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피정이라는 말에 시쿤둥하던 집사람이
신부님 강론 말씀 때 눈물 흘리는 모습 보면서 참 잘왔다 생각했습니다
피아골 임걸령 노고단 성삼재 등산은 제게 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허리와 무릎이 안 좋은 집사람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제 욕심대로 산행을 강행한 어리석은 놈
억수로 내리는 빗속에서 뒤로 돌아 갈수도 없고,
아파서 빨리 걸을 수도 없는 아내를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고
저 만큼 혼자 앞에 가서 눈 흘기며 뒤 돌아 보고,
따라오면 이내 도망치듯 혼자 내빼고 ...
그러기를 한참 하다 보니 힘들게 힘들게 말없이 따라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 흔한 파스 한장, 보호대 하나 준비하지 못한 놈이
괜시리 성질은 내는지...
7시간여 산행을 마치고 성삼재 정류장으로 내려오면서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그래 산행이든 인생길이든
결국 이렇게 나와 집사람 함께 올라가고, 함께 내려 올 것을
왜 그토록 내 고집대로 성질만 부리고 살아왔는가 ? “
앞으로는 삼십년 가까이 켜켜이 쌓여 있는
집사람 가슴속의 그 것도 자주 들어 주고,
또 저주면서 함께 살아가야겠다고
혼자 다짐 해 보았던
잊을 수 없는 피정이었습니다.
하느님 !
신부님 !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