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7.06.13) -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지 기념일

2007. 6. 13. 오전 8:41:46

글자
2007년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제1독서 코린토 2서 3,4-11

형제 여러분, 4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5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스스로 무엇인가 해냈다고 여긴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의 자격은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6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새 계약의 일꾼이 되는 자격을 주셨습니다. 이 계약은 문자가 아니라 성령으로 된 것입니다.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성령은 사람을 살립니다.
7 돌에 문자로 새겨 넣은 죽음의 직분도 영광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곧 사라질 것이기는 하였지만 모세의 얼굴에 나타난 영광 때문에,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8 그렇다면 성령의 직분은 얼마나 더 영광스럽겠습니까?
9 단죄로 이끄는 직분에도 영광이 있었다면, 의로움으로 이끄는 직분은 더욱더 영광이 넘칠 것입니다. 10 사실 이 경우, 영광으로 빛나던 것이 더 뛰어난 영광 때문에 빛을 잃게 되었습니다. 11 곧 사라질 것도 영광스러웠다면 길이 남을 것은 더욱더 영광스러울 것입니다.


복음 마태오 5,17-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7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1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요즘 날씨가 무척이나 덥습니다. 그러다보니 불쾌지수도 꽤 높아져서 별 것 아닌 것에도 화를 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며칠 전, 이렇게 더운 날씨에 어떤 분과 어느 백화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지요. 그런데 그분께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늦게 오시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약속 시간 어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아니 어쩌면 기다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나쁜 성질 때문에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약속 시간이 지나가면서 조금씩 화가 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어떤 형제님께서 제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조용히 속삭이시더군요.

“지금 보니까 당신의 몸에서 맑은 기운이 흘러넘칩니다. 혹시 우주의 기원인 도에 대해서 아십니까?”

짜증이 났습니다. 만나려는 사람이 늦게 오니까, 별 이상한 사람이 다가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정중하게 “관심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포기하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이러한 사람들을 주로 길 가다가 만났기에 그냥 “관심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하고서 바쁘게 걸어가면 되었는데, 이 약속 장소를 벗어날 수가 없으니 저도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인상을 쓰면서 반말로 이렇게 쏘아 붙였지요(전에 강하게 말해야 쫓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됐다니까~~~”

이 말에 그 형제님께서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만, “네.”라는 짧은 말 한마디 남기시고는 그냥 가시더군요. 마치 그 모습이 어른에게 혼난 어린아이가 고개 숙이고 울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조금 짜증이 났었지만, 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마음이 좋지 않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었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요? 미움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기쁠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그러한 마음에서 벗어나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록 사랑을 함으로 인해서 때로는 내 자신이 부족해 보이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편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그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서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었지요. 왜냐하면 자신들이 만든 율법의 세부 규칙들을 어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613개의 세부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소중한 것들을 어기는 편협된 율법주의에서 벗어나서, 아무리 작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철저히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래야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하시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랑의 길과는 정반대로 나아가는 내 모습이 과연 큰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 반문하여 봅니다.

내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떠한 상황에서도 철저히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이 새벽에 해봅니다.


짜증내지 맙시다. 나만 손해에요. 하늘나라에서 작은 사람이 되는 순간이니까요.



체로 세 번 걸러라('행복한 동행' 중에서)



누군가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럴 수가 있나! 여보게, 소크라테스. 방금 내가 밖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나? 아마 자네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랄 거야. 그게 말이지..."

"아직 말하지 말고 잠깐만 기다리게. 자네가 지금 급하게 전해 주려는 소식을 체로 세 번 걸렀는가?"

그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체로 세 번 걸렀냐고? 무슨 체를 말하는 건가?"

"첫 번째는 진실이네. 지금 말하려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아니, 그냥 거리에서 주워들었네."

"그렇다면 두 번째 체로 걸러야겠군. 자네가 말하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의에서 나온 말인가?"

그러자 그 사람은 우물쭈물하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소크라테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세 번째 체로 걸러야겠군. 자네가 그렇게 흥분하게 만든 소식이 아주 중요한 내용인가?"

"글쎄...."

"자네가 나에게 전해 주려는 소식이 사실도 아니고, 게다가 선의에서 비롯된 마음으로 전해 주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중요한 내용도 아니라면 나에게 말할 필요가 없네. 그런 말은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힐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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