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꾸가와 이에야스 [5]

외로운 별·2006. 9. 26. 오전 3:13:36

전쟁 종식인가? 난세 회귀인가?

 

                    

세끼가 하라 전쟁의 원인을 떠나, 그 결과가 그렇게 될 것이었다.

히데요리에 대한 충성을 내세운 미쓰나리와, 도꾸가와가 싸운 전투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이 전쟁은 히데요리가 총 대장이었지만, 참전하지는 않고 미쓰나리에게 지휘권을 위임시켰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그가 공공연하게 전쟁 준비를 끝 낼 때까지 도꾸가와는 방해를 않고 기다렸다.

전쟁이 불가피 하다면, 준비가 되기 전에 먼저 깨 부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도꾸가와는, 그들이 준비가 끝나 먼저 도전해 올 때까지 조용히 관망하며 기다린 것이었다.

 

 

그리고 준비를 끝낸 미쓰나리가, 히데요시 가문을 능멸한 죄를 묻는다며 먼저 선전 포고를 해 왔다.

새벽에 시작된 전투는 오후까지 계속되었으며, 가까스로 도꾸가와 군의 승리로 끝났는데.

하지만 말 그대로 난전이었고, 도꾸가와 본진이 무너지는 등 그야말로 치열했고 힘겨운 싸움이었다.

 

 

도꾸가와가 고전한 이유는 물론 데루모도 군 때문이다.

데루모도는 자신의 대군을 이끌고 세끼가 하라, 전장이 빤히 보이는 산 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열세인 도꾸가와 군이 패색을 드러 낼 때쯤, 미쓰나리 쪽 편을 들겠다는 책략을 견지했다.

 

 

모리 데루모도.

그는 히데요시의 천하통일시에, 도꾸가와와 처럼  협조한 대국 영주였다.

한 때는 매우 용맹하여 이름을 떨쳤지만, 조선전쟁 후 장남에게 가문을 물려주고 은퇴하여 있었다.

난 그의 아들 이름을 잊어, 여기선 데루모도라 부르지만 그의 아들을 뜻함을 밝힌다.

 

 

선조 대대로 몇 대를 이어오며,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은퇴한 모리 데루모도. 

그는 조선 전쟁시 전공이 시원찮다며 히데요시에게 크게 야단 맞고, 은근히 마음에서 멀어져 갔다.

히데요시는 열등감 때문에 선조 대대의 귀족 영주들, 특히 대영주들을 야유하며 야단치기를 즐겼다.

 

 

그래서 그 꼴이 보기 싫어, 일찍 아들에게 물려 주고 은퇴했다는 말이 떠 돌았다.

그런데 아버지 만한 아들 없다던가, 아들 데루모도는 부친의 우려를 접은체 젊은 미쓰나리를 가까이 했다.

왠지 무겁고 둔중한 도꾸가와 보다는, 시원스럽고 말 잘하는 미쓰나리가 성격적으로 더 맞은 때문이었다. 

 

 

이번 전쟁에 있어서, 부친의 중신들은 모두 도꾸가와를 편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들 데루모도와 그의 시동 출신 중신들은, 당연하게 미쓰나리 편을 주장했고 그 쪽이 더 우세했다.

가문이 망하려면, 그런 자식들이 나와 으례 다 그렇게 되기 마련인 것이지만......

 

 

데루모도는 이번 전쟁을, 군세가 월등히 많은 미쓰나리 측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미쓰나리가 부친 때문에 자기쪽 편들기가 곤란하면, 산 위에서 위협만 해도 충분하다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찜찜해 한 것은, 상대 군이 백전백승의 패한 일이 없는 도꾸가와였고 가또 아니던가?

 

 

그러므로 그 두 사람은, 패할 것이 뻔한 전쟁을 할 자들이 절대 아닐 것이란 생각이었다.

따라서 숫자가 적은 이번 싸움 역시, 그들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때문에 가문의 중신들이 두패로 나뉘어, 어제 밤 늦게까지 서로 침 튀기며 다투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늦어 한 길 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형세는 계속 안개속이었다.

미쓰나리 주장이 맞는다면, 진작 싸움이 끝났던가 승전 징후가 보여야 하는데도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를 따른 것을 크게 후회하며,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철수하자는 중신들 말을 받아 들였다.

