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없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2009. 2. 23. 오후 7:08:43

글자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산에서 내려와] 14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보니, 그 제자들이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 학자들과 논쟁하고 있었다. 15 마침 군중이 모두 예수님을 보고는 몹시 놀라며 달려와 인사하였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저들과 무슨 논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7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스승님, 벙어리 영이 들린 제 아들을 스승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18 어디에서건 그 영이 아이를 사로잡기만 하면 거꾸러뜨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제자들에게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

19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20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 영은 예수님을 보자 곧바로 아이를 뒤흔들어 댔다. 아이는 땅에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21 예수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릴 적부터입니다. 22 저 영이 자주 아이를 죽이려고 불 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졌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23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고 말씀하시자, 24 아이 아버지가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25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떼를 지어 달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을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26 그러자 그 영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마구 뒤흔들어 놓고 나가니, 아이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아이가 죽었구나.” 하였다. 27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28 그 뒤에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분께 따로,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29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믿음이 없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권고도 없이 스스로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동생들의 손을 잡고 시골의 작은 공소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벌써 54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몸도 약하고 자주 경기를 하면서도 천주교 요리문답 320조목을 외워 공부하면서 3년 만에 어머니와 동생들과 같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교회 안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노력하면서 살았습니다.

    교회의 각종 운동에도 참여하였고, 사목회 임원도 되었고, 평신도 운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본당에서 교리교사로 40년이나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아는 체도 많이 하였고, 교도소에도 교화위원으로 15년은 참여하였습니다. 피정이나 연수회에서 지도한다고 나서기도 하였고,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 많이 나서기도 하고, 봉사한다고 우쭐대면서 살기도 하였고, 강의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겁도 없이 매일 묵상도 하였고, 느낌도 표현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나의 신앙생활은 완전히 형편없는 생활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살았지만 내 삶은 조금도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엉터리 신자였다는 생각이 나를 많이 슬프게 합니다.

    추기경님은 당신 스스로를 ‘바보야’라고 부르시고, ‘대 죄인’이라고 칭하시며, 당신의 삶 속에서 잘못한 모든 것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시며 ‘죄인이기 때문에 은총을 더 베풀어 주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나 스스로 이대한 사람이라고 떠벌이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교만하고 위선적인 삶을 살았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은 반추(反芻)하는 동물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반추는 되새김질을 말하는 것이지만 되새김 없이 산 삶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주님의 말씀이나 올바른 가르침을 귀담아 듣지도 못하고, 세상의 헛된 것에 더 눈을 돌리며 살았으며, 말한 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말만 앞세운 귀머거리요 소경이며 벙어리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만한 생각이나 욕심으로 자신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탓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충고도 하면서 자기 합리화에 급급해서 정신없이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아픈 것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 고통을 통해서도 사람에게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을 역으로 해석하고 원망과 섭섭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살았던 삶이었고 믿음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공동체의 아름다운 정신을 깨닫지 못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아들에게 붙어있던 더러운 영을 떼어달라고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간청하는 아이 아버지와 같이 기도하고 고백하지도 못하였습니다.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믿음이 없는 저를 주님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알고,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께 내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이 결심이 며칠 동안 지속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길은 주님께 완전히 나를 맡기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주님, 저는 믿음이 없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제가 당신의 뜻에 조금이라도 따르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저의 눈과 귀를 열어주시고 저의 입을 열어주소서. 자비와 사랑의 주님!!


 

 

 

 

 

 

 

 

 

 

 

 

 

 

 

 

 

 

- 야고보 묵상- 

 

<주님,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9,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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