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들의 기도
조영수 마태오 신부
남자들에게 제일 재미있는 군대 이야기를 하렵니다.
자대에서 지내던 어느 날, 행정관님께서 부르시더니 “부대 안에서 종교 행사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 라고 물으셨습니다.
군종병이 아닌 일반병으로 복무 중이던 저는 냉큼 “예,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병사 식당 한 귀퉁이에서 공소 예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명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아주 작은 부대였고, 그 안에 천주교 신자는 정말 몇 명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 명, 두 명씩 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모여 함께 공소 예절에 참여했습니다.
특별하게 뭘 준비한 것도 없었고, 병사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내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함께 한 이들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그렇게 늘었던 이유는 바로 신자들의 기도, 지금으로 치면 보편 지향 기도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신자들의 기도 시간이 되면, 돌아가면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소리 내며 기도하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씩 소리 내어 기도하고 나면 다들 입을 모아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라고 응답했지요.
그런데 소리 내어 바쳤던 그 각자의 기도에 담긴 마음이 늘 함께하던 이들을 울렸습니다.
한참 젊은 나이의 병사들, 살던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머물면서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젊은이들,
못 먹고 못 마시며 거친 군복에 의지해서 겨우내 찬바람을 견디고 또 무더운 여름에도 손에서 총을 놓지 못하던 그들은,
어느 한 명 빠짐없이 늘 밖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위해 기도했고,
시험을 앞둔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했으며,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 기도의 내용들이 영 낯선 것이 아니었기에,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군가의 기도가 바쳐질 때마다 함께 울면서 기도에 마음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기에, 고된 군 생활, 하루의 끝임에도 함께 모여 공소 예절을 거행했던 것이지요.
사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있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비유의 가르침에 따라 짐작할 뿐이지요. 그래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나라에 대한 확신만큼은 수많은 신앙인들이 가졌었고, 또 후대에 물려 주었습니다.
그 확신은 그분께 대한 희망으로, 구체적인 기도로, 목숨 바치는 고결함으로 드러났지요.
그 희망과 기도와 고결함이, 구원과 하느님 나라에 대한 선포를 “기쁜 소식”으로 전해지게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또 전해야 할 주님의 말씀은 구원의 기쁜 소식이지요.
우리 자신에게 주님과 그분의 구원과 그 나라가 기쁜 소식이 된다면, 이웃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힘이 넘칠 것입니다.
그분께 희망을 걸고, 구원을 간절히 원하여 기도하며, 그분의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울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2023/10/22 춘천교구주보에서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