 

 

도꾸가와는 개전 초부터, 데루모도 군사를 대비하여 그의 본진 산 밑에 군사를 대기시켰다.

그 때문에 부족한 숫자적 열세를 은폐하며, 우세한 국면처럼 위장한 고도의 전략을 펼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자신의 본진을 버려야 하는 위험한 작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꾸가와는 당초 그 날의 승패를, 가또와 그 동료 군들의 전의(戰意)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숫자적 우세가 꼭 유리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방심과 태만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그것을 더 경계했다.

그래서 데루모도 때문에 군사를 쪼개야 하는 것을, 내심으로 오히려 다행스러워 한 것이다.

 

 

싸움에 숫적 열세는 군사들을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죽음을 각오할 경우는 오히려 더욱 강해진다.

도꾸가와 군들은 도꾸가와를 믿고 있으며,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 점은 용맹하다 소문난 가또 군들도 그랬지만, 그 날의 전의가 어떤지 그것이 불안했다.

      

 

당시 도꾸가와 군과, 가또군의 용맹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자자한 상태.

그 소문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며, 영주의 탁월한 지략과 훌륭한 지도력에 의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면에서 연합군이 숫자는 우세했지만, 미쓰나리의 통솔력도 군사들 자질도 크게 뒤지는 것이었다.

 

 

도꾸가와 군은 개전 초반부터, 전군이 싸우다가 죽겠다는 각오로 용맹스럽게 전장을 마구 휘 저었다. 

그에 크게 자극 받은 가또들의 군사들도, 도꾸가와 군에 질 수 없다며 맹공격을 퍼 부었다.

그 결과 연합군의 숫적 우세는 쓸모 없게 되고,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 사기가 떨어질 것은 당연했다.

 

 

그렇듯이 새벽에 시작한 싸움이 오후까지 계속되자, 데루모도는 미련 없이 철수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결과를 놓고 볼 때, 데루모도는 가문을 멸망시킨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다.

아무튼 데루모도 철수 이후는, 싸우지 않은 대기군이 참전하면서 종전 국면으로 들어 갔다.

 

 

장시간 전투로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말짱한 대군의 참전은 곧 승전을 의미한다.

전투는 도꾸가와 예상대로 거의 진행되었으니, 그에게 미쓰나리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도주하는 적을 살려 주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지만, 그 날의 도꾸가와는 철저하고 냉혹했다.

 

 

끝까지 추격하여 참전 영주와 장수들을 모두 잡으라 명했고, 전사한 영주들도 목을 직접 검시했다.

그리고 데루모도를 즉시 잡아 들이라 명하여, 그를 할복 시킨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도꾸가와 앞에 끌려 나와 할복하면서, 가문 존속을 청원했었지만 냉정하게 거부 당했다.

 

 

그리고 그의 넓은 영토를, 이번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가또와 동료 중신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그 만이 아니라 참전 영주들 모두가, 데루모도 처럼 멸문지화를 당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미쓰나리 편 명목상의 대장 히데요리와, 그 가문의 중신들에게는 일체 책임을 묻지 않았다.

명목상 대장이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중신들이 난리였지만, 가또들을 생각해 용서했던 것이다.

 

 

그러면 미쓰나리와 용케 살아서 도망친 장수들은 어찌 되었는가? 

미쓰나리는 가신들과 밤새워 깊은 산중으로 도망했는데, 결국 그들의 포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평소 그에게 환멸을 느낀 가신들이 하나 둘씩 떠나 버리자, 그는 혼자 굶으며 첩첩 산중을 헤매었다.

 

 

그러다가 어느 농가에 숨어 들었는데, 세상이 바뀐 것을 안 그 농부의 신고로 체포되었다.

다른 장수들도 오래지 않아 모두 잡혔는데, 그 때 체포된 영주들 중에는 고니시 유끼나가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주군 가문을 욕되게 하고 위태롭게 한 죄목으로 참수되었다.

 

 

미쓰나리가 체포되어 참수될 때까지 전하는 일화가 있다.

그가 체포 직후 도꾸가와 앞에 끌려 나올 때의 행색은, 차마 바라 보기 딱한 처참한 몰골이었다.

