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5.12.13) -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2005. 12. 13. 오후 12:04:22

글자
2005년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제1독서 스바니야 3,1-2.9-13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불행하여라, 반항하는 도성, 더럽혀진 도성, 억압을 일삼는 도성! 2 말을 듣지 않고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는구나. 주님을 신뢰하지 않고, 자기 하느님께 가까이 가지 않는구나.
9 그때에 나는 민족들의 입술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리라. 그들이 모두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님을 섬기게 하리라. 10 에티오피아 강 너머에서, 나의 숭배자들, 흩어진 이들이 선물을 가지고 나에게 오리라.
11 그날에는 네가 나를 거역하며 저지른 그 모든 행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때에는 내가 네 가운데에서 거만스레 흥겨워하는 자들을 치워 버리리라. 그러면 네가 나의 거룩한 산에서 다시는 교만을 부리지 않으리라. 12 나는 네 한가운데에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을 남기리니, 그들은 주님의 이름에 피신하리라.
13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은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들 입에서는 사기 치는 혀를 보지 못하리라. 정녕 그들은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으며 풀을 뜯고 몸을 누이리라.


복음 마태오 21,28-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28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29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30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31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32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요즘 제가 어떤 걱정꺼리를 하나 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도 아닌 미사 강론 때문에 생긴 걱정이랍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이런 걱정을 한다고 하면, “설마요~~”하면서 믿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저는 이 새벽 묵상 글을 통해서 강론을 쓰고 있고, 더군다나 직접 강론 할 때에는 원고를 보면서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벌벌 떨면서 강론을 하는 것도 아니지요. 맞습니다. 강론 자체로는 절대로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묵상한 것을 나누면 되니까요. 하지만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을 강론은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무슨 일이 있을까요?

이번 토요일에는 저와 제일 친한 동창 신부인 단도리 신부의 동생이 결혼하는 날이랍니다. 그리고 이 혼배의 강론을 부탁받았지요. 이 혼배미사는 보통 미사와는 많이 다르지요. 더군다나 저는 결혼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직접 해보지도 않은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도, 그리고 신랑 신부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참 어색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충 강론을 준비해서도 안 되겠지요. 단도리 신부를 평생 안 볼 것이면 몰라도…….

아무튼 이 혼배미사 강론으로 인해서 거의 한달 가까이 고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말할까, 어떤 식으로 진행해볼까 등등……. 하지만 걱정만 되지 특별한 생각이 떠올려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어제 새벽, 이렇게 걱정만 해서는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맘 잡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단 10분 만에 혼배 미사 강론을 다 쓸 수 있었습니다. 썩 잘 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욕먹지 않을 정도는 쓴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딱 10분 만에 고민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인데요. 거의 한 달을 이 문제로 끙끙 앓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하고 있는 모든 걱정꺼리가 이렇지는 않을까요?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딱 10분 만 투자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을, 온갖 걱정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실천의 중요성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일하러 가겠다고 하고서 가지 않은 둘째 아들보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뉘우치고서 일하러 가는 맏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말씀해주시지요.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느 아들의 모습을 취할 때가 많은가요? 혹시 둘째 아들이 바로 나의 모습인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까?

둘째 아들처럼 말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 앞선 저처럼 걱정만 한다고 해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만 하는 시간에 또 걱정하는 그 시간에, 딱 10분만이라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노력할 때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걱정이 사라질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자신이 걱정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합시다. 딱 10분만이라도…….



들꽃이 장미보다 아름다운 이유('좋은 글' 중에서)

아름다운 장미는 사람들이 꺾어가서
꽃병에 꽂아두고 혼자서 바라보다
시들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데

아름답지 않은 들꽃이 많이 모여서
장관을 이루면 사람들은 감탄을 하면서도
꺾어가지 않고 다 함께 바라보면서
다 함께 관광 명소로 즐깁니다.

우리들 인생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만이 잘났다고 뽐내거나
내가 가진 것 좀 있다고

없는 사람들을 없인 여기거나
좀 배웠다고 너무 잘난 척 하거나
권력 있고 힘 있다고 마구 날뛰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장미꽃처럼 꺾어지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배신 당하고 버려지지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듯
내가 남들보다 조금 못난 듯
내가 남들보다 조금 손해 본 듯
내가 남들보다 조금 바보인 듯
내가 남들보다 조금 약한 듯하면

나를 사랑 해주고 찾아주고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
이보다 더 좋은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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