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 사건
먼저 18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두 사건의 수사기록과 장장 5년이나 씨름하며 몰상식하고 후안무치한 당대의 권력자들과 좌익들의 망국적 작태를 자세히 파 혜친 지만원 박사의 열정과 그 못된 무리에게 부당한 협박과 납치, 린치, 폭언, 고소 고발을 당하고 심지어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음에도 그들이 저지른 두 사건에 대한 엉터리 왜곡을 만천하에 고발한 용기와 애국심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존경을 드린다.
이 책 4권(1권 500페이지)과 '솔로몬..' '530..' '시스템 경영' 등을 지난 4월초부터 읽기 시작하여 오늘까지 두 번을 읽으면서 두 사건에 대해 몇 십년을 잘못 알고 있었다 생각하니 너무도 어이없어 자책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세대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은 현재도 그렇지만 그 당시 일반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이, 400여년 전 봉건왕조 시대에 이순신장군이 당한 비극이 오늘 같은 문명사회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는 김영삼의 문민정부에서 말이다. 김영삼은 헌법이 보장한 일사부재리 원칙을 유린한 과오를 범했고 음지에 숨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용공분자들이 양지로 나와 마음 놓고 나라를 망치도록 특별법 즉, 멍석을 깔아 주었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김대중보다 김영삼이 더 밉고 할 수 있으면 패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김대중이야 민주화운동을 핑게로 빨갱이 운동을 해온 것을 의식있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다 알고 있고 그래서 밉고 싫다 이전에 아예 꼴조차 보기 싫어 하지만 김영삼은 순수하게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면 나 같은 심정이 될 것이다.
김영삼이 국가 정체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두 사건에 대한 재심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또 해서도 안될 일이었다. 특별법이 위헌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5공 실세들을 단죄하면 좌익들 세상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김대중 일당이 신군부의 12,12와 5,18 그리고 비자금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이유도 그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영삼은 자신이 주장해온 민주화와 김대중의 그것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그가 좌익들 두목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김영삼은 어리석게도 좌익들 면죄부와 다름없는 특별법의 멍석을 깔아 준 것이다. 물론 전두환과 노태우의 비자금 비리는 밝혀야 하고 죄를 물어야 하지만 그러나 김재규와 정승화의 내란음모를 분쇄한 12,12 사건과 광주 5,18 무장폭동 진압은 비자금 비리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두 역적의 정권장악 음모를 사전에 분쇄한 12,12 사건은 합수부장인 전두환의 고유업무였고 전혀 법적 하자가 없는 정당한 업무수행이었다. 10,26 직후 최규하 과도정부는 너무나 무력하고 유약하여 권력공백기나 다름 없었으며 그 때문에 김일성의 남침이 무엇보다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두 역적의 음모를 사전 봉쇄하여 위기에 처한 국가와 시국을 조기에 안정시킨 공로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김영삼의 재심재판부는 12,12와 5,18을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탈취할 욕심에서 일으킨 쿠데타라며 내란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한 그 당시 정국은 전두환의 신군부 아니면 김재규와 정승화 일당이 정권을 잡았을 것이 틀림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도 무조건 정권을 잡아야 했고 또 그럴 수 있는 권력과 힘도 있었다.
김재규는 또 한사람의 권력자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시해 장소에 불렀고 정승화도 대통령 암살을 눈치채고서도 김재규를 비호했다. 그런데 그 두 역적이 장태완 같은 무식하고 무모한 장성들과 작당하여 최규하정부를 좌지우지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그 당시 최고 실세의 권력자는 계엄사령관 정승화와 국정원장 김재규이지 총리에서 대통령업무를 대행하던 최규하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10,26 직후의 대한민국은 전두환의 신군부와 김재규 정승화 중에 한쪽이 잡게 돼 있었고 신군부가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김재규는 자신이 살기 위해 잡아야 하는 입장이고 전두환은 정권에 관심 없었다 해도 대통령 시해범과 공범을 채포해야 할 수사책임자로서 그들을 채포해야 하는데 잘못되면 그들의 앞날이 어려울 수 있었다. 최규하정부가 정승화와 김재규 세력들에게 휘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대부분 일반국민들은 박 대통령 시해범 일당을 채포한 신군부를 지지했으며 최규하정부는 절대로 극심한 혼란정국을 수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적인 학생 시위와 5,18 사태가 발생했고 김대중이 선동한 광주의 극렬 무장폭동이 오히려 신군부의 정권장악을 결정적으로 도와 주었다. 폭동을 진압한 신군부 역시 김재규 정승화처럼 정권을 잡아야 안전한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군부는 법을 무시하지 않고 법적 절차를 밟아 순리적으로 했으며 그 때문에 일반국민들은 국헌을 문란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5,16 전과 같은 혼란한 정국과 무질서한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다소의 독재는 필요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정도로 대부분 국민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반정부 선동으로 일상이 돼버린 학생들 데모 때문에 조용할 날 없는 시국에 염증을 냈던 것이다.
김재규는 처음에 그런 말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혁명이니 뭐니 주절거렸는데 대통령 시해 후에 허둥된 행동을 보면 아무 계획도 없이 덜컥 일을 저질렀음이 분명했다. 만일 그때 남침 당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3일, 길어야 일주일이라고 큰소리친 김일성이다. 좀도둑도 계획을 세워 한다는데 하물며 나라 도둑질 아닌가. 그들이 정권을 잡았다 해도 권력 맛을 보기도 전에 틀림없이 김일성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12,12와 5,18 책은 당시의 수사기록을 그대로 옮겨 그 사실을 근거로 누가 옳고 그른지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서술했다. 근래에 검찰이 정권의 시녀라 하여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그 당시 김영삼의 특별법 제정과 재심에 따른 검찰과 재판부의 행태를 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정도라 부끄럽기 그지 없다. 언젠가 역사가들의 재조명이 있을 것이고 이 책은 그 진실 규명을 위해 꼭 있어야 함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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