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이야기 하나 더
팔공산은 1,000m급의 높고 험준한 봉이 여러 개에 계곡이 깊은 멋진 산입니다.
왼쪽 끝 관봉은 갓바위로 더 유명하고 그걸 모르면 대구사람이 아니며
가산도 유명한 가산바위와 가산산성 때문에 언제나 탐방객이 바글바글 합니다.
산꾼들은 관봉 또는 가산으로 올라가 끝까지 능선주행을 즐기는데 대략 23Km.
능선이 험하여 밧줄 오르기와 몇 백m의 스릴 넘치는 암릉도 기막힙니다.
신참들은 하루 완주가 어렵지만 꾼들은 새벽에 출발하면 하루에 가능합니다.
동봉과 서봉은 수태골에서 출발하며 각각 약 3,8Km 쯤.
보통 1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지만 힘들다고 자주 쉬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최고기록이 50분이고 보통 1시간에 오르는 제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팔공산 다람쥐로 통하는데 이 친구가 또 유별한 것은
그처럼 빨리 올라가도 하산할 때는 2시간 이상 걸리는 겁니다.
내려오면서 중간의 쉼터마다 모두 들러 쓰레기를 주워 오느라고 늦는 거지요.
그거 솔직히 얼마나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인가요.
정상에 오르느라 힘이 다 빠진 상태라 대개는 내려가는 일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친구는 정상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야호' 하면 끝..곧 하산입니다.
물론 이 친구도 남들처럼 항상 배낭을 매고 가지만 그냥 빈 배낭입니다.
작은 생수병 하나와 쓰레기 담을 빈봉지 뿐이지요.
유리병은 베낭에 넣고 가벼운 건 배낭 뒤에 매달고 또 양손에 들고 옵니다.
이 친구의 그런 주말 산행이 몇 년째인지 본인도 모른다는데
눈이오나 비가오나 거르는 일 없이 장대비 폭우만 아니면 무조건입니다.
전 이 친구와 산행을 가끔 한번씩 그가 '강요'할 때 '어쩔 수 없이'합니다.
그날은 속도 맟추느라 진이 다 빠지고 또 문제는 음주운전을 해야 하는데
주차장 식당에 도착하면 생탁 딱 한병만 하자는데 그걸 어떻게 마다하냐구요.
아침 일찍 간단히 요기만 하여 출출한 상태이니 말입니다.
친구 말마따나 까짓 생탁 몇 잔에 취할 리 없지만 그게 그렇게 되는가요.
산채해물 녹두부침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데 딱 한병이라니요.
하지만 주말에는 주차장이 몹씨 붐벼 항상 경찰 몇 명이 꼭 나와 있거든요.
그러나 '음주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 진작부터 큰 소리를 친 상태이고
술은 자기가 얼마던지 살테니 운전은 항상 내가 책임지라는데 별 수 없지요
그날도 새벽부터 마침 비가 잘 온다면서 동행을 강요당한 겁니다.
그러니까 출발할 때부터 주차장 식당의 생탁과 산채해물부침 생각을 했고
당연히 음주운전면허자가 필요했던 거지요.
그에게 비가 오는데...라는 핑게는 통하지 않으므로 두말 않고 나섰으며
출출한 터에 맛있게 먹고 마셔 아직은 취기가 없지만 곧 소식이 올 겁니다.
물론 항상 그랬듯이 잔머리 굴려 주차장에서 먼 길가에 차를 세워 두었고
빗속을 걸어서 흥얼흥얼 한참을 내려갔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출발 때부터 내리는 비를 온종일 맞으며 오랜만에 날궂이 산행을 했습니다.
산채해물부침과 생탁을 잊을 수 없어 비오는 주말이 또 기다려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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