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7.10.17)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07. 10. 17. 오전 8:33:57

글자
2007년 10월 17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제1독서 로마 2,1-11

1 아, 남을 심판하는 사람이여, 그대가 누구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을 심판하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남을 심판하는 바로 그것으로 자신을 단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우리는 그러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심판이 진리에 따른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3 아, 그러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을 심판하면서도 스스로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여, 그대는 하느님의 심판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까? 4 아니면, 하느님의 그 큰 호의와 관용과 인내를 업신여기는 것입니까? 그분의 호의가 그대를 회개로 이끌려 한다는 것을 모릅니까?
5 그대는 회개할 줄 모르는 완고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의로운 재판이 이루어지는 진노와 계시의 날에 그대에게 쏟아질 진노를 쌓고 있습니다. 6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7 꾸준히 선행을 하면서 영광과 명예와 불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 8 그러나 이기심에 사로잡혀 진리를 거스르고 불의를 따르는 자들에게는 진노와 격분이 쏟아집니다.
9 먼저 유다인이 그리고 그리스인까지,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환난과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10 먼저 유다인에게 그리고 그리스인에게까지, 선을 행하는 모든 이에게는 영광과 명예와 평화가 내릴 것입니다. 11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복음 루카 11,42-46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42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43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회당에서는 윗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44 너희는 불행하여라! 너희가 드러나지 않는 무덤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위를 밟고 다니면서도 무덤인 줄을 알지 못한다.”
45 율법 교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까지 모욕하시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46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너희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듣기





어제 아침은 괜히 기분이 조금 안 좋았습니다. 뭐 특별히 기분 나쁜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요,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그냥 우울한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특히 본당 일들을 생각하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성전 부지 마련도 해야 하고, 다음 달에는 사목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하고, 음악피정을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하고, 본당의 여러 행사들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부탁하는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각종 원고도 작성해야 합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엄마들이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을 팽개쳐두고서 어딘가 가고 싶다고 하던데, 아마 저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렇게 걱정만 계속 생각하는 제 모습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성체조배실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책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여러분은 사회활동가가 되려고 성직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거룩한 삶, 복종하는 삶,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 가운데 예수님을 증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예수님을 만나고 그래서 항상 웃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이렇게 사제로서 살아가는 이유는 사회활동가도, 멋진 본당신부도 또 유명한 신부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 가운데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서 사제가 되었고,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일에 대한 많은 관심과 걱정으로 잊어서는 안 될 저의 소명을 잊었던 것입니다.

저에게만 이러한 소명이 주어진 것이 아니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세상 가운데 주님을 증거하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과연 어떠했는지요? 혹시 저처럼 주님을 증거하는 일보다 세상의 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꾸짖습니다. 사실 그들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613개나 되는 율법의 세세한 조항을 하나도 빠짐없이 철저히 지키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깊은 존경과 사랑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두고서 위선자라고 말씀하시면서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록 열심해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 가운데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증거하는데에만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께 칭찬받고 싶으세요? 아니면 꾸중을 받고 싶으세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요? 아마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께 칭찬받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선택은 분명합니다. 세상일을 걱정하면서 나를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세상 안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 걱정을 잠시 덮어두세요.



뉴먼 추기경의 기도문(마더 데레사, "행복한 미소” 중에서)

주님,
제가 가는 곳마다
당신의 향기를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당신의 영과 생명으로 저를 가득 채우소서.
저의 온몸을 소유하셔서,
저의 삶이 당신의 광채가 되게 하소서.
저를 통해 빛나시고, 저와 함께 머무셔서,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제 영혼 안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게 하소서.

오, 주님.
그들이 더 이상 저를 보지 않고, 당신만을 우러르게 하소서.
저와 함께 머무소서.
그리하면 제가 당신처럼 빛날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되는 만큼 반짝일 것입니다.

오, 주님.
모든 빛은 당신에게서 옵니다.
저는 아무 빛도 아닙니다.
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시는 분도 당신이십니다.
당신께서 가장 사랑하시고,
제 주위의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시는
그 길에서 당신을 기리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설교하지 않고도 당신을 전하게 하시고,
말이 아니라 모범적인 행동으로 당신을 전하게 하시고,
제가 하는 일의 호소력으로,
저의 마음이 당신을 향해 품은 충만한 사랑으로
당신을 보여주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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