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 화급하다

사상범·2011. 4. 28. 오후 2:35:17

<포럼> 북한인권법 제정, 화급하다    게재 일자 : 2011-04-28 14:05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해결은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은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의 기초에 따라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의 방법이 크게 달랐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은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내세웠다. 이는 북한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에서 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는 태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인권 문제는 강조하면서도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 등 나라 밖에서 한국보다 먼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게 되면서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더욱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문제삼는 것은 오히려 통일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긴장 상황의 직접적 원인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다른 곳에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인권 문제가 추가된다고 해서 긴장이 얼마나 더 고조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또한 독일 통일은 에리히 호네커 동독 정권의 붕괴로 인해 비로소 가능했던 것처럼 한국의 평화적 통일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기 전에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금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통일의 장애가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의 집권층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햇볕정책의 수혜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권력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는 문제는 접어 두더라도 북한에 대한 화해와 협력의 의미는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최대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 인권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지금 북한의 인권 참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한국에서도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방조했다고 비난할 때, 남북한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굳이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권 문제는 내정간섭이라는 상투적인 말로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되풀이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한다. 국제사회가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당장 남북관계에 큰 변동이 올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긴장이 더욱 더 고조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 인권이 그로 인해 크게 개선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의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는 북한인권법의 제정 여부를 다툴 때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인권법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노 정부 당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을 여야 합의에 의해 제정하면서 형성됐던 공감대, 즉 남북 문제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없다는 생각이 북한인권법 제정에서도 다시 한 번 큰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4280103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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