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금잔디 (2)
仙女의 애톳한 사랑!
그날 한시간 정도의 박양과의 대화는, 나로선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난 동네에 살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동네 사람이 아니었다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정도로 난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산에서 농시지은 것이라며, 개구리 참외를 깎아 주는데.
흔히 먹는 참외인데도, 그날 그 참외가 왜 그렇게도 달고 맛이 있었을까?
또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삶은 통감자도, 그날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박양에게 자세히 듣고 보니, 헛소문을 낸 이유는 동석이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지만, 그중에 동석이가 제일 끈질기고 성가시게 괴롭힌다고.
거의 매일 같이 찾아와 만나자 떼를 쓴다는데, 박양은 이제 지겨워 죽겠다는 것이었다.
동석이는 형편상 중학교로 끝,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당시 친구들이 다들 비슷하여, 박양에게 학력이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동석이는 성격이 착하고 활발하여,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녀석.....
여하튼 박양은 동석을 물리 치려고, X오빠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가 누구냐며 계속 다구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친구인 내 이름을 말했다는 것.
그래야만 더 이상 치근 거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들어 보니 이해는 되지만, 그럼 나와의 헛 소문은 어쩔 것인가?
그에 대해선 얼굴만 붉힐 뿐 대답을 못했다.
앞으론 그러지 말라며 돌아 가려는데, 제발 부탁을 들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닌가?
당분간만 X오빠가 되어 달라고.
당시는 X오빠라 불렀지만 실은 애인을 뜻 했으며, 여자 친구니 하는 말은 없던 때였다.
그 즈음 만나자는 남자들이 너무 많아, 딸을 걱정하신 아버지께서 금족령을 내린 상태.
그래서 시장에 볼 일이 많은데도,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았다.
두 눈이 제대로 박힌 녀석이라면, 박양의 미모에 넋이 나갈 게 틀림 없을 터.
시장에 가려면 몇 동네를 거치는데, 내 생각에도 온갖 녀석들이 달겨 들 게 뻔했다.
박양의 신분이?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얕 보고 덤빌 것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러나 박양은 내가 허락만 해 주면, 충분히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도와 달라며 통사정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애처롭고 딱하여 결국 허락하고 말았는데.
그러나 난 누구에게도 노 코맨트 하겠으며, 그 다음은 알아서 하라고 다짐을 주었다.
그렇게만 해도 된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그야말로 혹을 떼러 갔다가 붙인 격.
약자를 돕겠다는 정의감에 허락한 것이지만, 솔직히 마음의 동요도 없지 않았다.
선녀 처럼 예쁜 저 박양이, 자청하여 사정하며 애인이 되어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걱정도 되었다.
이건 누구라도 내가 손해라며 비웃을 뿐, 박양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일이었다.
그 정도로 당시의 그녀와 신분? 차이가 현격했던 것.
그래서 아버지가 이 일을 아시면 큰 일이었다.
옛날 노인 특유의 양반 상놈 논리 앞에선, 그 어떤 변명도 통할 턱이 없다.
절대 결혼이 아니고 그냥 장난이라 해도, 아버지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로 생각되었다.
시골 동네의 소문은 금방 퍼질 수 밖에 없다.
소를 몰고 오솔길을 걸어 오면서, 이생각 저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론, 박양의 선녀 같은 자태가 눈 속에 계속 어른 거리는데....
그리고 얄미운 동석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한 친구사이에, 어떻게 그렇듯이 응큼을 떨 수 있단 말인가?
왜 저와 나사이인데 솔직하지 않았을까?
저와 나는 막역한 사인데도, 박양 문제만은 감쪽 같이 나를 속여 온 것이 분명했다.
생각하고 또 해 봐도 부아가 지글지글 끓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내가 동석이를 속이며 응큼을 떨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성질이 나도, 내가 먼저 뭐라고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아무래도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중엔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 될대로 되라며 덮어 두기로 했는데.
그것을 모르는 동석이는 계속 내 눈치를 보며, 헛소문은 빨리 없애라며 걱정?을 했다.
참내! 이 뻔뻔스럽고 얄미운....
생각하면 동석이는, 그저 소문 전달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정작 소문을 만든 사람은 박양이 아닌가?
박양의 말을 듣고 애가 닳은 동석이는, 나에게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웃읍고 딱하기도 하고....
동석이는 소문을 점점 더 크게 내어, 나를 더욱 곤란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도저히 모른체 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슬며시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나와 박양이 진짜로 무엇을 어찌어찌 했다는, 이번엔 정말 믿기 어려운 소문이 났다고.
세상에!
나와 박양은 어리디 어린 17살과 16살.
요즘은 아니지만, 당시로선 치명적인 소문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진짜로 그짓을 했으면, 꼼짝 없이 난 박양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시절이다.
좀 괴롭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같은 심한 소문울?
이건 절대 아니므로 난 박양을 만나러 갔다.
그땐 동석이와 같이 갔는데.
하지만 그날 박양은 없고, 동생들만 놀라서 동그랗게 쳐다 보는 것이었다.
동생들은 많이 어렸지만, 그래도 동그란 쌍거풀에 예쁜 인형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중 박양 밑의 아이는 조숙하여, 박양과 거의 비슷 해 착각할 뻔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박양이 찾아 온 것이, 그 때문에 소문이 사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친구도 아닌 동석이에게 들킨 것이다.
나는 그날 박양을 내 방으로 불러 들였다.
밤이지만 돌아 다니는 것이 위험하므로, 차라리 내 공부방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집안이 넓은데다 떨어진 사랑채에 내 방이 있었고, 갑자기 들어올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공부를 방해 않는다며, 좀처럼 오지 않던 동석이가 갑자기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둘이 있는 광경을 목격한 것.
깜짝 놀라 미안하다며 돌아 갔지만, 그 일이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은 뻔 했다.
박양은 미안해선지 얼굴을 푹 숙이고 울먹이는데.
나 또한 매우 난감했지만, 그 상황에서는 오히려 박양을 위로할 수 밖에....
그리고 밤 늦어 외딴집에 바래다 주며, 심한 소문은 곤란하니 내지 말라고 타 일렀다.
그날 이후 동석이는 나에게 말을 안했다.
그 때문인지, 동석이와 내가 싸운 모양이라고 소문이 났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도, 이렇듯 맹랑하고 꽉 막힌체 마냥 굴러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난 박양에게 분명히 약속을 했고.
이제와서 치사하게,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오리발 할 수는 없었다.
만일 내가 괴롭다고 뒤집는다면, 박양을 미친 여자로 취급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댓글 2
어어..17..16..잘몬하면 클나는데...X오빠.. 산위에 올라갈땐...♬..
불장난 할 수 있는 좋은 나이지요..^^ 실제로 또 그 시절엔 불을 질러 태우는 녀석들도 간혹 있었고요.. 전 이 글을 통해서 주인공들의 오늘을 보며 결혼과 행복이란 무엇인가...물론 극히 일부의 예이지만...그것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