어쨌던 한 때나마, 전국이 자기 손안에 있다는 듯, 큰 소리 땅땅 쳤던 미쓰나리 아니던가? 

 

 

어린 히데요리는 명목상 대장에 불과했으니, 미쓰나리가 실질적인 적군 총 대장이었다.

그런데 갑옷과 투구는 벗어 내 버리고 없고, 헝크러진 상투에 허름한 시골 농부 옷을 입고 있었다.

또 며칠간이나 씻지를 못한 듯, 아무튼 행색이 말이 아닌 상태로 끌려 나왔던 것이다.

 

 

그래도 미쓰나리는 아직 기개가 살아 있다는 듯, 도꾸가와를 향해 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했다.

분 하지만 패장은 말이 필요 없다며 빨리 죽이라고, 그리고 가문을 지키지 못해 주군께 죄송하다고...

말 없이 바라 보던 도꾸가와는, 자신의 큰 칼을 들고 있던 옆의 시동에게 무언가 짧게 지시했다.  

 

 

그 시동은 15세쯤의 소년인데, 예쁘다는 여자들도 눈을 흘길 정도로 빼어난 미동(美童)이었다.

그러나 미쓰나리를 일으켜 세우는 팔의 힘은, 여느 장정들 보다도 더 강한 듯 했다.

그래서 보기와는 달리, 쇠 팔뚝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완력이 대단한 소년 장사였던 것이다. 

 

 

"이 보게 시동? 지금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 도꾸가와가 지금 바로 죽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시동은 대답은 않고, 자기를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하며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리고 어느 큰 저택 안으로 데리고 가더니, 대나무로 엮은 울타리 안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그 울타리는 죄 지은 가족들을 격리시키는 곳으로서, 집안 내에 설치한 이른바 감옥인 샘이다.

 

 

그리고 시동은 꽁꽁 묶여 있던 포승을 풀어 주었다.

미쓰나리는 명색이 무장인데다 아직도 젊은 만큼, 왠만한 상대는 제압할 수 있어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시동은 그것을 잘 알텐데도, 그런 일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먼저 뜨거운 물로 목욕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지금 물을 데우는 중이며, 그리고 옷과 음식도 준비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 그건 정말 고맙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물어 볼 것이 많은데 괜찮겠는가?"

 

"예. 말씀 하십시오"

 

"목욕을 시킨 후에 죽이라고 하던가?  내가 죽기 싫어서가 아니라, 죽기전에 준비할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세. 그리고 나를 이렇게 풀어 주어 도주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저희 주군께서 영주님을 어떻게 하실지 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집을 나가시는 건 불가능합니다.

 농담으로 듣겠습니다."

 

"허!! 그런가... 그럼...적군 대장이니까, 먼저 이렇게 융숭하게 대접해 주라 하던가?"

 

"그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주군께서는 저에게 영주님을 모시고 가라고만 말씀 하셨습니다."

 

"오!... 그런데 그대 마음대로 이렇게 해 주었다가, 후에 알고 야단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그런 염려는 없습니다.

 영주님은 아무튼 저희 집 손님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으로 대접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는 중에 하인들이  목욕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 왔다.

시동은 곧 미쓰나리의 옷을 모두 벗기더니, 직접 온 몸의 때를 깨끗이 벗기기 시작했다.

목욕 후에 입을 훌륭한 옷도, 한 옆에 가져다 놓았음은 물론이다.

 

 

미쓰나리도 자신의 시동들에게 때를 밀고 있었지만, 이 시동은 완력이 강해서인지 아주 시원 했다.

그리고 잘 차려진 상을 들여 놓더니, 입구에 단정하게 앉아 기다리는 것이었다.

미쓰나리는 예상치 못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죽음을 잊어 버린 듯 궁금한 것을 계속 물었다.

 

 

"그대는 이번 세끼가 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전쟁은.... 애초에 영주님께서 하지 말으셔야 했습니다"

 

"음...? 왜 그런지 그 까닭을 물어도 되겠는가?"

 

"그건...이 세상에는 저희 주군을 당할 자가 아무도 없으므로... 즉, 덤비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 것을 뻔히 알면서 덤빈다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흠...그러면... 내가 어리석은 싸움을 했다... 그 말인가?"

