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亢龍有悔)

이기종·2012. 6. 13. 오후 11:06:16

고사성어(古事成語)는 짧은 말 속에 크고 많은 뜻이 있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데
한자를 어느 정도 알면 웬만한 고사성어들은 의미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처음 보는 것이라 해도 무슨 뜻인지 도무지 감도 잡기 어려웠다.

용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 더 올라갈 수 없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더 올라갈 수 없는 끝까지 갔으면 최상인데 왜 내려갈 것을 걱정하며 오른 것을 후회해야 하는가?
달이 차면 기울고 꽃도 피면 지듯이 부귀영달도 쇠하게 마련이니 만사에 더욱 삼가하라는 말이다.

진시황을 보좌하여 천하를 통일하고 국가체제를 개혁한 일등공신 이사(李斯)는 권세가 대단했다.
어느 날 축하연에서 조정의 문무백관이 모두 이사를 찬양하자 이사는 오히려 탄식했다.
성자필쇠(盛者必衰:융성한 것은 반드시 쇠퇴)라 했고 자신의 부귀와 영예가 최상에 도달했으니
앞으로 닥쳐올 몰락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사는 그가 염려했던 대로 얼마 후 환관 조고(趙高)의 참소로 인해 
사람들이 오가는 저잣거리에서 허리가 잘리는 극형을 받았으며 일족이 몰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것이 항룡유회의 교훈이다.

황룔유회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용이 승천하는 기세를 단계별로 비유하고 있는데
처음이 정치계에서 흔이 사용되고 있는 잠룡(潛龍)이다.
물 속 깊숙히 잠복하여 실력을 기르면서 승천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용이다.

다음은 현룡(現龍)인데 때가 되어 세상에 몸을 드러내어 뜻을 천하에 펼치는 용을 말한다. 
대개의 경우 이 시기에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또 정열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최고에 오르기 직전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누리면서 책임은 자신이 다 지지 않는다. 

그 다음이 비룡(飛龍)이고 하늘을 힘차게 날고 있는 용이니 당연히 최고의 지위를 뜻한다.
그런데 하늘 끝까지 날아 더 오를 곳이 없을 때 항룡유회가 되는 것이다.
비룡에게는 남은 것이 하늘에서 빙빙 돌다가 힘이 다하면 떨어지는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도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라면서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변화와 이치에 순응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옛 성현의 말들이 다 그렇듯이 틀리는 말 없지만 이 역시 마음에 깊이 새겨 둘 말이다.


지금 정가에는 여야의 잠룡들이 자신의 뜻을 천하에 펼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대선이든 당 대표든 후보 경선 방법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
가장 훌륭한 자질과 능력의 후보를 뽑는 방법이 아니고 세가 우세한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완전국민경선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보니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 후보가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우세했고 그것이 민심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모바일 투표 결과 그동안 계속 열세였던 이 후보가 약간의 차이로 당선되었다.

김 후보의 우세가 걔속되자 이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총 출동하여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그 때문에 이 방법의 문제점은 김 후보 역시 열세이면 모바일에서 뒤집을 수 있는 데 있고
김 후보 지지세력들도 김 후보 당선을 위해 총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도 즉, 오픈 프라이머리는 민의를 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에 따른 모순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돼 있어야 그 제도의 목적과 부합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법은 이번 야당 경선에서 보듯이 민의를 왜곡할 수 있어 하면 안 된다.

각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며
경쟁 후보가 자신들보다 우세한 것을 미리 알고 그에 대비할 수 있으면 공평한 선거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선에서 이 후보는 부족한 표가 얼만지 정확히 알고 그에 대비했다.

그런데 여당 대선 잠룡 3명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요구하며 경선 불참으로 압박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로 그 때문에 이명박에게 패배한 박근혜가 응하겠는가?
더구나 이번 야당 경선에서 우세했던 김 후보가 패배하는 것을 눈 뜨고 뻔히 보지 않았는가?

그 때문에 지금처럼 아무 장치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선 민의를 왜곡할 수 있어 하면 안 된다.
게다가 각 지역을 돌며 경선할 때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모으려는 불상사도 막기 어렵고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불미한 일이 발생하면 야당에 발목만 잡히고 본선만 더 힘들게 할것이다.

이것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지 않는다며 박근혜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나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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