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과의 전쟁

구화·2006. 9. 24. 오전 2:02:00

누구나 고질병은 하나씩 다 꿰차고 산다고 하지요.

 

저역시 찝찝한 고질병을 하나 달고 살고 있답니다.
바로 치질이지요.....발병 부위가 좀 그렇다 보니,어디가서 쉽게 말할 수 있는 병도 아니지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때부터 치질이 생긴 이후 별 짓을 다하고도
여태 달고다니고 있습니다.

 

치질이 심해지니, 언제부터인가 볼일을 보고 변기물을 내릴 때마다 뻘건 피가 변기에 가득하고
앉는 자리에도 피가 튀어 낭자했습니다..

 

아마도 치질부위가 터져 힘을 줄 때마다 마치 펌프로 뿜어내듯이 피가 튄것 같더군요..

 

그냥 놔두면 아프고 귀찮은 것은 그렇다치고,,빈혈로 제 명대로 못 살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치질수술이 하도 아프고 험악하다고 하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친척형님 한분이 용두동에 용한 한의사가 수술을 하지 않고 치질을 잘 치료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더군요..

 

그래서 그 한의원을 찾아 갔더니
엉덩이를 까고 번쩍 들라고 하더군요..그렇게 매우 아름답지 못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더니만,,
주사기로 어떤 약품을 치질 부위에 주입하는데 그 통증이 대단했습니다....

이쪽 저쪽으로 주사 네방을 맞는 동안 "애고고!!"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한번에 다 못 놓겠다고 내일 다시 와서 한번 더 주사를 맞으라고 했습니다..

그 주사를 맞고 나니 치질이 성이 나서 항문이 부풀어 올라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갈짓자로 걸음을 걷게 되더군요.

 

그 다음날 또 가서 성이 날대로 난 곳에  주사바늘을 세방이나 꽂으니,,
어제의 통증은 완전히 새발의 피였습니다...신음 뿐 아니라 눈물까지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 고통을 격고 나니 한의사 말이 3일내에 치질이 다 녹아 농으로 나올터이니,,
그동안 기저귀를 차고 있으라 하여 집에서 두문불출하였습니다..

 

뭐가 그리 정말 많이 나오는지 저는 내심 항문이 다 녹아 없어지는 줄 알았지 뭡니까.

 

그렇게 3일이 지나자 정말 치질이 껍데기만 덜렁덜렁 거리면서 떨어지더군요..

 

그러나 그 난리를 치고도 한달이 안되어 도로 도지더군요..

도저히 그 한의원에는 다시 갈 용기가 안나 그냥 몇년을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청량리에 치질 전문 병원이 유명하다 하여 그 곳을 찾아 수술날짜를
잡았지요.

 

수술전날 부터 관장을 철저히 한후
척추에 주사를 놓아 하반신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엎어져 있다보니,,수술대의 구조가 딱 몇년전 한의원에서의 자세를
저절로 취하게 만들더군요..

 

정신은 말짱하니,,사각사각 가윗소리까지도 들리는데,,
의사가 여러가지 말로 안심을 시켜도 영 도축장에 올라간 소 같은 기분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하반신이 마취되어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방광은 터질 것 같은데,,아무리 노력해도
한동안 소변이 나오지 않으니 그것 참 환장할 노릇이더군요..

 

그 때문에 수술부위가 아픈 것은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그때 저는 모든 활동을 할 때마다 항문근육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누워있다가 앉을 때,,팔을 들어 올릴 때,,기침을 할 때 등등,,
정말 조금만 움직여도 수술부위가 아프더군요..

 

퇴원 후에도 한 6개월 동안은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볼 때 마다 항상 아팠습니다..

그래도 그 수술이 잘되어 그 이후 수년간은 쾌적한 배변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 지겨운 치질이라는 놈은 저를 그냥 놔주질 않았습니다..

 

몇년이 지나자 슬그머니 그놈이 다시 생겨나 저를 다시 괴롭히더군요..

 

그런 와중에 우연히 호주에서 들여온 새로운 치료법을 선전하는 병원의
광고를 보게되었습니다...

 

입원할 필요도 없이 바로 치료받고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또 잠실인가에 있는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치질에 연결된 혈관을 묶어 치질을 없애는 무슨 결찰법이라는 것을 시술한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도 마취도 없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옆으로 누워 벽을 쳐다 보고
다리를 가슴쪽으로 붙여 잔뜩 쪼그렸습니다..

