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꿈은 수도자
강동희 아가다
저는 88세 노인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자니 참 다양한 색깔의 천으로 기워 맞춘 누더기 옷과 같네요.
각각의 누더기 천 조각을 보자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 아프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런 제 삶이 이젠 한 벌의 알룩달록 예쁜 옷,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옷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말이죠.
어릴 적 사경을 헤매시던 아버지를 살리고 싶어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신께 기도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신은 아버지를 살려주셨습니다.
이젠 제가 사경을 헤매는 때가 되어 예수 성심 상본 한 장을 붙들고 매달렸더니 그 신은 저 역시도 살려주셨습니다.
저는 세례를 받았고 그 상본을 준 친구의 삶에 매료되어 나도 따라 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성소 후원자였거든요.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마음에도 없던 중매 끝에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남편은 제게 박해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성물과 성경을 내다 버리기 일쑤, 폭언과 폭력, 지독히도 하느님이 미웠나 봅니다.
그렇게 울며 주님을 붙들던 어느 날 남편이 사라졌습니다. 도시가 싫다고 말은 하지만 나와 아이들이 싫었는지 떠나버렸습니다.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생활고에 대한 압박감, 하지만 다시 성체를 모시고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는 행복감, 현실의 고통과 영원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품은 채 이제껏 살아왔습니다.
생활고와 잦은 이사, 결국엔 대전으로 이사 온 후 너무 힘들어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울던 어느 날 누군가 저를 불렀습니다.
“아가다야, 왜 그러고 있니?” 저는 깜짝 놀라며 외쳤습니다. “예수님, 거기 계셨군요? 저는 서울서 안 오실 줄 알았어요.”
동행! 예수님은 그렇게 저의 모든 일생에 함께 계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꿈은 수도자였어요.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내가 무언가가 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과 함께 사는 것인데 말이죠.
누더기와 같은 희로애락의 시간 속에서 수녀가 아닌 당신의 딸로서 살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023년 제3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기념 글, 그림 공모전
꿈은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지닌 이상이며 희망이고 삶의 힘이 됩니다. ~~~ 동참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선별된 글은 순위와 상관 없음을 안내해드립니다.
2023/07/23 대전교구주보에서 옮겨 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