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과 망각력 / 조명연신부
시험을 칠 때에 제 자신을 원망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답을 쓰지 못할 때, ‘왜 나는 이렇게 머리가 나쁠까?’를 외쳤지요.
기억력이 좋아야 시험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억력 좋은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기억력보다는 망각력(잊어버리는 능력)을 더 많이 주신 것 같아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외면적으로 보았을 때, 기억력이 높은 사람이 망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은총을 받은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히려 잊어버리는 능력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지식을 잘 기억하는 기억력. 분명히 좋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특히 자신에게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을 빼놓지 않고 다 기억한다면 어떨까요?
버림받은 일, 빼앗긴 일, 배신당한 일 등등…….
정말 잊고 싶은 것들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따라서 잘 잊어버리는 것 역시 은총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나쁜 것을 주시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인간적인 부분으로만 보려할 때에는 내게 주어질 큰 선물도 나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간직하며 이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매순간 기쁨 속에서 행복해하는 내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