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와 자존심

2011. 2. 17. 오후 4:35:00

글자
자기애와 자존심

 

<겸손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는 진정한 지식이다.>

14세기 무명 승려의 책 <<무지의 구름>>에 있는 구절이다.

자기 발견의 과정에서 반드시 포착해야 할 핵심적 사항으로서 매우 심오한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에게 나는 형편없는 작가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겸손이 아닐 것이다.

가장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사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비교적 괜찮은 작가이다.

따라서 그런 식의 말은 소위 <가짜 겸손> 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내가 훌륭한 골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오만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기껏해야 2류 골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겸손은 언제나 현실적이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기 위해서, 다시 말해 자신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인식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자기애와 자존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

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자기애 (나는 그것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와 자존심(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의 차이를 혼동한다. 왜냐하면 내가 여기에서 설명하고 싶은 현상을 정확히 표현할

단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져 이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기를 희망

하지만, 현재로서는 낡은 용어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내가 말하는 자기애란 어떤 의미인가?

  내가 정신과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군 당국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군의 여러 분야에서 10여 명의 성공한 사람들이 연구 대상으로 소집되었다. 그들은 30대

후반에서부터 40대 초반의 남녀들로 매우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동료들에 비해 최선두로 진급을

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었고, 자녀들은 학업 성적이 뛰어났으며, 적응을 잘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마이다스의 황금 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집단으로, 때로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쳤다. 한 연구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중요한 순서대로 종이에 적어 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서로 의견 교환을

할 수 없었다.  그 과제에서 대단히 특이한 점 두 가지가 관찰되었다. 하나는 그들이 과제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였다. 40분이 훨씬 넘어서야 제일 먼저 답안지를 제출한 사람이 나왔다. 몇몇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답지를 제출했음을 알고서도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려 답안을 작성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두 번째, 세 번재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열두 명 모두 똑 같았다

점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 이었다. <사랑> 도 아니고, <내 가족> 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성숙한 자기애라는 것이다. 자기애란 자신에 대한 지식, 보살핌, 존중, 그리고 책임감

을 포함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남을 사랑할 수 없다. 그러나 자기애를 자기중심주의와 혼동하

지 말라. 이 성공한 사람들은 사랑을 베푸는 배우자요, 부모이며, 부하를 보살펴 주는 상관들이었다.

 

   그럼 자존심이란 무엇인가?

   육군 연구 그룹에서 이런 경험을 한 지 8~9년쯤 지나, 나는 위선자 한 사람을 가까이 할 기회를 갖제 되었

다. 여러분들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위선자들은 기본적으로 악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사람들

과 친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사람과 상당히 가까워졌다. 한 번은 <당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거 한 가지만 고르라면 어떤 것을 고르겠느냐?> 고 물어 보았다.

  그 사람의 대답이 무엇이었겠는가? <내 자존심> 이었다. 이 답변들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생각해 보라.

열두 명의 성공한 사람들은 <나 자신> 이라고 했고, 그 위선자는 <내 자존심> 이라고 말했다.

 

   위선자들이 기능하는 방식에서 볼 때, 아마도 그의 대답은 옳을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만일 그들의 자존심을 위협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 자신의 불완전성을 드러내

는 어떤 증거가 있다면, 혹은 그들 스스로에 대해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들은 그런

 증거와 불쾌감을 이용해서 어떤 개선을 하려는 대신, 그 증거를 말살하려고 한다.

여기에서부터 그들의 악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야

만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 (그것은 자기애이다) 과 자기 자신에 대해 언제나 좋은 느낌을 가져

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그것은 우리 자존심을 항상 유지하려는 것을 뜻한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구별하는 것이 자기 파악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이다. 선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끔씩 자존심을 접어 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 자신에 대해 언제나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우리 자신을 존경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있게 생각해야 한다.

 

    (*) 스콧 펙著 <<거짓의 사람들>>

 

 

    -스콧 펙 著 '길을 떠난 영혼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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