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단상!
옛 성현이 말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그렇다면
소비가 미덕이란 무엇이며 누가 한 말인가?
며칠 전 비 그친 뒤
건물 입구에 버려진 우산들이 수두룩.....
오늘 또 비가 오시는데,
오후에는 갠다고 하니, 보나 마나 뻔할 것이다.
내 어렸던 초등시절, 우산에 대한 기억은 없다.
등교시 비가 오면, 모두 마대(곡식 담는 큰 자루)를 둘러 썼다.
마대 밑 부분 한쪽 끝을, 안쪽으로 겹치게 하여,
승무의 꽃깔처럼, 머리에서 등 허리까지 둘러 쓰는 것이다.
허리를 숙여도 앞 쪽은 젖지만 등쪽은 괜찮다.
그러나 장시간의 큰 비는, 마대에 물이 스며들어 소용없었다.
농부들은 도롱이를 사용했는데.
도롱이는, 그 시절에 농삿집마다 몇벌씩 필수품이었다.
볏짚을 얇게 엮어 만든 비옷(雨衣).
당시의 초가집들은, 지붕을 볏짚으로 두툼하게 엮어 덮었었다,
그랬다 하여,
사람들 몸 또한, 볏짚으로 덮어도 된다는 발상이 기가 막힌다.
빗속에서 일하다 옷이 젖으면 한기를 느끼게 마련.
도롱이는 볏짚이라 보온성이 높아 따뜻하다.
그런데, 챙 넓은 밀짚모자를 써야, 목덜미에 물이 들지 않는다.
또, 비교적 몸이 자유로워, 일 하는데 불편도 없으며.
비가 개어 들녘에 벗어 두어도, 잃어 버릴 염려는 없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날만 개면 새 우산인데도 마구 버린다,
당시는 등교시의 마대를, 하교시에 꼭 챙겨야 했음은 물론이다.
젖어 퀴퀴한 냄새가 난다 하여 버렸다간 크게 혼줄이.....
그 시절의 마대는, 절대 함부로 버려 안 되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다 하여, 어찌 마대만 귀했겠는가?
제일 인기있었던 것은, 미국의 원조 물품인 깡통(켄).
분유통 보다 약간 더 큰 빈깡통 용도는, 그야말로 무진장이었다.
각종 곡식들 씨앗 보관은 물론, 물그릇, 들에 갈 때 반찬통.
깊은 우물의 두레박은 꼭 그것이어야......
어떤 이는, 많은 깡통을 덧 대어 집 지붕을 덮기도 했다.
또 당시에 흔했던 거지들 밥통도,
물가에서 가제 잡아 끓여 먹을 때도 안성맞춤이었다.
때로는 꽹가리 기능도 했으며,
작은 깡통은, 집 대문과 소머리의 방울을 대신하기도 했는데.
그렇듯 작은 것부터 큰 것 모두 버릴 것이 없었다.
물건이 귀하면 아끼게 되는 건 당연.
누가 꼭 시켜서 아니라, 그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그건 또 절약으로 이어져, 더 나은 생활을 담보한다.
우리 세대의 그것이
오늘의 경제성장 동력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너무도 큰 잘못을 했다.
앞으로 갈 생각만 하고, 그 다음 뒤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은 굶고 아꼈으면서, 자식들 낭비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낭비를 부추기고 방조했다.
그 결과,
말짱한 우산들이 저렇게 새 것인 체 버려지고,
식당마다 남은 음식들과, 여타 사용 후 버린 것들로 넘쳐나
온 국토가 환경 오염에 비명을 지르는 현실에 처한 것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부모 재산을 믿고 일 않는 백수들이 부지기 수라는데......
옛날 부모 재산을 탕진했던, 무능한 부잣집 아들을 꼭 닮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어떻게 자식들 책임인가?
열매가 좋지 않다면, 그 잘못은 열매에 있지 않다.
그 나무를 누가 심었으며, 돌 보고 키운 이가 누구인가?
이제 와 후회하여 무슨 소용....
5년 후를 걱정해도, 자식들은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른다.
과거의 우리 모습이었던 주변의 어려운 나라들.
우리 세대는, 당시 그들 국가를 앞서긴 했어도,
일본은 끝내 따르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 뒤졌던 그들이, 오늘 코 앞에 추격해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내 자식들이 그들과 경쟁하여 앞서 갈 수 있겠는가?
우리 세대에게 일본처럼, 그들 국가를 따 돌릴 수 있겠는가?
지금의 국제 환경은, 당시 우리 때 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런데도 자식들은 전혀 아닌 모습이다.
아무래도, 너무 일찍 샴패인을 터뜨린 것이 분명한듯 하다.
창 밖에 내리는 비.
그리고 이미 버려진, 또 비 갠 후에 버려질 우산들.
그건 어쩜.
오늘의 우리 세대이고, 향후 자식들의 모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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