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 종환 **

아녜스·2004. 8. 9. 오후 3:31:11

담 쟁 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서 손을 잡고 나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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