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의 추억!

외로운 별·2006. 8. 22. 오후 12:59:43

쫑의 추억!

 

오랜 옛날부터 우리집엔 개를 기르지 않습니다.
약 10여년전에 부모님께서 돌아 가셨어도, 지금껏 우리 형제들은 개를 기르지 않습니다.
요즘은 개를 가진 집들이 많아서인지, 자식들이 더러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우리 형제들은 단호히 그것을 거부합니다.

 

제가 처음 쫑을 본 것은 초등 5학년 때쯤....
시집간 누나집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그 쫑을 데리고 오신 것입니다.

도시는 개를 기르기가 어려우므로, 시골인 우리집으로 보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번드르르 윤이 나는 검은 털에,
두눈 양 옆과 네 다리 일부, 그리고 배 전체가 흰 털인 약 1년 반정도 된 개였습니다. 
잡종인데도 새퍼트 처럼 두 귀가 쫑긋하고 매우 영리하여, 온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지요.

당시 어렸던 저는, 그 쫑을 얼마나 귀여워 하고 사랑했던지.....

 

아침마다 쫑은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저와 학교를 같이 갑니다.
그리고 저의 교실 바로 앞 운동장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같이 집으로 돌아 옵니다.
어떤 때는 아버지를 따라 들녘에 갔다가, 학교 끝날 때쯤 저에게 와서 같이 올 때도 있었구요.
하여튼 동네사람들 모두가, 우리 쫑이 매우 영특하다며 얼마나 부러워 했는지 모릅니다.

 

 

쫑이 좀 더 큰 다음에는 싸움을 하면 무조건 이겼습니다.
당시 동네에선 겨우 몇집에서 개를 길렀는데, 그것도 누런 황구가 고작이었지요.
아랫동네는 매우 큰 동네라 개가 꽤 많았지만, 그래도 쫑을 이기는 놈은 한마리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신이 났겠습니까?

 

한번은 쫑한테 싸워서 진 개 주인이, 성질이 나서 복수를 하려고 쫑을 꼬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맛 있는 뭣인가로 유혹을 했겠지요.
그거 정말로 웃기는 짖, 그게 어디 우리 쫑한테 통할 수법입니까?
쫑은 우리 식구들이 주는 음식외엔, 희한하게도 누가 무엇을 주어도 일체 먹지 않았거든요.

물론 먹고 싶은 듯이 혀를 낼름거리긴 하면서도요.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제가 중 2던가 3일 때였습니다.
마침 그날이 장날이어서, 하학길에 복잡한 장터를 지나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꿍꿍거리는 듯한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매우 낮 익은 것이어서,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던 것인데....?

 

저쪽 한편에 개장수인 듯한 사람이, 우리 쫑을 꽁꽁 묶어 데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쫑의 몸집이 워낙 큰데다, 실제로 성질을 부리면 매우 무서웠습니다.
개장수는 그것을 알았는지 쫑의 입은 물론, 온 몸을 쇠줄로 꼼짝 못하게 묶은 것입니다.

쫑은 그 상태에서 먼 발치에서 저를 발견하고, 꿍꿍거리며 울부짖은 것이지요.

 

쫑은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혹시나 하고 저의 하학길을 기다린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체, 친구들과 떠들며 지나가는 저를 본 것이겠지요.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며 꿍꿍 소리를 친 것입니다.
흰점 박힌 두 눈에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말입니다...

 

 

그런 모습의 쫑을 본 제 마음이 어떠 했을까요.....
그날 쫑을 본 이후의 제 마음을, 도저히 이곳에 글로 옮길 수 없습니다.
그날 쫑을 발견한 이후에 있었던 저의 행동들도, 차마 이곳에 그대로 옮기지 못 하겠습니다.
여하튼 전 5남매중 고집장이 막내였고, 온 장터가 들썩일 정도로 난리를 쳤다는 것만...... 

 

 

평소엔 아버지가 매우 근엄하시어, 막내인 저도 별로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그날 개장수가 아버지를 어디서 어떻게 모시고 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엄하신 아버지라도, 그때 저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발 살려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쫑 밖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으니까요.

 

 

쫑은 결국 장차에 실려 어디론가 떠났고, 전 집에가서 분풀이를 하겠다 식식거리며 왔는데...
왜 쫑을 팔도록 모른체 놔 두었느냐고, 한바탕 더 난리를 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식구중에서도 제일 만만한 어머니와 둘째형을, 절대로 묵과 할 수 없다며 달려와 보니...

그런데 왠지 집안 분위가 팍 가라 앉아 이상해 있었습니다.

 

 
모두가 말이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지, 모두 방에 들어가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큰 형수님이 저녁상을 차렸지만, 누구도 식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늦게 돌아 오신 아버지도, 식사는 물론 아무 말씀도 없으신체 큰방에 누워 버리셨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이 모양이니 전들 어찌 하기가 그렇더군요.

 

 

그렇듯 우울한 분위기는 며칠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 알기로, 그런 상태로 일주일은 족히 보냈지 않았나 기억합니다.
그때까지 꼭 필요한 말외에, 다들 매 끼니 식사 역시 하는둥 마는둥 그렇게 지냈으니까요.
한동안을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앞으로 절대 개는 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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