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한송이 꽃을..... [A]

추억·2006. 9. 7. 오전 12:09:45
그대에게 한송이 꽃을 !
 
 
나는 총각시절 하숙을 매우 오래 했습니다.
직장 문제로 여러번 옮겼는데, 한집에서 7년을 지낸 일도 있었지요.
그 집은 제법 좋은 2층집이었는데, 아랫층은 하숙을 하고 2층은 주인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숙생이 많을 땐, 난 2층 주인집 문간방에서 그집 아들과 지냈습니다.
내가 제일 고참이어선지, 아님 만만해선지 아줌마가 그렇게 하자고 부탁하더군요.
그집 아들이 초등생이고 착해서, 같이 지내는데 별 불편은 없었습니다.
 
 
다만 담배를 피려면 발코니에 나가야 하는 것이 좀.....
주인 아저씨도 담배를 아주 싫어 하고, 몰래 핀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더라구요.
그래서 매일 수 없이 발코니를 들락거려야 했지요.
 
 
발코니 바로 아래는 앞집의 넓은 차고였습니다.
당시는 택시를 여러대 가진 차주들이 많았는데, 앞집이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정비할 수 있는 작은 건물과 함께, 정비사도 한명 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휴일 무심코 내려다 보니, 그집 여학생이 택시로 운전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집의 마당이 넓기는 했지만, 운전 연습 할 정도로 충분히 넓은 것은 아닙니다.
나는 호기심에 계속 구경을 했지요.
 
 
그때가 74년으로, 여자가 운전하는 일은 매우 드믈던 시절입니다.
그 학생도 내가 보는 것을 알고, 그것이 부담스러운지 더욱 쩔쩔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차고 담벽을 콱 쳐 밖고 말았는데....
 
 
그랬으면 뒤로 후진 해야 할텐데, 어쩐 일인지 앞으로 더 밀어 부치는게 아닙니까?
급기야 부로크 담벽이 넘어지려고 약간씩 들썩거리는 상황.....
그래서 난 엉겁결에 스톱하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함 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차를 멈추고 내리더니 차와 담장을 살펴 보더군요.
그리고선 얼굴을 감싸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습니다.
차도 부서졌지만, 담장은 조금만 더 밀면 넘어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나는 그 상태로 가만히 놔두고, 운전사 아저씨들에게 말하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일 나가고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서 차를 빼주었고, 이것이 그 여학생과의 첫 만남 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혹시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난 그때 차만 처리를 해 주고 바로 돌아왔으며, 다른 어떤 말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 학생은 너무 놀라서인지 고맙다는 인사도 없었구요.
 
 
그런데 며칠 후 주인집 아줌마가 전화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앞집 학생과 어떻게 알고 지내느냐고?
난 그냥 웃기만 했더니, 전화 대화를 들으면 다 안다면서 옆을 떠나지 않더군요.
 
 
난 당시 26세, 그 학생은 19세.....
그때 매우 어려 보여서, 여고1년 정도로 알았는데 졸업반이라 했습니다.
암튼 너무도 어린 학생이라,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인사도 못하던 학생이, 어인 일인지 전화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계속 떼를 쓰며 저녁을 꼭 사도록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응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정도의 일 가지고 어린 학생한테 무슨.....
전화 주어서 고맙다는 말만 하고 난 억지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밸 소리가 또 울리고, 주인 아줌마가 받아 한참을 통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줌마가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
그건 학생 생각이 아니라 학생 엄마가 시켜서 그러는 것이고, 그 사실을 자기가 그 엄마에게 확인 했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딸 편이라던가.
무섭고 엄한 아버지 모르게, 그날 당장 기술자를 불러 담벽 수리를 끝 낸 것과.
쉬는 날인데도 정비공을 나오라 하여, 차도 말끔하게 고치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하여튼 그런 일이 있었으면,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며 나가 보라고....
주인 아줌마는 직접 아랫집으로 전화를 걸어 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웃간에 오랜기간 사는 관계라서, 서로 알고 지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난 괜찮다며 끝내 사양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퇴근해 오는 나를, 그 학생이 우리집 앞에서 기다리는 게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하는데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난 양식집으로 끌려 갔습니다.
당시는 양식집이 메우 비쌌는데, 기본으로 나오는 맥주를 난 전혀 마시지 못합니다.
술을 전혀 못한다 하는데도, 너무 사양하지 말라며 뭐 강제로 가자 하니까는....
 
 
거참,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는지요?
식사 후 맥주 반컵도 못 마시고 얼굴이 빨개져, 그만 어디서든 눕고 싶은 지경.....
그런데 이 학생은 세병을 거의 혼자 다 마시고도 까딱 없었습니다.
물론 얼굴색도 말짱했구요.
 
 
그러면서 더 마시고 싶어도 배가 불러 못 마시겠다고....!
그만 기가 팍 질려 벌떡 일어나, 오늘은 내가 계산을 하겠다며 카운터로 갔습니다.
그건 빈말이 아니고 실제로 내가 계산을 하려고 했습니다.
 
 
너무 지나친 부담이라, 내 성격상 용납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많이 받아 왔으니 염려 말라며, 두둑한 지갑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 그러면 커피를 대신 사달라고요.
그리고 그날 다방에서 매우 늦었으며, 나로선 실로 뜻 밖의 제안을 받았던 것입니다.
 

후후...궁금하시지요?
너무 길어진 관계로 나누어서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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