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게임! [1]
무모한 도전
이 글은 아래의 '영원한 라이벌'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그 후 친구 '꽁'의 집을 방문했었으며, 나로선 잊지 못할 추억이 있었고
그 이야기를 두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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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때가 28~9세?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붙은 혹한의 그해 년말.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들뜬 마음으로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고향 친구,'꽁'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꽁은 고향에서 더 아랫쪽 지방에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 고향 역시 오랜만인데도, 창 밖을 보며 눈 인사로 지나쳐야 했다.
고향집에 어머니가 계셨다면 이러진 않을텐데.....
어머니는 겨우 회갑을 넘기시고 제작년에 돌아가셨다.
막내아들 결혼을 꼭 보고 싶다 하셨었지만.....
그 때문에 고향이 더욱 아프게 와 닿으며 자꾸 멀어진다는 느낌이다.
꽁은 미리 연락한 관계로, 역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방이지만 읍단위 지역이라, 시가지가 제법 넓어 보였고 집은 시내에 있었다.
그런데 집이 예상했던 것 보다 다소 허름한 인상!
"얌마! 넌 목수잖어? 확 뜯어 고치지 그랬어? 남의 집만 짖지 말고?"
그건 중이 제 머리 못 깎아서가 아니라,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다시 짖는다며, 건물 보다 넓은 대지를 택해서라고.
목수인 자형이 시키는대로 했지만, 아무튼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대단하다!... 난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꽁의 부인은 전형적인 시골타입.
평범한 외모에 키가 작고 뚱뚱했는데, 애 둘을 낳고 몸이 갑자기 불었다고 했다.
그래서 꽁과 완전히 대조적.
꽁은 180이 넘는 키다리 전봇대, 친구들 중에서 제일 크다.
난 174cm 인데도 한참 올려 봐야 하니 170 이 못 되는 창은.....
그런데 살집이 너무 없어서, 얼핏 뼈 마디에 가죽을 씌운 듯한 인상이다.
그리고 굵은 뼈에서 나오는 완력이 아주 강해서, 팔씨름은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아무튼 부인의 키가 꽁의 가슴이면.....!
아무래도 같이 다닐 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거참, 시골 여자들의 숫기 때문일까?
나와 대화는 커녕, 얼굴을 마주치기조차 싫은 듯 계속 피하기만 했다.
뭔가 한답시고 시장, 또는 부엌에 들어가 통 볼 수가 없으니.....
옛날식 주택이라, 부엌이 넓고 크며 완전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녁 밥상도, 꽁과 둘이서 먹으라며 부인은 들어 오지도 않았다.
우리가 식사 후에 바로 기원을 간 것도, 어쩌면 부인의 주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야! 애기 엄마가 나 온 것을 싫어 하는 거 아니냐?"
"아녀! 절대 아녀! 그 무신 씰데 읎는? 내가 니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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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주인과는 친하다는데, 저녁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몇명 뿐.
꽁과 딱 한판을 두었는데, 남자 두명이 들어 와 우린 각각 그들과 두게 되었다.
즉, 주인이 바쁘니까, 꽁이 그들을 상대해 주자고 한 때문이다.
나의 상대는 30대 초중반? 내게 기력을 묻더니, 무조건 반상에 4점을 놓았다.
원래는 고수에게 먼저 양해를 얻는 것이 예의,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두었다.
그는 가끔씩 날카로운 수를 보였지만, 실수가 많고 잦아 첫판은 내가 승리.
상대는 두번째 판을 두면서, 심심하니 기료 내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한 내기 제의 역시, 하수가 고수에게 먼저 하는 일은 거의 없는 일.
내키지는 않았지만 응했는데, 그게 두번째는 담배, 그 다음엔 커피로.....
여하튼 판을 다 이기다 보니, 이젠 미안해서도 그만 두자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난 바둑을 두면서, 이런류의 사람들을 그동안 수 없이 겪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예상했던 대로 지금까지의 내기들을, 마지막 한판으로 결승하자고 제의해 왔다.
사실 이 제의는 이상한 것이다.
쌍방 승패 횟수가 같다면, 최종 한판으로 한쪽에 떠 넘기는 결승 방법이 맞다.
그런데 모두 내가 이기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는 3번 진 모두의 두배를, 나는 그 절반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돈은 몇푼 안 되지만, 하수에게 지고 비용까지 물면 기분이 매우 나쁘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그의 진짜 실력인 것이다.
내리 4판을 지고서도 즉, 내 기력을 잘 알고서의 도전 아닌가?
난 그를 잘 모르는데다 지겹기도 하여, 그가 포기하기를 바라면서 수정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 조건에서, 그는 5배 나는 4배금액으로 왕창 올린다면 하겠다고.
