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공동체 수녀님과 지리산 등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산의 풍경이나 맑은 공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산을 탄다는 것이 제 나름대로 무리였기 때문에
노고단을 눈앞에 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만치서 어린 아들과 아버지가 땅바닥에 서로 마주앉아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보아하니 어린 아이는 울고 있었고, 아버지는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나 너무 힘들어요. 그만 올라가고 싶어요. 엉엉~
꼭 올라가야 해요? 엉엉~”
아버지를 따라 조금씩 조금씩 즐겁게 따라나선 아이의 걸음이,
처음엔 즐거움으로 가벼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적지를 향해 전진할 때마다 다리도 아프고, 힘도 들고, 게다가 숨까지 차고,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나봅니다.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포기하고 싶은 나머지
아버지에게 울며불며 하소연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이 앞에 마주앉은 아버지는 아이에게, 힘들지만 여기까지 잘 올라온 것에 대한 칭찬과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아름다운 산정상이라고 격려하면서 다독여주고 있었습니다.
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단 이 아이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베드로 사도가 로마에서 당하게 될 자신의 죽음을 피해가려고 하는 길에
십자가를 지고 로마로 향해 가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은 “나는 너와 이 세상을 위해 한 번 더 죽으러 간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십자가들이 주어지는데,
처음엔 “예!” 하고 기꺼이 둘러메었던 십자가도 때로는 버겁고 짐스러워
내려놓고 싶은 유혹도 많습니다.
타인에게나 스스로에게 말버릇처럼 쉽게 내뱉었던,
‘그래, 이건 내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야.’라고 하지만,
진정 신앙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십자가를 빙자한 체념의 마음인지,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순시기에 매일 매일 회심의 어깨에 나의 십자가를 지고,
지금 이순간도 사랑의 완성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의 수난의 길에 함께 하면서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는 한 주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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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바로 당신 곁에 계신 주님이 느껴지십니까?
때로는 미풍처럼 때로는 폭풍처럼...
잠시 주님 고난을 생각하며 머물러 보았으면 합니다/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