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들의 종교 토론 [4]
아니? 다들 왜 이래? 갑자기 푹 꺼졌어?"
"오늘은 L형이 완전 딴 사람이라, 학장! 이젠 그 자리 L형한테 넘겨야 안 되나?"
"흐흐~ 아직은 아니라 할 걸? 사이비 딱지라면 몰라도? 어쩜 그마져 안 된다 할거고?"
학장은 R씨와 나와의 대화를 듣더니.
"아무렴 어렵지, L형은 단지 천주교 하나지만 난 여러가지 종합 아닌가?,
하지만 오늘부로 사이비 딱진 떼어 준다... 그 정도면 뭐 그런대로 된거 같다 흐흐.."
"그래? 거참 고맙구먼, 그럼 말야, 불교와 유교를 더 보태면 학장쯤 자격이 되긴 하는가?"
"?? L형은 불교도 유교도 잘 아나? 그럼 자격 충분 하지, 허가 같은 거 없어, 자동이다 자동"
당연하다는 듯 R씨가 내 말을 거들었다.
그리고 불교란 말이 나와선지, 벽에 비스듬히 기대던 M씨도 몸을 일으켜 고쳐 앉았다.
"아니, 많이는 몰라, 그러나 우리끼리 얘기할 정도는 되겠지"
"그래? 조금 아는 모양이구만, 그럼 석가는 어떤 사람이야? 기본적인거부터 한번 해 봐?"
학장은 훼손된 체면을 만회 하려는지, 내 실력을 봐? 주는 것 처럼 말 했다.
M씨도 다른 종교는 별로지만, 주제가 불교로 바뀐이상 그건 모른체 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쩜 M형에겐 기분이 상할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아는것이 그러니 뭐 잘 못이거나 틀렸으면
조용히 지적해? 제발 성질 부리지 말고? 안 그럼 나 이야기 못 한다"
"또 미리 말 하는데, 내 이야기는 천주교 입교전부터 알았던 것이니깐 오해하지는 말어?"
"암! 우리 사이니까...종교 싸움은 절대로 안돼! 아는 것이 틀리는 걸 고치는 건 좋은거야.."
M씨의 성격을 고려하여, 미리 사전양해를 구했고, R씨 역시 만일을 위해 쐐기까지 박았다.
"붓다는 고대 인도의 어느 작은 왕국 왕자로 태어났는데..."
"?? 가만! 첨부터 틀렸다! 뭐 인도가 쬐깐한 나라였다고? 그랬..었다고? 아닐..긴데 그건?"
성급한 M씨가 초장부터 말 허리를 자르며 시비조로 나왔다.
"핫참..? 좀 더 들어 보라니깐..? 여러 소왕국들이 통일되기 전의 옛날이란 말야 내 말은?"
"그래..됐어..그런 부수적인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냐, 석가만 정확하면 된다 그래서?"
학장 답게 여유를 부리며, 가볍게 M씨를 누르고 다음을 재촉 했다.
그래서 난, 작은 왕국의 왕자 즉 붓다가, 어떤 생각에서 왕자생활을 버리고 출가를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리고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며, 온갖 힘든 고행 끝에 결국 어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기까지, 평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이야기 했다.
여기까진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이야기, 그래서 지적할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들....
"그런데 이제부턴 좀 다를지 모르겠어, 아무튼....."
"아니~ ? L형은 그런 것들까지 다 알고 있었나? 난 불교 집안인데도 통 모르고 있었구먼..."
"옛날에 책을 좀 봤지, 그때 읽은건데 나이 먹으니깐 이젠 뭐..."
"자!자! 쓸데 없는 소리 그만들 하고, 불교 핵심인 연기설을 해봐, 그것을 아나?"
"연기설? 뭐 좋지, 다만 내가 아는 것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지만..."
우주 삼라만상은 모두가 제 멋대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 서로가 밀접하게 연관을 가진다는
불교 교리로서, 그것들은 또 한치 어긋남이 없이, 만고불변 영원히 계속 된다는.
또 그건 윤회관과 연결되며, 그래서 사후세계로 이어지는 불교 핵심교리라고 말 했다.
그리고 우주만물의 섭리와 그 이치는, 세상의 그 누구도 없애거나 변형 시킬 수 없으므로,
인간들은 그 순리에 역행하지 말고, 그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다는.
결국 붓다가 깨달은 진리란 그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이며, 그 내용을 적은 것이 곧 불경.....
"학장 생각과 다른지는 모르겠어, M형이나 R형도 문제 있으면 즉각 지적 하라고?"
"연기설은...그렇고 그 윤회 말인데, 그것을 천주교는 어떻게 보나? 반대 하겠지 물론?"
"?? 학장이 그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해? 그게 말이나 되는 이야긴가? 어림 반푼도 없지"
"그럼, 연기설은 어떤가? 그건 깡그리 무시하지 않나? 쬐끔은 받아 주고 있나?"
"글쎄? 그건...아무튼 말야, 연기설은 천주교의 가르침과 맥이... 아무 상관이 없다고 보긴
좀 그래... 잘 모르겠어, 그러나 윤회는 너무나 얼토당토 않아서 말도 못 붙인다고 봐야지"
그 이유를 이렇게 말 했다.
전지전능의 하느님께서 애초 이 세상을 창조 하실 때, 모든 것을 창조만 하신 것이 아니며.
창조하신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 처럼 착오 없이, 스스로 자연스레 잘 돌아 가도록 하셨다.
