 이음새만 교체했거든요. 기존의 것은 완전히 삭아서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으니 방이 그렇게 습기가 찰 수 밖에 없었음을 눈으로 확인을 했어요. 다른 방도 아마 이와 비슷하겠지요. 그래도 당장은 엄두가 나지 않아요.
숨을 좀 돌릴 시간이 제게 필요하거든요.
 
이 방에서 추가공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원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려는데 걸려온  전화 한 통~
'힘들지요?' 하는데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 콧날이 시큰했어요.
거제도에 사신다는,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인데 ...  후원금을 보내시겠다면서요.
생계비 걱정은 안해도 되게 됐어요.
 
공사가 왜이리 지연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백여만원을 들여 공사를 할 필요가 없었나봐요.
이런 공사를 혼자 이끌어 가려니 정말 힘이 들었어요.
지루한 몇달의 기다림...
공사한 날 걸려온 전화속의 위로의 말들...
 
저녁기도를 바치는데 결재는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말이 제 안에서 떠올랐어요.
정말 맞지요?
그동안 것들이 하느님 맘에 안차셨나봐요.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들을 찾을 때까지 하느님도 역시 기다리셨겠지요.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았어요.
감춰진 바닥의 물기도 말리고, 젖은 제 마음도 말리려구요.
하느님이 계셔 주셔서 너무나...
 
 

댓글 1

  • 2008년 4월 30일 오후 10:11

    수고 만땅 그런 줄 모르고 있었네...어쨋뜬 어려운 일 잘 치루었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