 

혈관을 몇군데 묶을 때,,
따끔 따끔한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참을만 했습니다.

 

둥그런 원통형의 관이 항문에 삽입되는데,,
그 기분이 정말로 더럽더군요...

의사는 힘주지 말라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나도 모르게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
항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결국 의사에게 "항문 조이지 마세욧!" 하고 핀잔을 듣고 말았습니다..

 

그때,,저는 분명히 알았습니다..

"호모들이 얼마나 미친 놈들인지를....."

 

한동안 그렇게 난리를 친 후 시술이 끝나자 정말 온몸에 식은 땀으로
목욕을 했지만 정말로 신기하게 금방 치질이 없어졌습니다..

.
치질부위에 혈액이 공급되는 혈관이 차단되어 그렇다 하더군요..

 

그러나 그 신기한 치료법도 6개월이 못가 다시 치질을 재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웬수 같은 치질때문에 나름대로 예기치 못한 큰 수확도 있었답니다..

 

결혼전에 어머니가 어디에서 민간요법으로 지네를 마른 쑥에다 싸서 태워
그 연기를 쐬면 치질에 특효라는 말을 듣고 오셔서는

화장실에서 요강에다 지네쑥을 넣고는 불을 붙혀놓으시더군요.

 

처음에는 여유작작하게 담배한대 피워 물고는
엉덩이를 요강위에 올려놓았습니다..쑥냄새도 향긋하니 좋더군요.

 

웬걸!! 조금 지나니 요강안에서 뜨거운 화기가 올라오는데,,저는 궁뎅이를
다 데이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고쳐보겠다는 일념으로 두 주먹을 꼭 쥐고,,오만상을 쓰면서
독한 쑥연기에 눈물까지 질금질금 흘리며,
엉거주춤 엉덩이를 요강에 떼었다 붙쳤다 하고 있는데,,

 

마침 아버님 친구분들이 고스톱을 치러 놀러오시지 뭡니까!!

 

그 중 한분이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오셨다가

제 꼬락서니를 보시더니만
빙긋이 웃으시면서..하는 말씀이

 

"젊은 사람이 참을성도 강하구만.." 하시면서 불쌍한 듯 바라보며 나가시더군요.

 

어쨌든 그 때 잘 보였는지,,  저는 그분의 따님과 결혼을 하게 되어
여태 잘 살고 있습니다..바로 "치질이 맺어준 인연" 이지요.^^

 

그렇게 제 평생은 치질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지금도 화장실에 갈 때면 뭉긋하고 무짓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젠 그 고통과도 친밀해져서 그 놈이 나의 평생 친구같습니다..

 


댓글 4

굿뉴스·2006. 9. 24. 오후 1:05:45

구화님 오래간만에 만나 반갑습니다. 치질 그것도 참 고질병이군요. 남에게 말하기도 거북하고... 형제님에게 그런 아픔이... 이제 한숨 돌리셨다니 자주 만날수 있겠군요.

金光泰·2006. 9. 25. 오전 11:54:57

치질.. 제 친구매형..이분이 얼마나 엄살이 심하신지 죽는다고 소리소리 질러서 병원이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군요..덩치나 작아야 봐드리지.. 180cm의 키에 90kg이 넘게 나가시는 분이...ㅋㅋㅋ 그 엄살 소리를 친구가 흉내 내는데..(아이구 배야..ㅎㅎㅎ..유언까지 했답니다.글쎄..) 이제 그 일도 옛날일이 되어 버렸네요.. ^-^ 그거 수술하면.. 아프긴 아픈가보죠?? ㅎㅎ

구화·2006. 9. 25. 오후 11:29:54

원래 항문이라는 곳의 괄약근이 생각보다 예민하고 근육중에는 젤 쎈곳이라 하더군요..그런 곳을 째놓으면 당연히 아플 수 밖에요..^^

방랑자·2006. 9. 29. 오후 2:31:59

아래에서는 조선에서의 왜란과 더불어 닛뽄니의 세기의 결전 강의가 계속 되고 있는데 ...게시판에서는 좌파와 우파간의 전쟁... 형제님은 치질과의 전쟁하셔서 깜짝 놀라 들어 왔습니다. 정말 어려운 전쟁중의 하나이지요. 자신과 싸우는 전쟁!! 형제님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