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을 씻기신 예수 - 신상옥

2008. 1. 30. 오후 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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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신상옥씨의 음악세계

 
 

'93년 2월 17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시민회관에서는 시민회관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4천 명이라는 관객이 모인 음악회가 열렸었다. 이 자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
도 아니었고 '뉴 키즈 온 더 블록'과 같은 외국 인기 팝가수들의 발표무대도 아니었
다.

'신상옥과 형제들'이라는 복음성가 보컬그룹의 첫 콘서트였던 이날 여기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다소 파격적인 성가곡들에 박수를 쳤고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
다.

이들은 여기서 발표한 곡들을 모은 앨범 '그 큰빛 주님되어'를 발표하며 전국 순회
공연 돌입과 함께 복음성가 부문에 정식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이 그룹의 리드싱어인
신상옥 씨 (31세·안드레아·인천 상동 본당).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이제 그 '신상옥'이라는 이름은 웬만한 가톨릭 신자들에게
생소하지 않다.
수준높은 음악성, 풍부한 성량, 호소력 짙은 음색, 강한 비트, 화려하면서도 깔끔
한 편곡 등으로 복음성가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대중화 고급화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 속에 그는 전국 각지에서 80여 차례 콘서트를 가졌고 4개의 음반을 내놓는 발군
의 활동을 보였다.

복음성가곡집 '왜 날 사랑하나'는 제작 1년 만에 1만장이 보급되었고 창작성가곡
집 '다시 보는 세상'도 발매 6개월여 만에 6천 장이 판매되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곡이 나오자마자 악보를 찾는 이들이 많아 음반 제작사인 바오로딸에서는 서둘러 악
보를 제작, 음반과 함께 시판하기도 했다.

올해에 들어서 신상옥 씨는 창작성가 공모곡 제 2집인 '다시 보는 세상'을 편곡
레코딩했고, 10월 말 '우리들의 미사 하느님의 미사'라는 학생음악미사 모음곡을 발
표 하는 한편 '왜 날 사랑하나' 이후 두번째 복음성가집인 '살아 계신 주'를 내놓았
다.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강하고 여린 부분이 무리없는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애조띠고 조용하고 거룩해야 할 것 같은 기존의 성가 이미지를 벗게 하는 드라마틱
한 요소가 많다고 말한다. 부를수록 맛이 나는 노래라는 의견들도 있다.

10대 청소년들로부터 30대 주부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
는 그의 성가는 우선 힘차다. 그리고 리드싱어를 중심으로 한 코러스가 주종을 이루
면서 화려한 화음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하고 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과 함께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느끼고 체험했을 신앙과 삶과 사랑에 관한 노랫말들도 그의 노래가 가지
고 있는 매력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렸을 적의 농촌생활, 신학생으로서 사제성소를 지향했던 때의 신앙고백, 사회인
으로서 느껴야 했던 험하고 부정의가 가득한 세상에서의 체험들…. 노래 속에 녹아
있는 그러한 정서들은 다른 많은 신자들에게도 남의 노래가 아닌 나의 신앙체험과 고
백으로 다가오게 한다.

신상옥 씨가 복음성가 가수로서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93년이지만 그
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퍼지면서 불려지기 시작한 것은 '86년으로 거슬러 올
라간다.

가톨릭대학교에 재학중이던 그때 '임쓰신 가시관'을 발표했던 그는 이와 함께 '꽃
들에게 희망을' 등의 노래를 알리면서 교내에서 낙산중창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님
의 전생애가 마냥 슬펐기에…'로 시작되는 이 곡은 작곡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도
않은 채 복사된 테이프를 통해 신자들에게 애창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내 발을 씻기신 예수'는 '90년 수원가톨릭대학교 갓등중창
단 이름으로 발표된 것. 수원가톨릭대학교 첫 사제 배출 기념으로 제작된 이 음반을
통해 신상옥 씨는 '사명' '원두막' '주의 기도' '닭쌈' 등의 곡들을 내놓았다.

지금껏 작곡한 곡들 중 '내 발을 씻기신 예수' '사명' '그 큰빛 주님되어' 등은 그
가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들이다. '내 발을 씻기신 예수'는 군 제대 후 건강이
악화돼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원에서 생활을 하던 중 예수의 생애를 묵상하며
탄생시킨 곡이다.

