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사랑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아녜스·2004. 7. 29. 오후 5:30:14

 

 

그토록 사랑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얼굴을 뵌 적이 없기에 몰랐답니다.
음성을 들은 적이 없기에 몰랐답니다.
때마다 곁에 있지 않으셨기에 몰랐답니다.

아파도, 슬퍼도 반응이 없으시기에 몰랐답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찾아도 찾을 수 없기에 몰랐답니다.
보아줄 만했을 때 보아주지 않으셨기에 몰랐답니다.

칭찬할 만할 때 아무 말씀 없으셨기에 몰랐답니다.
하고픈 대로 해봐도 막지 않으셨기에 몰랐답니다.

숨은 듯 죄지어도 꾸지람이 없으셨기에 몰랐답니다.
알면서 또 일을 저질러도 간섭하지 않으셨기에 몰랐답니다.
내 탓으로 저지르고 오히려 당신을 원망했을 때에도 가만히 계셨기에 몰랐답니다.

너무나 조용하셨기에 몰랐답니다.
너무나 안 계신 듯 드러내지 않으셨기에 몰랐답니다.

너무나 없는 일인 듯 넘겨주셨기에 몰랐답니다.
너무나 참아주셨기에 몰랐답니다.

제가 몰랐던 것은,
너무나 제 곁에 가까이 계셨기 때문에 몰랐던 것입니다.
너무나 제 안에 깊이 계셨기 때문에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사랑하고 계신 줄 몰랐답니다.

 

<홍 문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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