 

"대단히 죄송하지만, 영주님께선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허!...패전은 병가지 상사라 하지 않던가? 그대 주군도 싸우다 질 수도 있는 일, 안 그런가?"

 

"그런 말이 있어도 저희 주군은 상관 없습니다. 싸움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꼭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말씀을 믿습니다. 저희 주군께선 한번도 지신 일이 없으십니다."

 

 

미쓰나리는 시동에게서 어딘지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러나 또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으며, 그의 표정 어디에도 주군을 두둔하고자 하는 억지는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도꾸가와가 부럽다는, 부질 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대 부친은 누구신가?"

 

"저의 아버지는 도리이 신따로이십니다."

 

"뭐..??? 신따로.....?"

 

"???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럼...혹시.. 3대에 걸쳐 전공이 혁혁한 장수인데도, 녹봉이 겨우 2만석이라 하던 그....?"

 

"2만석 녹봉은 저희가 쓰고도 남으므로, 적다고 생각해 본 일 한번도 없습니다."

 

"...허어 ??? !!! 그런가. 그래...!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 일, 이 보게 시동, 이렇게까지 할 것 없네"

 

"?? 왜 그러십니까? 무엇이 마음에 드시지 않습니까?"

 

"아니 아니.. 그게 아닐세....내가 그대 부친을 죽인... 즉, 원수 아닌가? 그대도 모르지 않을텐데?"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님이 아니시고, 오사까 군(히데요시 군)에게 돌아 가셨습니다"

 

"?? 오! 그런가? 그러나 내가 바로 오사까 군 아닌가? 그랬기 때문에 난 또 그렇게 했던 것이고?"

 

"오사까 군은 히데요시님의 군이고, 영주님은 히데요시님의 부하 영주이십니다.

 그런데 만일 제 부친께서, 영주님에게 개인적으로 돌아 가셨다면 저에게는 매우 분한 일입니다"

 

"음....! 그건 아닐세. 난 그대 부친을 알지도 못하는데, 개인적으로 무슨 원한이 있었겠나?"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영주님에게 원한을 품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음......!! 그럼 한가지만 더.... 만일... 내가 개인적으로 돌아 가시게 했다면 어찌할 샘인가?"

 

"그럼...분하지만...그래도 전 지금 처럼 해 드려야 합니다. 주군께선 그러시길 바라실 것입니다."

 

"........!!!" 

 

 

도리이 신따로.

신따로의 아버지 도리이 노인 즉, 시동의 할아버지는 도꾸가와에게 일등 공신이나 다름 없었다.

그 일을 간략히 소개하면, 도꾸가와가 14살에 인질에서 도망쳐 왔을 때 성은 완전히 폐허였었다.

 

 

도꾸가와 아버지인 성주가 중신에게 암살 당하자, 대국 영주는 자신의 중신을 성주대리로 세웠다.

그 성주대리의 착취가 너무도 극심하여, 중신들 사정 또한 궁핍했고 길거리 거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면서도 잦은 전쟁마다 항상 선봉으로 싸우라 하여, 전사한 중신들이 매우 많았다.

 

 

어린 나이에 겨우 도망쳐 왔지만, 형편이 그렇다 보니 도꾸가와의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설령 나이가 어리지 않더라도, 그 상태에서 절망하지 않을 성주가 누가 있겠는가?

말만 성이었지, 머리 상투 묶을 베 끈 하나가 없어, 중신들도 볏짚으로 묶었던 지독한 빈곤 가난.....

 

 

겨우 가지고 있는 무기들도 너무 닳아서, 3자짜리 큰 칼이 2자쯤의 작은 칼로 변해 있었다.

그렇듯 무기하나 변변히 챙겨 주지도 않으면서, 항상 선봉군으로 내세우며 닥달 했다는 것이다.

싸움에 꼭 필요한 무기가 그 지경이면, 입는 갑옷은 불문가지 아닌가?

 

 

처음 도착하여 길을 묻고자, 논에서 일하는 가난한 농부를 불렀더니 그는 농부 아닌 장수였다.

어릴적 흐릿하니 남은 티를 용케 알아 보고, 너무나 기뻐 괴물처럼 부르짖으며 꺽꺽 울었다던가...