그때 그가 느낀 것은 그리스도가 세상에 보여준 핵심이 바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
신 '봉사'라는 것이었다. 다소 힘들었고 고독했던 나날들 속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많
은 생각 끝에 지어진 곡이라 이 노래는 부를 때마다 그에게 늘 뭉클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사명'은 신상옥 씨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을 드러내는 곡이다. 사제성소의 길을 걷
는 신학생 때의 자신감이 잘 나타나 있는데 힘찬 멜로디와 함께 그리스도와 함께 있
으면 못할게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러 사정상 신학교를 그만둔 후 사회에 적응하는 어려운 상황을 겪으며 쓰여
진 '그 큰빛 주님되어'는 예수의 탄생과정을 노래한 듯하지만 이 탄생은 찬미로 끝나
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 세 가지 곡들
은 다른 곡들에 비해 그가 의도적(?)으로 쓴 것들이라 할 수 있다.

5남 1년 중 넷째인 그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선천적인 것과 어렸을 적의 환경 등
에서 어우러진 것이라 생각한다. 부친이 즐겨 들려주시던 클래식 음악 속에서 제목
도 모르는 채 아이다의 '개선행진곡'과 같은 오페라 합창곡을 흥얼거리며 자란 그는
국민학교 3학년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청소년기에는 대중가요, 팝송을 섭렵 지
금도 연도별로 유행가요들을 분류해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이와 함께 신학교에 입학해서 접한 그레고리오 음악, 다성음악 코랄등…. 이러한 일
련의 과정들은 현재의 '신상옥 음악'을 만드는 바탕들이 됐다. 그는 마음껏 소리지르
며 자랄 수 있었던 농촌에서의 어린 시절이 성악적 요소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
다.

앞으로 그가 지향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교회음악의 대중화 일반화이다. 대중화란
토착화의 의미하고도 상통하는데 한국인들의 심성에 맞는 가장 한국적인 성가를 만
들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가락을 도입하면서도 각 개인들이 좋아하는 정서를 합치는
것이라고 할까.

또한 교회 내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보편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복음성
가를 만들어 단지 음악이 좋아 듣는 과정에서 그들이 가톨릭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
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성가의 고급화와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이다. 보다 세련
된 편곡 등으로 현대인들 감각에 맞는 수준높은 곡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노래를 아끼는 이들은 체계적인 음악지식이 약하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대중들
에게 쉽게 다가갈 수는 있어도 음악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을 가한다. 그리고 듣기엔 좋아도 같이 부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화성악적 기법 부족 등 전문적 음악지식의 결여는 신상옥 씨 자신도 노래에 있어서
미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 이 부분의 보완을 위해 전문 음악공부를 할 계획
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그는 국악적인 가창력을 키우는데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또
한 노랫말이 처음보다 대중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에서 진지함
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조심도 하고 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신념있게 불러줄 때, 가난한 이들이 찾
아와 노래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얘기할 때 신상옥 씨는 보람 같은 것을 느낀다. 그
런 가운데 진정한 복음성가 가수가 되려면 가난과 겸손함을 몸소 살아야 함을 새삼 다
짐하기도 한다.

바하, 슈베르트, 김동진, 아바, 조용필, 패티김, 플라시도 도밍고를 좋아하는 신상
옥 씨. 그는 여가가 나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누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사
람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에서…. 프로야구 등 스포츠도 무척 즐
기는 편인데 그의 힘찬 노래는 스포츠를 즐기는 심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95년 새해에도 그는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 큰빛 주님되어'의 2집이라
고 할 수 있는 순수 창작곡집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고 전례에 따른 성가곡들도 선보
이게 된다. 이외에도 내년이 되면 그에게서 또 하나의 기대해볼 만한 일이 있다.

'엠마우스' '우리와 함께 주여' 등을 작곡했던 생활성가의 첫 기수 원선오 신부(살레
시오회)의 곡들을 리바이벌한다는 점이다. 원 신부의 주옥 같은 성가들이 너무 묻혀
있는 상황에서 그 곡들을 알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활성가의 맥을 이어보겠다는 포
부를 가지고 있다.

평가에 매이기보다는 소신대로 노래를 하면서 그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경험 속에 좋은 노래, 감동을 주는 노래를 만들고프다는 그는 혼란스럽고 배신
이 가득한 사회에 노래로써 하느님의 정의를 심어주고 싶어한다. 복음성가의 진가
는 그럴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러한 마음들은 생활성가 가수이지만 교회음악의 디딤돌이 되고 성가의 대중화를
이룩하고 싶어하는 그의 희망을 앞당겨 실현하는 토대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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