그러니까 어차피 내기할 바엔, 하루 일당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요즘 가치로 환산하여, 그가 진다면 6만원 정도, 난 5만원쯤 되리라.
그런데 그는 주저하지 않고 좋다고 응하며, 먼저 돈을 바둑판 밑에 묻는 것이었다.
얼굴도 밝아 자신있다는 표정.
글 읽는 분 이해를 위해, 당시의 내기에 대한 관행 설명이 필요할 듯.
애호가들이 기원을 찾는 것은, 통상 자신보다 강한 고수와 두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약간의 내기는, 몇 판을 지도한 댓가 형식으로 고수가 제의하는 게 보통.
그 경우 하수는 거부하기 어렵고, 둘 경우 대부분 지게 마련이다.
왜 하수인가? 고수보다 수가 약하니까 하수인 것이다.
접바둑 고수들은, 정확한 치수로 두지 않으므로 거의 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의를 계속 거부하면, 대개의 고수들은 그 와의 대국을 기피한다.
즉, 소위 맨입은 곤란하다는 것, 따라서 내기 제의는 고수들의 권한이기도 하다.
상황이 그런데도 이 친구는, 새까만? 하수 주제에 나에게 먼저 제의해 온 것.
어쩌면 꽁의 상대도 이 친구와 일행이니, 비슷한 상황에 있는지 모를 일.
난 잠시 꽁의 뒷모습을 보고, 그 와의 내기 바둑을 시작했다.
난 그의 실력이 진짜가 아님을 짐작했지만, 한 두급정도 속였을거라 생각했는데.....
바둑을 기도(棋道)니 뭐니 하지만, 치사한 사기꾼들은 많았다.
자신의 진짜 기력을 대폭 낮추어, 상습적으로 내기를 하고 다니는 비열한 족속들.....
바둑의 한 두급 차이는, 특히 3급이상 고급에서는 매우 크고 대단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나와 비슷하여 한 급정도 아래일 듯.
그런만큼 마지막 판을 두는 그의 손 끝은, 첫 수부터 예리한 칼 바람이 휭휭 불었다.
그런 그에게 4점이나 접고 두는 한심한 입장......
상대가 기력을 숨긴 내기는 무효화 할 수 있는데.
그는 다소 모호한 1~2급이 아닌 무려 3~4급을 속인 것이다.
그런만큼 당연히 중단해야 하며, 미친 놈이 아닌 이상 더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난 잠시 망설이다가, 내가 바로 그 미친 놈이 되기로 했다.
몇 판의 내 바둑을 웃읍게 보고, 실실 웃는 꼴에 배알이 뒤틀려 결심한 것이지만.
또 이미 시작한데다, 여러 판 둔 상태라서 속았다 말하기가 싫었다.
4점이하 접바둑은 사실 나의 전문,
원래도 강하다 들었는데, 접바둑 전문 하숙집 감정사에게 10개월간 혹독한 단련을....
그렇더라도 오늘의 이 경우는, 당치도 않은 무리에 또 무리임은 틀림 없다.
바둑을 오래 둔 고수들은 대부분 접바둑을 잘 둔다.
특히 몇 십년 해 묵은 고수들은, 짧은 기간에 올라 온 동급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
오랜기간의 실전 경험으로, 그만큼 작전 영역이 넓으며 수가 많기 때문.
그래서 접바둑 실력은 따로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여하튼 난 이때까지, 이 친구와 같은 강수에게 4점바둑 경험은 없었다.
댓글 3
1980년대 "바둑" 잡지에서 본 바둑 소설을 본 이후로 첨보는 바둑에관한 일화입니다. 상대가 어지간 한 사람이네요..어떨게 세네판을 진짜 기력을 숨길 수 있는지ㅠㅠ 혼을 내 주어야 합니다.!!! 재미있습니다.ㅎㅎㅎ
당시엔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바둑 좀 조금 둘줄 알면 사기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지요..취직은 어렵고 그래서 기원에서 온 종일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 별에 별 사람들 참 많이 만났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특이했던 일화를 소개한 것이지만... 지금도 꽁 그 친구를 만나면 꼭 그 이야기를 합니다...그리고 꽁은 지금 매일 기원에서 살고 있다하구요.. 집에서 컴바둑을 두라 해도 눈이 아파서 못 하겠다고 계속 기원을 나간답니다...^^
저도 당시 4판을 두었기 때문에 그자의 기력을 정확히 알았어야 했지요...그런데 워낙 응큼하게 해선지 그정도까지 강한 상대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암튼 저도 실수 한 것이지요.. 그 사건 이후로는 전 절대 1~2급 이상 차이나는 상대하곤 두지 않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