그리 해 놓으신 것을 불교에선 우주자연의 법칙이라고, 또 만고불변이니 하므로, 천주교의
그것과 믿는 관점은 다르지만, 그 의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럼 불교와 천주교는 윤회만 다를 뿐, 다른 것은 서로 비슷하다?
"절대 그렇지 않아, 내가 오늘 처음에 뭐라고 했어? 틀려도 한참 많이 틀린다고 했을텐데?"
다행히 R씨의 질문은 계속 되는데, 그건 내가 바라는 바였다.
왜냐면 R씨를 의식하여, 일부러 설명을 자꾸 늘리면서 자세하게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R씨는 지금 불고와 천주교를 놓고 망 설이는 중, 하지만 아직은 불교에 더 기울어 있다.
집안배경과 신자생활의 간편성, 또 성격도 불교가 딱인데, 어쩐지 신뢰가 안 간다는 것이다.
신뢰는 물론 천주교지만, 너무 복잡한데다 무엇보다도 불편한 사생활이 걱정 되어서라고...
그래도 나와 특히 친해서, 은연중에 고심에 고심을 아까지 않는 상황에 있다.
평소 말이 많던 학장은, 아까부터 왠지 입을 꾹 다문체, 계속 내 이야기에 열중하는 모습.
M씨는 일어나 앉았다가, 슬그머니 다시 누워 버린지 오래.....
"M형이 들으면 속 상 하겠지만, 붓다의 깨달음이란 게, 하느님 발가락 사이의 작은 때 하나....
그것도 손에 쥐어 보지도 못 하고, 겨우 먼 발치서 눈으로 조금 들여다 본 정도라 할까?"
"?? 뭐? 뭐라고? 어렵다, 좀 더 쉽게 말해?"
편히 누었던 M씨가 갑자기 일어나고, 실눈으로 조는 모습이던 학장도 자세를 바로 했다.
"뭐가 어려운가? 붓다의 깨달음은 사실 엄청 큰 일이긴 하지만, 하느님 발가락 사이의 때 만큼도
못 된다, 그 정도로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그 말인데, 그것을 어렵다고 그러나?"
"어허이. 그래도..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석가는 사람중에선 제일로 훌륭한 사람이 아니냐고?"
"? R형은 내 말을 크게 오해하고 있구만, 내가 언제 붓다가 아주 형편 없다고 말 했어?"
"허! 방금 그리 말 해 놓고선 딴 소리를? 어때 학장? M형? 방금 안 들었나?"
"이거야 원..! 물론 훌륭하다고! 그렇게 훌륭한 붓다라 해도 비교 자체가 아예 불가능 하다니깐?
그만큼 하느님이 무한하고 엄청나다... 절대 인간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그랬는데 무슨 말야?"
"?? 음음.. 석가가 훌륭하다 해도, 허느님이 상대적으로 말도 못하게 엄청나다? 음.....!"
그리고 불교의 사후세계.
어느 불교도가 말 하길, 윤회 의미를 환생만으로 단순하고 협소하게 생각하지 말라 하던데,
그 말이 맞다 하고 협소든 광대든 간에, 사후세계는 애당초 누구도 확인 불가능한 일.
예수와 제자들과는 달리, 붓다가 신의 영감을 받았다는 말은, 어디서든 들어 본 일이 없으며,
즉, 천주교는 계시와 발현등의 근거가 있지만, 불교는 그것도 없이 사후세계가 더 자세하다는 것.
또 인간인 부처를 마치 신 처럼 모시고 경배하는 일, 또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전지전능의
하느님께서 하시는 무한한 엄청난 일들을, 불경 그 몇권에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행위를
통열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겨우 하느님 발가락 사이의 때 하나도 못 되는 것을, 대단한 깨달음 또 진리라고 하면서
인간 석가와 그가 쓴 불경을 숭배하고, 절을 지어 기리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또 붓다의 진리는 당대엔 매우 엄청난 것임엔 틀림 없지만, 지금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작
다 밝혀 졌으며, 그러므로 단지 먼저 터득 했다는 것 뿐이며, 이제는 붓다만의 진리도 아니라고.
붓다를 좀 심하게 표현하면, 진리를 일찍 깨친 공자와 같은 선각자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아이고! 난 오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 젠장.. 이제까지 싫컷 들어 놓고 그게 무슨 소리야?"
"아냐, 나 오늘 완전히 녹 다운 된 느낌이야, 정신이 하나도 없어 머리가 딱딱 아파"
"? 흠..그렇다면 오늘 내내 헛소리 한 꼴이구먼, 다들 그런가? 내 말이 그토록 골치 아팠나?"
"L형은 그동안 천주교 공부만 한게 아니었어, 대체 어디서 그런 것들을 다 주워 챙겼나?"
"주워 챙겨? 그렇지, 누가 버린걸 주운 것들이지, 그것도 오래전에...이제는 가물가물 해서,
아투튼 길거리 사이비 지식이니까, 오늘 이야기에 틀린 것도 더러 있을지는 몰라..흐흐흐"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참, 분위기가 너무 푹 가라앉아, 주인을 불러 안주를 더 시키고 술도 한병 추가 했는데.
그래도 처음의 활기는 다시 오지 않았으며, 맛 없는 술만 몇잔 더 하고 결국 혜어졌다.
그후 한달이 된 지금, 그동안 세번 만났어도, 종교 이야기는 그 누구도 꺼내려 하지 않았다.
사이비 종교논쟁은 이것으로 끝냅니다.
언젠가 있을 전교체험과, 개신교도와의 논쟁을 올리게 되길 바라며.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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