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1 - 제발 인사 좀 합시다

2007. 1. 2. 오후 10:14:38

글자

제발 인사 좀 합시다 - 김양회 요한보스코, 광주 Se. 지도신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인사합니다. 자주 만난 사람들은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합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들은 머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합니다. 인사는 인간관계의 첫걸음입니다. 인사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반가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예의를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 민족은 인사를 잘하고 못하는 것에 따라서 사람 됨됨이를 가늠했습니다. 인사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행동입니다. 인사는 이웃을 반기고 받아들이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인사는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행동입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인사는 반가움과 기쁨을 줍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두 손을 잡는 인사는 위로가 되고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인사는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행동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려고 인사하신 분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세심한 배려와 관심으로 인사하신 분, 겸손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신 분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의 집에 들어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고 인사합니다. 그러자 마리아는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십니다(루카 1,26~38). 이렇게 성모님께서는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하느님의 인사말에 온전히 순명하신 겸손한 분입니다.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 불렸고, 이미 아이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를 갖게 되자 성모님은 엘리사벳을 찾아가 기쁨과 축복의 인사를 나누셨습니다(루카 1,39~45).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바로 성모 마리아의 정신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닮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 마리아처럼 축하해야 할 이웃에게는 밝은 미소를 띠고 기쁨과 축복의 인사를 해야 합니다. 아픔이나 불의의 사고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는 두 손을 잡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인사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 이웃들에게는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겸손하게 인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인사를 그렇게 잘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본당 공동체 내에서도 반가움과 축복과 격려의 인사를 주고받는 데 너무 인색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체험합니다. 처음 성당에 나온 예비신자들을 기쁘게 반겨주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이사하여 본당을 옮겨온 신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습니다.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정중하게 배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비신자 인도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기본적인 인사조차 하지 않으면서 쉬는 교우를 권면하기가 어렵다고도 말합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 내에서도 서로 배려하지 않고 서로 기쁨을 나누지 않으며 서로 위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예비신자들을 모집할 수 있고 쉬는 교우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하도록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신앙인의 인사는 복음 선포입니다. 동네 사람들과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도 복음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직장에서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복음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사람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절하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것도 넓은 의미의 복음 선포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인사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나눔의 신비에 동참합니다. 우리가 하는 정다운 인사는 이웃의 기쁨과 함께하여 성체성사의 '일치의 신비'를 사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하는 위로와 격려의 인사는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성체성사의 '나눔의 신비'를 사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합시다. 우리 서로 허리를 굽혀 인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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