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코드, 그 허구의 진실
장명길(소설가)
장편 <캐리>로 데뷔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무려 50여 편의 소설을 써내 출판되기가 무섭게 전 세계로 번역되어 수 천 만부씩 팔려나가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그 중 <미저리>등 40여 편 이상이 영화나 TV드라마로 만들어져 헐리우드의 감독과 제작자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스티븐 킹.
'1 백만 부 이상 팔리지 않으면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라고 일갈한 그의 말처럼 수 십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역시 수 천만 부씩 팔아치운 딘 쿤츠.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무명시절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닥치는 대로 썼다는 것이다. 심지어 포르노 까지. 당시 그만큼 춥고 배가 고팠기에 앞뒤 가릴 겨를이 없었다는 것인데 이젠 그 과거가 괴롭다는 것이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더는 바랄 것도 없는 그들이 한 목소리로 토해 낸 고백이다. 그래서인가 '내가 겪은 쓰라린 경험을 말한다'며 딘 쿤츠는 '자신에게 특정한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기 위해 그 동안 벌어 놓은 돈 중 엄청난 거금을 들이기도 했다. 죽어서도 결코 세상에 나돌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졸저들을 폐기처분하기 위해 출판사의 판권을 다시 사 들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흔적은 평론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말했다.
"문학적 우수성에 이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그러자면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말아야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래야 팔린다."
소설계의 빅뱅이라는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을 졸지에 유명세와 함께 돈더미에 올려놓은 내막은 무엇일까. 우선은 타깃의 적중이다. 보편적으로 종교문제의 시비는 민감한 사항이므로 금기시함이 통례이나 짐짓, 가장 예민한 핵심을 겨냥해 마치 벌집 쑤시듯 해 놓으므로 그에 따른 시선집중을 노렸다. 하물며 그 미치는 영역이 전 세계 11억 가톨릭신자라면 자칫 쇠고랑을 찰지라도 해 볼 만하지 않은가. 거기에 냉담자를 비롯한 반대급부 사람들의 반 그리스도적 감정의 이용은 별도의 보너스가 되는 셈이다.
둘째로, 수학교사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황금비율과 피보나치 수열의 이론 전개방식, 그리고 예술사가이자 화가인 아내의 전문지식을 총조贊?독특한 추리기법이 생소한 분야에 무지한 독자에게 그럴싸한 포장이 되어 맹목적 신빙성까지 갖게 한 점. 아울러 수 천 년 동안 철옹성 같던 가톨릭 교파를 상대로 날조된 허구를 진실인양 호도함으로써 독자로부터 기존체제 파괴遮?사건에 대한 흥미와 긴장을 유도해 낸 점.
셋째, 시나리오기법을 활용한 빠른 장면전환으로 마치 활동사진이 돌아가듯 속도감을 붙여 스티븐 킹이 말하듯 독자를 숨 가쁘게 몰아붙여나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책 서두에 '사실'이라는 머리말까지 두어 시작부터 독자를 기만하고 유린하는 작태를 자행하고 있다.
'1099년에 설립된 유럽의 비밀단체, 시온수도회는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중략) 오푸스데이는 세뇌와 강압, 육체의 고행 등 위험한 종교의식으로 알려진 가톨릭의 분파다. 이 소설에 나오는 예술작품과 자료, 비밀 종교의식에 대한 모든 묘사는 정확한 것이다.'
말장난이다. 소설의 어떤 묘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리송한 문구를 굳이 책 첫머리에 따로 떼어둔 편집의도를 알아차려야한다. 이 말장난을 풀이하자면 묘사한 것이 사실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가 발간된 후 2년 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교황청이 마침내 이 소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소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예수가 인간으로서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했으며, 이 사실의 폭로를 막기 위해 교회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오푸스데이를 살인집단으로 묘사한 점. 또한 성배가 막달라 마리아 후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 대목 등이다.
얼마 전 제노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종교연구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소설에 나오는 시온수도회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소설에서와 달리 오푸스데이는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단체이며 설립자 에스크리바는 2002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2세에 의해 정식 시성됐다."
문제의 다빈치 코드는 소설의 창작기법인 허구를 넘어 오로지 판매 전략을 위해 날조된 악의적 시도임을 꼬집는 말이다. 또, 얼마 전 소설 속 문제의 ‘오푸스데이’의 장상인 야비에르 로드리게르 주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 순간은 우리에게 기쁨의 순간이었다. 더불어 우리는 교황과 그 분의 가르침에 완전한 유대를 다시금 확인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다빈치 코드의 악의적 허구가 세상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교회는 살아있다. 2000년 역사를 이어 온 그 불변의 진리가 그리 호락호락 하겠는가. 이에 더 무슨 사족이 필요할 것인가. 문제는 여과 없이 스펀지처럼 소설 내용을 그대로 빨아들이는 청소년층이다. 그들을 상대로 예수를 팔아 졸지에 부와 명성을 얻어 낸 댄 브라운.
탐욕과 사악으로 예수를 팔아 넘겨 십자가에 못 박게 한 가롯 유다를 가리켜 그리스도는 말하기를, 이 세상에 나지 아니 하였으면 좋았을 사람이라 했다. 결국 스스로의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말 오줌나무에 목매어 죽은 가롯 유다.
이 시점에서 그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명색이 작가라면 순수나 대중의 가름을 떠나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인간구원의 소명마저 저버린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 <미주 평화신문-칼럼 '시평'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