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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 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시인 이성복의 세 번째 시집 ‘그 여름의 끝’의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시이죠.
9월 7일은 풀잎에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였지만, ‘그 여름의 끝’ 백일홍처럼 하루 종일 뜨거웠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그 여름의 끝’이 아니라 한여름 날씨 같았습니다. 오늘도 전국에 20~30도의 늦더위가 이어진다는 기상청 예보입니다.
조상들은 백로에 요즘 같이 햇볕이 따가운 날씨를 최고로 쳤습니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고 해서 비가 내리면, 혹 곡식과 과일이 상할까, 햇볕이 내리쬐기를 기도했습니다.
조상들은 백로부터 추석까지의 기간을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 불렀습니다. 백로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기 때문이죠.
이 무렵 편지를 보낼 때에도 '포도순절에 기체 만강하시옵고'하며 운을 뗐습니다.
백로에는 집안의 맏며느리가 포도 한 송이를 통째로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자손을 보라는, 다산(多産)의 염원이 담긴 풍습이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불타는 태양, 푸른 포도와 백일홍이 잘 어울리는 늦여름입니다. 오늘은 포도 한 송이나 주스 한 잔으로 더위를 이기시는 것은 어떨까요? 포도는 각종 비타민과 유기산, 무기질이 풍부한 최고의 건강음식 중 하나입니다. 피로해소와 원기회복, 소화기 건강, 심장혈관 건강 등에 더없이 좋습니다. 오늘 약속이 있다면 독주(毒酒)나 폭탄주보다는 건강에 좋은 와인 한두 잔으로 좋은 자리 만드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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