그렇듯 절망적인 상황에 낙심천만해 있을 때, 도리이 할아범이 조용히 손을 잡아 끌었다.

 

 

도리이 노인은, 농구와 잡동사니들을 넣어 두는 영지 창고로 도꾸가와를 안내했다.

그리고 창고를 하나씩 열어 보여 주었는데, 그 때의 감격을 도꾸가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창고마다 가득한 번쩍번쩍하는 좋은 무기들과 갑옷, 그리고 돈 괘짝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도리이 노인은 성주대리 밑에서, 영지의 농부들에게 세금을 걷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전쟁에 나가야 했으므로, 성주대리는 도리이 노인에게 그 일을 맡겼던 것이다.

노인은 가신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일체 돕지 않았으며 엄정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성주대리 모르게, 이렇듯 도꾸가와가 성인이 될 훗날을 생각하여 대비해 왔던 것이다.

그날 도꾸가와는, 도리이 노인을 부등켜 앉고 얼마나 목 놓아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때 그 대비가 없었다면, 곧 있었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멸망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도리이 노인의 아들 신따로, 그는 겨우 이 시동 하나를 남기고 미쓰나리에게 죽었던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 어떤 연유로 죽었는지 난 기억을 못하지만, 미쓰나리에게 죽은 것만은 학실하다.

그래서 미쓰나리는, 그 시동이 자신이 죽인 신따로의 아들임을 알고 크게 놀랬던 것이었다.

 

 

미쓰나리는 다른 장수들이 모두 잡힐 때까지, 그렇게 며칠을 시동의 집에서 보냈다.

시동은 물론 처음과 같이, 반듯한 예의로서 미쓰나리에게 변함 없이 대했다.

미쓰나리는 처음엔 시동을 믿지 못했는데, 그것은 결국 자신이 자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유야 어떻든 자신은 분명, 시동에게 있어 부친을 죽인 원수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시동의 변함 없는 태도와 진심을 보고 그의 말이 겨우 이해 되었다.

시동은 마지막 날이 오자, 오늘이 떠나는 날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 보게 시동,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네. 이것은 이 미쓰나리가 진심으로 그대에게 하는 말일세.

 난 그동안 그대 주군에게 싸움만 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전부 다 패했다는 것을 이제 겨우 알았네"

 

"......???"

 

"한가지는 그대 주군한테 패했고, 또 그대 주군 가신들에게도 패한 것을 인정한다는 그 말일세"

 

"........!!"

 

"어린 시동인 그대가 이러한데, 누대의 중신들은 어떻겠나? 난 그대 주군에게 완패를 한 게야.

 그대 주군에게 전하게. 이 미쓰나리는 억울한 생각 한조각 없이 죽겠다 하더라고...."

 

 

그리고 그날 미쓰나리는 참수되었는데.

시동에게 미쓰나리의 말을 전해 들은 도꾸가와는, 크게 혀를 차며 탄식했다고 한다.

하늘은 왜 그것을, 꼭 죽어야 할 때 가르쳐 주시는가? 라고......

 

 

 

 

댓글 4

방랑자·2006. 9. 26. 오후 9:36:25

소감 곧 올리겠습니다. 열심히 공부 하고 나서...ㅎㅎㅎ 연재 계속해 주셔서 감사 말씀 우선 올립니다.

방랑자·2006. 9. 29. 오후 2:34:13

4편을 읽고 왔더니 이해가 갑니다. ㅎㅎㅎ 계속 정진 정진!! 제 좌우명 중의 하납니다.

방랑자·2006. 9. 29. 오후 2:48:09

상당히 착잡함지다. 상당히 정성을 들여 읽고 있습니다. 무런 다이제스트 된 내용이라 그렇겠습니다만 아님 20권 책은 더욱 안될 것 같으니... 게속 6편 전진 합니다.

외로운 별·2006. 10. 4. 오전 11:53:34

제가 올리는 약 10편 정도의 글을 다 읽으시고 이해를 하시면...굳이 20권을 다 읽지 않으셔도,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거의 다 아신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전 그동안 젊은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여러번 들려 준 일이 있는데, 그 저자가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쓴 핵심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리면서 천천히 기억을 더듬으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이 새삼 떠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