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애인

봉달희·2006. 9. 5. 오전 9:43:14

 

아버지의 애인

 

남을 웃기는 재주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아버지에겐 친구가 많습니다.
우리집은 늘 연령도 다양한 아버지 친구들로 북적이지요.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의 손을 빌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게
미안하셨던지 물도 밥도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한 아저씨만 빼고요.

한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성도 같아
제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우리집에 오시던 분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도 내심 서운한 눈치셨고요.

며칠 뒤
드디어 그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오셨습니다.
커다란 찬합에 도시락을 싸 오신 아저씨는
아버지에게 젓가락으로 찰밥을 떠 먹이며
말없이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돌아가 밥알이 자꾸만 떨어지는데도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밥을 먹이시려 했습니다.
전 그 눈물겨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병실 밖에서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네 아버지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저 양반 몸져누우셨단다.
지금껏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끙끙 앓았단다."

아마도 아저씨는 함께 늙어 가는 친구가 쓰러진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병이 나셨나 봅니다.

퇴원한 뒤 아저씨는 날마다
우리 집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십니다.

아버지와 목욕도 다니고 함께 산책도 하시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저희는 가끔 아저씨를
아버지의 "애인"이라고 놀리기도 한답니다.


  


 

댓글 1

들풀·2006. 9. 5. 오후 5:47:12

아버진 좋겠네여, 아내도 있고, 자녀도 있으며 더욱이 애인까지 있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